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맨 팀 옹달샘 파문으로 돌아보는, 혐오발언 과거를 지닌 연예인을 대하는 자세에 관하여 간단한 생각 메모.
도달하고자 하는 “최종상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발언이 금기시되는 것. 그걸 위해 필요한 것을, 역산해야 한다.
A. 혐오발언자의 명시적 반성과 개선: 최소 3가지 요인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
A1.가해사실의 구체적 인식.
A2.그것이 잘못임을 구체적 인정, 구체적 대상에 사과.
A3.구체적 개선 플랜.
모두 갖추지 않았으면, B로.
B. A를 하도록 주변의 압박.
이런 판단 틀에서, 옹달샘 건에 대한 몇가지 인식을 정리할 수 있다.
– 이미 연타로 몇차례 문제가 되었고 삼풍 피해자 건으로 결국 기자회견까지 했음에도, 놀랍게도 A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A1에서 구체적 명시, 즉 왜 그게 가해가 되는지를 담지 않았다(“격한 발언”이었다고만 명시해서, 결국 수위의 문제로만 환원).
A2는 “본의 아니게”라는 말로 망쳤다.
A3은 “평생 노력하겠습니다”만 있지, 뭘 하겠다는게 깨끗하게 결여. 방송출연 지속 여부는 회사에 걍 토스. 그 전에 여성혐오나 군시절 부하, 현 직원 등에 대한 비하 사과 당시에는 그나마 이 수준으로도 안했고.
– 그러니 대중이 B, 즉 시장에 대한 압력으로 출연 하차 압박을 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그간 한국 코미디에서의 여러 ‘아래 방향으로 주먹 날리기(punching down)’ 관행의 문제를 생각하면, 그런 압박은 응원해야할 일이다.
다만 그게 A를 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계속 다잡아서, 사람들이 하차시킨다는 응징의 쾌감에만 도취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은(대중운동이 커지다보면, 그렇게 도취되는 이들이 거의 필연적으로 일정량 등장하곤 하여 또다른 방향의 문제를 낳는다) 반드시 필요하다.
– 이 사안을 “표현의 자유 억압”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아직 먼 발치다. 민주제를 위해 필요한 표현의 자유란, 발언을 법적으로 원천봉쇄하 것을 최소화하고 물리적 폭력으로 틀어막는 것을 금하자는 법제도 층위다(확실한 가해 유도를 담은 경우로만 규제를 한정한다는, 미국발 기준이든, 다른 동네의 다른 기준이든).
반면 어떤 류의 발언을 하지 말도록 여론을 조성하고 시장에 대한 간접적인 압력을 가하는 것은 담론의 영역, 규범 층위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표현의 자유는 사상의 자유시장을 보장하는 것까지고, 그 시장 안에서는 규범 기준과 담론 경쟁에 의해 특정 사상의 선택과 퇴출이 얼마든지 이뤄진다. 이뤄지지 않으면 곤란하다.
종합하자면, 옹달샘측이 제발 제대로 된 수습을 좀 하시면 된다. 안하면 더욱 수세에 몰리는 것이고. 절대 어렵지 않으니, 한번 담아보자.
A1.여성, 부하직원, 하급자, 재난피해자 등 저희에 비해 사회적 약자에 놓인 이들에 대한 멸시를 막말로 풀어내며 인기를 모았습니다. 저희들의 미숙한 사회 인식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었습니다.
A2.저희가 그간 소재로 삼았던 우리 사회의 모든 여성, 하급자, 피해자들에게 사죄드립니다. 이번에 부각된 사례가 아닌 더 많은 경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A3.각 프로에서 허용해주시는 대로 자숙기간에 들어가서 정식으로 인권을 공부하고, 아래를 때리는 것이 아니라 윗방향으로 풍자를 날리는 방식의 개그를 연마하여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하게도, 고작 옹달샘 사건의 수습 하나에만 적용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좀 더 보편적 활용이 가능한 판단틀이다.
원문: capcold님의 블로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