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일가족 4명이 집단 자살 시도를 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이 사고(?)로 아버지, 어머니, 큰아들이 숨지고 작은아들이 살아남았다. 게다가 외부 침입 흔적도 없는 밀실 사건. 마치 김전일을 연상시킨다(…)
물론 생존자가 있기 때문에 타살 혐의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작은아들 역시 연기를 많이 들이마셔 중태, 누가 봐도 일가족 집단 자살 시도였다.
특이한 점은 유일한 생존자인 작은아들이 119에 신고를 했다는 것. 그리고 119가 도착했을 때 문을 열어주고 다시 쓰러졌다는 점. 또 지난달 8일에도 아버지, 어머니, 작은아들이 비슷한 질식 사고를 겪었다는 사실…
살아남은 작은아들은 “형과 함께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가 형이 건네준 우유를 먹고 정신을 잃었고 깨어나 보니 온 집 안에 연기가 가득했다”고 진술했다. 나흘뒤 결국 범인이 작은아들로 밝혀졌다. 작은아들은 심지어 집 근처 원룸을 빌려 모의실험까지 했다고 한다. 기사가 나가고 “명불허전 ㅈㄹㄷ”, “호성형님 잘 계셨소, 네번째는 너랑께”, “작은 아들이 범인”, “홍어홍어” , “슨상님과 함께 운지~”, “내고향 7시의 흔한 사건.txt”라는 댓글이 달렸다.
또다시 등장한 홍어드립!!! 정말 이 조그만 땅에서 맨날 저 ㅈㄹ이라니…!!!
하지만 여기서 절름발이가 갑자기 다리를 펴기 시작한다. 이 일가족은 몇 년 전 전주로 이주한 안동 출신의 경상도 혈통이었다.
이 식스센스급 반전을 보며, 직업상 수도 없는 ‘홍어 드립’에 시달리던 내겐 문득 “과연 전라도에 강력 범죄가 많은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일반인이 가장 쉽게 접하는 매체인 인터넷에 회자된 사건 중 전라도에서 일어난 사건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간단히 생각나는 것만 떠올려 보자. ‘수갑 풀고 도주한 강지선’, ‘나주 여아 성폭행’, ‘여수 경찰 금고털이’ 등등. 하나같이 엄청나게 많은 이슈를 몰고 온 사건들이다.
하지만 여자들이 싫어하고, 중학생도 부끄러워하는 모 사이트 사용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아쉽게도 저기 언급된 사건의 피의자는 대부분 전라도 출신이 아니다. 하지만 홍어 댓글을 달지 말라고 피의자의 출신까지 기사에 쓸 수는 없잖은가?! 물론 열심히 뒤져보면 출신지가 나오는 기사들도 있다.
드러나는 이미지 말고, 진정 팩트에 근거해도 전라도가 과연 강력범죄 천국일까?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 전국 15개 경찰청 1년 5대 범죄 발생 건수는 62만 6천 774건인데 반해 전북의 5대 범죄 발생 건수는 1만 9천 900건에 불과하다.
이런 근거를 들이밀어도 일부 xx충들은 이런 반문을 던질 것이다. “야 전북에는 사람이 없잖아. 이 ㅂㅅ아ㅋㅋㅋ 이 홍어 같은 놈”
멍청한 족속들 같으니라고. 그래서 준비했다. 인구 10만 명당 5대 범죄 발생 건수. 이 통계 역시 전북은 1천 100건으로 전국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그것도 몇 년째. 전국 평균은 1천 330건. 그렇다면 왜?, 도대체 왜? 맨날 전라도의 사건 사고 기사가 포털을 장식할까? ‘사건이 잔인해서’, ‘특이한 사건이 많아서’, ‘그냥 전라도니깤ㅋㅋ’
모두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가장 큰 이유는 너무 사건이 없어서다. 무슨 말이냐 하면, 하도 사건이 없어 조용한 지역이기 때문에 무언가 ‘꺼리’가 생기면 기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사건의 핵심까지 파고든다.
전북에 얼마나 사건이 없느냐면, 무주경찰서에서 한 경찰은 음주운전자 3명을 무려 한 달 만에 단속했다고 포상휴가까지 받았다. 이 정도로 전북은 별일이 없다.
그게 바로 전라도 사건들이 포털을 장식하는 이유다. 물론 다른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려면 기초적인 데이터와 논리 정도는 가지고 반박해주길 바란다. 난 열려 있으니.
실제로 ‘오원춘급 사건’이 아니고서야 경기도 우범지대의 사건들이 기사화되기란 쉽지가 않다. 경기도에 있는 기자들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고 있자면 전라도에서 일어나 기사화된 사건쯤은 우스운 축에 든다는 것. 문제는 모든 사건을 일일이 취재할 수 없기 때문에 경찰이 브리핑하는, 혹 자료 조사를 해주는 사건이 아니고서야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홍어 댓글이 인터넷에 등장하는 이유….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너무 ‘홍어, 홍어’하지 마라. 전북은 아마 열심히 홍어 드립 치는 당신이 사는 그곳보다는 안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