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자 주 : 이 글은 뉴발란스 재팬의 마케팅 부장인 스즈키 다케시 씨가 일본의 광고전문지 AdverTimes에 연재하고 있는 칼럼 <마케팅 여정 –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해 마케터에게 혁신을>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해적’에 대해서는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해적의 기를 건 스티브 잡스
조직에 관한 사고 방식에 대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 유명한 것은 우선 규모에 대한 것이다. 군대의 조직은 적은 수의 그룹 단위에서 시작하여, 하사관 한 명이 명령할 수 있는 인원은 150명을 넘지 않게 되어 있다. 서로의 얼굴과 이름을 일치시켜서 협업할 수 있는 규모는 한계라는 걸 직관적으로 잘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군대 조직의 규칙은 명령 계통이 항상 하나의 계단식(cascade, 상명하달식)으로, 상관의 지시를 충실히 실행해야 한다. 그런 조직은 역할 분담도 계급도 명확하기에 반대로 상관이 없어져도 계급에 따라 자동적으로 리더십이 이행되는 등 조직 운영도 규칙화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군대를 기초로 한 조직 스타일은 이제는 전혀 유행하지 않지만, 건설업계나 제철 등 중공업 현장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진다. 전체가 연계해서 거대한 결과물을 탄생시키는 산업이나 비즈니스에서는 규율이 중요하기에 이런 군대식 조직이 되기 쉽다. 또한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쉽기에 개인의 자유도나 창조성은 부차적이다.
군대(Army), 그 중에서도 해군(Navy)이 싫다고 공언한 이가 바로 스티브 잡스이다.
“It’s better to be a pirate than to join the Navy.” – Steve Jobs
그는 원칙을 중요시하기 보다 창조성이나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를 애플의 기업 문화로 장려하고 사내에도 해적의 깃발을 걸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해적’이라 하면 기업 조직과는 정반대로 들린다. 창업이 당연해진 현재, 기술 업계 등 스타트업에서는 이쪽이 일반적이다. <Eating the Big Fish>나 <Pirate Inside>같은 아담 모건의 저서를 읽으면 그런 조직 문화를 중시하는 기업은 IT 뿐만 아니라, 혁신을 일으키기 쉽고 성장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해적기를 건 스타트업 기업도 앞과 같은 조직 규모에 도달하면 군대 같은 논리를 취하고 소수의 그룹을 기초로 조직을 운영하는 게 기초가 되고 있다. 단 150명은 상당히 큰 규모이기에 최소 단위인, 군대로 치면 소대 규모인 5~6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라면 피자 2판의 팀(역주 : two pizza teams, L사이즈 피자 2판으로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는 5~7명 규모의 팀)이 최적이라 할 테지만 말이다.
“If you can’t feed a team with two pizzas, it’s too big.” – Jeff Bezos
해적이라도 사이즈 뿐만 아니라 업무 방식이나 조직 문화가 중요하다. 자유롭고 창조적인 해적이라도 역시 명확히 역할을 분담하고 조직의 규칙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군대에서는 개인 수준의 자질이 계급에 따라 정해지지만, 해적들은 잘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전문성에 따라 각자의 자유도와 창조성을 그룹으로 발휘할 수 있는 게 특징인 듯 하다. 소수의 전문가들이 연계하여 재빨리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테스트를 거듭하여 개선하고 대기업, 즉 해적이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성장하여 잠재 시장을 제패하는 모습은 확실히 해적이기에 가능한 거 같다.
내가 뉴발란스의 마케팅 조직 속에서 목표로 해 온 것은 이런 ‘해적 스타일’이다. 에이전시 등을 포함하여 파트너 기업과 하나가 되어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추진해 왔다. 에이전시와 격의 없는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한층 더 높은 혁신을 추구하는 마피아 스타일
스타트업에 한정되긴 하나, ‘한층 더 혁신을 추구하는 조직’이라는 사고 방식도 있는 거 같다. 그것은 해적이 아닌, ‘마피아’ 스타일이다.
이는 페이팔(PayPal)의 창업에 관여했던 피터 틸을 시작으로 테슬라 모터스를 창업한 엘론 머스크 등 이베이에 인수된 후 다양한 회사를 창업한 이들을 가리켜 ‘페이팔 마피아’라 부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투자가이기도 한 틸은 린 스타트업처럼 진행하면서 조금씩 개선하는 소수의 해적을 부정하고, 그런 방식으로는 사회에 영향력을 끼칠만한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고 여긴다.
그는 비록 규모는 소수라도, 기존의 전문성에 구애 되지 않고 진정으로 독립된 우수한 사람들이 사회를 바꿀 영향력을 가진 아이디어를 낳기 위해 창조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자 독립한 개인으로서 활동하는데, 특히 역할 분담을 하지 않아도 목적을 가지고 연계하여 협력하는 모습은 해적보다도 자유롭고 창조적인 느낌이다.
‘마피아’라는 말의 이미지로 치면 역으로 새로운 엘리트주의라 비판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극단적인 사고 방식이기는 하나, ‘역할을 분담하는 전문가의 협력’에는 어느 정도 창조성에 한계가 생긴다는 데에는 수긍을 한다.
어찌되었든 이후 마케팅 업계에서도 기계 자동화(Machine Automation)와 로봇이 등장할 것을 고려한다면, 인간 밖에 할 수 없는 새로운 창조성을 탄생시키기 위해 조직 형태나 문화가 미래를 향해 진화해야 할 것이다.
※ 역자 주 : 피터 틸(Peter Thiel)은 2014년 아마존에서 선정한 최고의 책인 <제로 투 원(Zero to One )>의 저자로 유명하다. (제로 투 원 홈페이지)
그가 오늘 방한하기 전에 들렸던 곳이 일본이고, 그래서인지 오늘 이 칼럼이 공개되었다. 테크 업계를 중심으로 페이팔 마피아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해적(Chiat\day, W+K, AKQA 등)을 넘어 마피아까지 진화한 광고회사는 R/GA 정도인 것 같다.
일찍이 나이키를 위해 애플과 협력하여 나이키 플러스를 만들면서 소비자를 중심으로 제품과 서비스로 둘러싸는 에코 시스템의 구축, 즉 ‘기능적 통합(functional integration)’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후에는 퓨얼밴드 탄생에 일조하면서 여러 테크 회사와 협업했고, 에이전시를 넘어 그들이 ‘business transformation’이라 부르는 컨설팅 영역까지 진출, 현재는 R/GA Accelerator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
그렇게 작년의 성과를 인정 받아 AdAge와 Adweek에서 동시에 올해의 에이전시로 선정이 되었다. 2014년 R/GA 작업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Beats by Dre>캠페인들. 캠페인을 준비하던 중에 클라이언트사가 애플에 인수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올해는 어떤 마피아들이 등장할지 기대된다.
원문 : Creative Multipli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