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PD 해고 사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행합니다. (편집자 주)
권성민 PD가 해고됐습니다. MBC는 1월 19일 인사위원회를 통해 정직 6개월 후 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전보됐던 권성민 PD의 해고를 결정했습니다. MBC는 권성민 PD를 해고한 이유가 ‘인터넷에 편향적으로 저속한 표현을 동원해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을 한 행위로 중징계를 받은 뒤 또다시 같은 해사행위[1]를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과연 권성민 PD라는 사람이 해고를 당할 만큼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우리 모두 판단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엠병신이라고 말했다가 6개월 정직을 받은 권성민 PD
권성민 PD의 해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4년 5월 17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이날 ‘오늘의 유머’라는 인터넷 유머 커뮤니티에 실명으로 한 편의 글을 올립니다.
권성민 PD는 ‘엠병신 PD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다음, MBC를 좋아했던 자신이 파업 시작 다음 날 입사했다고 밝혔습니다. 7개월간의 파업 기간 동안 ‘마봉춘’은 계속 엠병신과 싸웠고, 직원들은 대리운전을 하면서도 MBC가 언론의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참아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MBC 보도는 그 자체조차 참사에 가까운 수준’ 이었고, 사장과 경영진은 오히려 MBC의 보도를 자랑했다며 MBC를 비판했습니다. 예능PD가, MBC를 엠병신으로 부르는 여론을 결코 모를 리 없었을 것입니다. 결국 권성민 PD는 6개월 정직이라는 징계를 받았습니다. 엠병신이라고 말하며, MBC의 수치스러운 세월호 참사 보도를 스스로 비판한 글로 말이죠.
권성민 PD가 6개월이라는 징계를 받을 만큼 MBC가 제대로 세월호 보도를 했고, 엠병신이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었을까요? 아이엠피터가 조사한 자료만 가지고도 이 방송국은 재난보도의 규칙조차 지키지 않았습니다. MBC는 목포 MBC기자가 구조자 160여명을 확인하고 MBC 전국부에 ‘학생 전원 구조 오보’ 가능성을 제기했을 때 묵살하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해경이 최초 구조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목포 MBC 기자가 보도하려고 하는 상황에서도 MBC 전국부는 해경 동영상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연일 보도되는 시기에도 MBC는 남의 나라 이야기, 유병언 추적이나 북한 무인기, 대통령 보호를 톱 뉴스, 혹은 주요 뉴스로 다뤘습니다. 밖에서 볼 때도 이 정도였는데, 과연 안에 있던 권성민 PD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요?
자기가 다니는 MBC를 누가 엠병신이라고 말하고 싶었겠습니까? 그러나 최소한 방송국 PD라면 스스로 내부 비판을 하려는 양심이 살아있어야 했습니다. 권 PD는 그 양심에 따라 글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양심에 따른 대가는 정직 6개월이라는 사실상의 해고였습니다.
정직 6개월 뒤에 내린, 비제작부서로의 유배
권성민 PD는 정직 6개월이 끝나고 복직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MBC는 12월에 복귀한 ‘예능국’ 권성민 PD를 ‘비제작부서’ 인 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전보 조처했습니다. 이 자체가 MBC는 더는 권 PD에게 제작을 맡기지 않겠다는 의미였습니다.
당시 MBC는 영화 <제보자> 의 실제 주인공이었던 한학수 PD를 비롯, 한국PD연합회 수상경력이 있던 이우환 PD 등도 신사업개발센터와 경인지사로 발령을 냈습니다.
말이 신사업개발센터이지, 한학수 PD는 스케이트장 관리 업무를 배당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MBC는 한학수 PD가 ‘훌륭한 역량 평가를 받았기 때문’ 이라고 밝혔습니다. 도대체 PD의 훌륭한 역량 평가가 언제부터 스케이트장 관리가 됐는지 참 신기합니다.[2]정직 6개월로도 모자라 좌천도 아닌 유배를 시킨 곳이 바로 MBC였습니다.
유배 생활 중에서도 예능국 복귀를 꿈꾸었던 예능PD
MBC가 권성민 PD가 해사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권 PD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예능국 이야기’라는 웹툰 때문입니다. 그는 웹툰에서 자신을 유배중이라고 표현하고, 김재철 전 MBC 사장의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권성민 PD가 페이스북에 올린 웹툰은 예능국 PD로 예능 프로그램이 어떻게 편집되고 있는지 제작 이야기를 솔직하게 그려낸 것이었습니다. 비록 유배됐지만 안에서 그가 얼마나 애타게 예능국을 그리워하고, 대한민국 방송이 올바르게 나아갈지를 고민하는 웹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재철 전 MBC 사장의 발언 역시 편집 과정과 자막 얘기를 하는 중에 나옵니다. 그 발언도 사실과 다르냐면 결코 아닙니다.
김재철 전 사장은 MBC 직원들 앞에서 ‘제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우리 사원들이 한강에 저를 매달아서 버리세요’라고 당당히 말했었습니다. 이미 사장이 아닌 사람이 했던 발언을 웹툰에 썼다고 그것이 회사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을까요?
조선시대 많은 학자들이 왕으로부터 미움을 받고 정쟁에 휘말려 유배를 떠났습니다. 그들은 유배지에서 임금이나 나라를 생각하는 글이나 자신의 일상을 담은 편지와 글을 만들었습니다. 오죽하면 ‘배소문학(配所文學)’[3]이라는 장르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김만중은 유배지에서 두 조카가 절도로 유배됐다는 소식을 듣고 ‘숙부와 조카 형제가 두루 나누어 차지했으니, 사람들이 보고는 신선 같다 할만도 하겠네’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권성민 PD는 ‘회사에 싫은 소리 했다가 수원으로 출근, 덕분에 정시 출근,정시 퇴근이라는 소중한 일상을 얻었고, 유배 생활 동안 예능국 이야기로 그리움을 달래보려 합니다.’라는 ‘유배툰’을 그려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4]조선의 왕들도 유배지에서 지은 가사와 저서 때문에 망나니를 보내 목을 자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MBC는 예능 PD가 유배지에서 예능국 이야기를 다룬 ‘유배툰’을 그렸다고 그를 해고 했습니다.
언론사가 언론의 자유를 무참히 말살하는 이런 모습에서, 어찌 우리가 MBC를 엠XX라고 부르지 않겠습니까? 지금 대한민국은 조선왕조보다 더 참혹한 언론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문 : 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