요즘 사람들은 ‘표준 요금제’라는 게 있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안 쓰던데, 아직 이게 남아있고 쓰는 사람도 있다 (바로 나). 매월 기본요금 1만 원 정도를 내고, 쓰는 만큼 통화료를 내는 요금제다. 정액 요금제보다는 통화료가 비싸긴 한데, 통화를 별로 안 하면 싸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데이터 통신(모바일 인터넷)은 꿈도 못 꾼다. 그것도 쓰려면 쓰는 만큼 돈을 내야 하는데, 그러면 금방 요금 폭탄 터지기 때문.
어쨌든 그렇게 전화통화나 문자를 하나도 안 보내도 매월 통신사에 내야 하는 ‘기본요금’이 1만 원 정도다. 이게 표준요금제에만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요금제에 다 있다. 정액 요금제 (34 요금제 같은 것)들에는 따로 표시가 안 돼 있을 뿐이지, 기본요금이 기본적으로 포함된 요금이다. 즉, 3만 4천 원 짜리 요금제를 쓴다면, 그 중 1만 원은 기본요금이라는 뜻. 기본요금을 폐지하면 이 요금제는 2만 4천 원만 내면 되는 셈이다.
핸드폰 기본요금은 옛날에 핸드폰이 막 생기기 시작했을 때, 대규모로 망 구축을 하느라 들어간 엄청난 비용을 보전해주기 위한 용도였다. 이제 산 위에 큰 탑을 세울 필요는 거의 없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든다면 이미 세워진 탑에 가서 안테나를 추가로 세우든지 하면 된다. 즉, 옛날처럼 대대적인 망 구축 사업이 필요하진 않다는 것. 기본요금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바로 이런 점을 지적한다.
그와 반대로 통신사 측에서는 기본요금 폐지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구축 사업은 없다 하더라도 좀 더 빠르고 좋은 서비스, 예를 들면 LTE 다음 버전 같은 것들을 개발해서 제공하려면 큰 투자 비용이 든다는 것, 그리고 마케팅 비용으로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는 것 등이 이유다.
사실 마케팅 비를 대대적으로 감축하고 투자비용을 비축하면 대충 어떻게 해결될 문제다. 정 부족하면 정부에서 단기적으로 그때그때 투자하면 된다. 그런 대규모 망 구축이 매년 있는 것도 아니니까. 무엇보다 마케팅 비용. 뉴스를 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게 엄청나다. 단통법 시행 후 통신사들 수익이 늘어난 것도 바로 이 마케팅 비용이 절감돼서 그런 거고.
어차피 이제 단통법 때문에 웬만 한 사람들은 새 핸드폰 구입도 자주 못 한다. 마르고 닳도록 쓰는 수 밖에. 그렇다면 통신사도 마케팅 비용 점점 더 줄일 수 있을 거고. 이참에 아예 ‘단말기 완전 자급제 (통신사에서 핸드폰을 팔지 못하게 하는 것)’을 시행하면 마케팅 비는 더더욱 줄일 수 있을 테다. 모든 길이 단말기 완전 자급제로 향하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시점이다.
p.s.
사실 기본요금 완전 폐지는 약간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핸드폰을 안 써도 전파를 주고받으며 유지를 해야 하는 측면이 있으니까. 그래서 기본요금을 월 3천 원 정도로 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주장을 하며 압박 할 때는 ‘완전 폐지’를 들고 강력하게 나가야 한다. 그래야 최대한 깎아내지.
p.s.2
하는 김에 이통사들이 요금 표시할 때 ‘부가세 별도’로 하는 것 좀 없애자. 다른 것들은 다 부가세 포함 가격인데 왜 유동 통신사만 이걸 봐주는지 모르겠다. 최근 나온 데이터 중심 요금제인가 하는 것들도 무슨 2만원 대 요금제라고 해서 봤더니, 29,900 원. 그나마도 부가세 별도 요금. 부가세 포함하면 3만 원 초반 요금이다. 이것 참…
원문: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