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목장입니다. 괜찮은 기사를 하나 발견해서 링크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제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신선식품은 항상 냉동식품보다 낫다는 속설입니다. 잘 냉동된 식품은 냉장상태로 보관한 것보다 오히려 나을 수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만 그게 가능하려면 조금 조건이 까다롭죠. 그렇다면 어떨 때 그게 가능할까요?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간략한 토막지식만 몇 개 나열해보죠. 풀어 쓰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거든요.
- 냉동과정에서 식품의 품질이 떨어지는 이유는 얼음결정들이 생성되면서 식품의 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 냉동육을 보관하기에 적당한 온도는 영하 18도 이하이다.
- 냉동이든, 냉장이든, 보관온도는 편차가 심하지 않고 정온을 유지할수록 좋다. 냉동의 경우 온도가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며 편차가 심하면 심할수록 얼음결정들이 커진다. 그렇게 커진 얼음결정들은 식품의 세포를 더 많이 파괴한다.
- 냉동육을 보관할 때에는 영하 18도 이하여도 충분하지만, 최초로 냉동할 때에는 급속냉동하는 것이 좋다.
- 급속냉동이란 말 그대로 빨리 얼린다는 것이다. 냉동속도가 빠르면 빠를 수록 최종 제품의 얼음결정이 작기 때문이다. 식육업계 일반적인 급속냉동 온도는 영하 40도이다.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이상적으로만 본다면 액화질소에 넣는 것이 가장 좋다.
- 냉동육을 해동하였을 때 복원력은 해동과정에서 판가름난다.
즉, 냉동식품이 신선식품보다 나으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 급속냉동한 것
- 해동을 엄청 잘해야 할 것
급속냉동은 그냥 생산자가 다 알아서 합니다. 그러니까 해동 잘하는 방법만 알아두면 되겠군요.
얼린 고기 빨리 녹이는 (하지만 복원력이 안 좋은) 법
일러두기
아래 제시한 방법은 경험으로 얻은 것들에 더해 학교에서 배운것들을 나열하였습니다. 직접 실험해서 검증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의견들이 그렇게 틀릴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먼저 말씀드릴 것은 빨리 녹이면 그만큼 맛이 없다는 겁니다. 드립(핏물)이 좔좔 흐르고 그만큼 맛은 없어지죠. 맛을 위해서라면 비추입니다. 이렇게 녹여서 신선육 만큼의 맛을 원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빨리 녹이는 법을 원하시더군요.
1.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린다
전자레인지의 전자파(Microwave)는 적당한 크기의 고기 정도는 그냥 투과해 들어가 고기에 함유된 수분을 진동시켜 열을 발생시킵니다. 가장 빨리 녹이는 방법이죠. 너무 돌려버리면 고기가 익어버리겠죠. 적당히 해동될 정도로만 돌려야 하는데 그 적당히라는 지점을 찾기도 어려울 겁니다.
그 지점만 정확히 안다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산업용 기계 스케일로 간다면 거의 이상적인 방법으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전자파를 해동에 맞춰 잘 조절한다면 빠르면서 복원력도 좋다고 학교에서 배웠던 기억이 나기는 하지만…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집에서 쓰기에는 비추입니다.
2. 스테인리스강 같은 금속재질 위에 올려둔다
우리는 고등학교 과학시간에 열의 이동은 전도, 대류, 복사 이런 세가지의 방법이 있다고 배웠습니다. 그 중에 가장 빠른 것은 바로 전도겠죠. 이유는 모르겠는데 고기 작업하다보면 육절기 위에 있는 고기는 정말 순식간에 녹아버리더군요. 그 육절기의 재질이 스테인리스강입니다.
주변에 스테인리스강 참 쉽게 보죠. 싱크대만 해도 스테인리스죠 아마? 물론 닿는 부분이 빨리 녹는 거니까 적당히 시간날 때마다 이리저리 돌리는게 좋겠습니다. 물론 복원력은 떨어집니다.
3. 바닥에 깔아놓는다
적당히 빠르면서 그나마 품질도 적당히만 떨어지는 괜찮은 방법입니다. 우리도 거래처에서 빨리 써야 하니까 급히 녹여달라고 하면 사용하는 방법이죠. 경험상 도마 위에 그냥 둔 것보다 훨씬 빨리 녹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네요.
어떤 분은 지열이 올라와서 그러는 것이다… 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게 맞다면 아파트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말이겠죠? 아, 따라하진 마세요. 우리 현장은 어디에나 냉동기의 영향으로 항상 싸늘하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집에서 한다면 그냥 상온에 꺼내두는 거랑 다를게 없겠죠.
4.단열재 역할을 할 만한 것들로 둘러싸서 상온에 꺼내둔다
그 단열재가 얼마나 외부의 온도를 차단할 수 있느냐에 따라 복원력이 더 좋아지겠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해동은 서서히 할수록 맛있습니다. 골판지박스, 스티로폼박스, 뽁뽁이…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많겠죠.
5. 그냥 상온에 꺼내둔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겠죠?
그렇다면, 얼린 고기 맛있게 녹이는 법
여기부터는 품질에 신경을 많이 쓰는 방법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녹는 속도는 느립니다.
1. 냉장고 안에서 서서히 녹인다
제가 가장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시간만 여유 있게 잡으면 경제적인데다 신경 쓸 것도 없기 때문이죠. 냉장고에 그냥 두는 겁니다. 덩어리가 클 수록 녹는데 오래 걸립니다. 그래도 일반적인 가정에서 쓰는 양 정도면 하루면 다 녹겠죠. 여기에서도 역시 냉장 온도는 정온 유지가 이상적입니다. 따라서 가정에서 쓰기에는 일반냉장고보다는 김치냉장고가 훨씬 낫겠습니다.
2. 진공포장한 채로 찬물에 담가 상온에 둔다
- 진공포장: 고기 내부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굳이 진공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말이죠. 지퍼백같은 것으로 밀봉해도 될 것 같네요.
- 찬물: 온도는 0도~2도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가정에서 그렇게 온도를 유지하기는 힘들겠죠. 이 점에서 제가 이 방법을 빠르게 녹이는 법으로 분류할까, 맛있게 녹이는 법으로 분류할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보기에는 이 방법은 뭔가… 하이브리드같은 거거든요.
일반적인 수돗물로 한다면 이 방법은 그저 빠르기만 한 방법일 겁니다. 그래도 복원력은 꽤나 좋은 편이죠. 왜냐하면 그나마 물은 정온유지가 잘 되기 때문입니다. 온도편차가 공기만큼 그렇게 크지 않아요. 그 장점만 해도 물을 사용한다는 건 상당히 훌륭한 방법이 되겠죠. 여기까지 기본적인 방법이면, 이후 조금 더 변형된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3. 진공포장하여 찬물에 담근 채 냉장고 안에 넣어둔다
이쯤되면 생고기와 다를 바 없는 복원력을 보여줍니다. 이게 냉동시켰던 것이다라고 알려주지 않고 그냥 먹게 하면 생고기라고 생각할 겁니다. 이쯤 되면 위의 기사처럼 냉장육보다 냉동육이 낫다는게 말이 되죠. 냉장고 안에 물을 두고 그 안에 고기를 넣으면 그 고기는 완벽하게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거든요.
게다가 냉동육 자체가 워낙 온도가 낮은 놈이기 때문에 (보관온도 영하 18도) 찬물에 넣어 두면 고기와 물 사이에 살얼음이 낍니다. 그 얼음이 또 단열재역할을 해서 더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죠. 네. 예상하셨겠지만 복원력이 가장 좋은 반면, 가장 느린 해동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해동할 때도 쓰이겠지만, 그냥 냉장육을 보관할 때도 가장 완벽한 방법입니다. 이렇게 보관한 고기는 60일까지 시험삼아 보관해봤는데, 어제 전에 작업한 고기같았죠. 아마 못해도 냉장상태로 90일까지도 충분히 보관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4. 진공포장해 흐르는 찬물에 담근다
만일 물의 온도를 0도~2도 정도로 유지할 수 있다면 위의 방법에서 속도까지 빠르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흐르는 물이라는 것은 살얼음이 안 끼도록 하기 위함이죠. 실생활에서는 할 수 없는 방법이겠지만, 기계를 동원한다면 가능한 방법입니다. 냉동기로 물을 차갑게 만들면서 펌프를 통해 물을 순환시킨다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겠죠. 물론, 그렇게 한다면 효익에 비해 제작단가가 비쌀 테니 절대 안 할 겁니다.
물의 온도를 일반적인 수돗물 정도로 한다면 아까 그냥 담근채로 한 방법보다 더 빨리 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빨리 해동할 필요가 있을 때 가장 권장하는 방법입니다. 가정에서는 싱크대에 대야에 물을 받아놓고 고기를 담근 후 물을 계속 틀어놓는 것 정도로 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