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黃帝曰: 夫陰陽交接節度, 為之奈何? 素女曰: 交接之道, 故有形狀, 男致不衰, 女除百病, 心意娛樂, 氣力強. 然不知行者, 漸以衰損. 欲知其道, 在於定氣、安心、和志. 三氣皆至, 神明統歸, 不寒不熱, 不飢不飽, 寧身定體, 性必舒遲, 淺內徐動, 出入欲希. 女快意, 男盛不衰, 以此為節.
황제가 말했다.
“무릇 성관계에 절도가 있어야 한다는 건 무슨 뜻인가?”
소녀가 말했다.
“성관계에는 예로부터 자세가 중요했습니다. 남성은 수그러들어선 안 되고, 여성은 여러 병을 피해야 하죠. 마음이 즐거우면서도 기력이 튼튼해야 합니다. 이런 걸 모르고 성관계부터 하게 되면 점차 쇠약해지게 되죠. 성관계하는 방법을 알고 싶으시다면, 우선 기운을 바르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뜻을 평온하게 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면 정신이 올바르게 돌아와, 추위도 더위도 느끼지 않고, 배고픔도 배부름도 느끼지 않고, 몸을 안녕하고도 바르게 유지할 수가 있어요. 여유로우면서도 느리게, 얕게 들어가서 천천히 움직이고, 나갔다가 들어가는 일은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여성이 쾌락을 느끼면서 남성은 수그러들지 않으니, 이게 바로 절도인 겁니다.”
소녀경은 책 전반에서 성관계에 여유를 가질 것을 강조한다. 정신을 안정시키고 평온한 마음으로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말처럼 쉽게 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앞선 문단에서 ‘삽입을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는 부분과 연관되는 내용. 여유로우면서도 느리게 움직이라거나 나갔다가 들어가는 일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조언은 일찍 사정하는 일을 막고 여성과 함께 성관계를 즐기기 위한 것이다. ‘남자는 수그러들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 그런 까닭이다.
그러나 ‘얕게 들어가라’는 것은 쉬이 이해하기 어려운 조언이다. 조루를 피하기 위한 조언으로는 아무래도 부적절해 보이고, 오히려 사정을 촉진하는 방법에 가까운 것 같다. 그렇다면 소녀는 대체 황제에게 왜 이런 조언을 했을까.
중국 신화의 전설적인 인물이며 실로 반인반신에 가까운 존재였던 황제. 비록 조루와 지루, 그리고 잠시 후에는 발기부전(…)까지 겪을 예정이라 실로 침대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수난을 겪었다 할 만하지만, 사실 “섹스가 뭔가요? 먹는 건가요? 우적우적” 하는 범인들도 이런 수난을 안 겪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범인들에게도 그런데 수많은 후궁을 거느린 절대 군주 황제에게야 더 말할 필요가 있으랴. 반인반신 황제는 사실 상당히 절륜한 인물이었음이 틀림없다.
소녀경에서 엿보이는 왠지 찌질거리는 이미지와 달리 황제가 절륜한 대물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대물이라면 여성에게 큰 만족을 줄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성기의 크기는 의외로 여성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학설이 대세. 이는 질의 길이가 일반적으로 음경의 길이에 비해 짧고, 성감을 느끼는 부위 역시 입구 부분에 집중되는 등 그리 깊이 위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대물(…)이 주는 심리적인 만족이나 남성 스스로의 자신감 등 해부학적 구조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요소도 있겠지만, 어쨌든 일단.
오히려 너무 큰 크기는 성관계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충분한 전희를 거쳐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가진다면 질이 신축성이 뛰어난 기관인 덕에 물건의 크기와 관계없이 양자 모두 성관계를 즐길 수 있게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오히려 깊이 삽입하는 것이 여성에게 즐거움 대신 고통을 줄 수 있다. 앞서 얘기했듯 질의 길이가 생각보다 짧고, 성감 역시 입구 부분에 집중되기 때문.
사실 이것은 대물 절륜남 반인반신 황제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조언이다. 전희 없이 처음부터 깊이 삽입한다거나, 단순히 격한 상하운동만 반복하는 등의 문제는 비단 초심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쨌든 그 얕은 삽입 가운데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자세(…)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게 될 것이지만, 일단 황제는 이 정도 가르침만으로도 자신감을 얻었는지 이 대화는 여기서 마무리된다.
원문
黃帝問玄女曰: 吾受素女陰陽之術, 自有法矣. 願復命之, 以悉其道. 玄女曰: 天地之間, 動須陰陽, 陽得陰而化, 陰得陽而通. 一陰一陽, 相須而行. 故男感堅強, 女動辟張, 二氣交精, 流液相通. 男有八節, 女有九宮, 用之失度, 男發癱疽, 女害月經, 百病生長, 壽命消亡. 能知其道, 樂而且強, 壽即增延, 色如華英.
황제가 현녀에게 물었다.
“소녀에게 성관계하는 기술을 좀 들어서 나름 법칙을 세워서 하고 있다. 그 방법을 좀 더 알고 싶다.”
현녀가 대답했다.
“하늘과 땅은 음양을 따라 움직입니다. 양이 음을 만나면 변화가 일어나고, 음이 양을 만나면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이렇게 음과 양이 있어서 서로가 서로를 따라 움직입니다. 남자는 단단해지고 여자는 확장되기 마련이니, 이 두 가지 기운이 정을 나누어 정액이 남녀 사이에 통하게 되는 것이죠. 남자에게는 여덟 가지 절도가 있고, 여자에게는 아홉 가지 율법이 있으니,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남자는 종기 같은 병이 생기고 여자는 월경에 문제가 생기게 되죠. 온갖 병이 여기서 생기고 수명까지 깎아 먹기 마련입니다. 마땅히 제대로 된 방법을 알고 해야 즐기면서도 강건히 성관계를 할 수 있으며, 이렇게 자연히 수명도 늘어나고, 얼굴빛도 좋아지는 겁니다.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기 시작한 황제. 대물 절륜남 반인반신에 소녀에게 방중술의 기초까지 익혔으니, 그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더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뜬금없이 현녀라는 여자에게 접근해서 “내가 섹스를 좀 잘 한다”고 잘난 척을 하기 시작하는데… 그러나 우리의 쿨걸 현녀는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 없는 방중술의 온갖 잡학들을 동원하여 찝쩍남 황제를 퇴치한다.
음양(陰陽)은 비단 방중술뿐 아니라 한의학 전반을 지배하는 비유인데, 일반적으로 양(陽)이 대사 과정이나 에너지의 흐름, 움직임 등을 상징한다면, 음(陰)은 물질적인 기반을 상징한다. 폭포를 예로 들자면, 실제로 쏟아지는 물은 음(陰), 이 물을 쏟아지게끔 하는 위치 에너지는 양(陽)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양이 음을 만나면 변화가 일어나고, 음이 양을 만나면 움직임이 일어난다”는 것도 같은 이치로 이해할 수 있다. 컵 속의 물은 움직이지 않지만, 이 컵을 들어 기울이면 위치 에너지에 의해 바닥으로 쏟아진다. 에너지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지만, 폭포의 물이나 컵 속의 물이 떨어지는 모양으로 우리에게 인식된다.
현녀는 이를 성관계의 양상에 빗댄다. 남성을 단단하고 저돌적인 에너지에 빗대자면, 여성은 부드럽고 포용적인 기반에 빗댈 수 있다. 이 서로 다른 성질이 서로 교류하고 마찰함으로써 비로소 성관계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다만 현녀 역시 소녀와 마찬가지로 양양의 조합이라든가 음음의 조합 같은 건 상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이제 겨우 소녀에게 하나를 배워 잘난 척을 하는 황제에게 현녀는 무려 ‘여덟 가지의 절도’와 ‘아홉 가지의 규율’을 언급한다. 물론 이것이 무엇인지는 가르쳐주지 않는데, 소녀경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이런 식의 서술이 가득하다. 절단신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진짜 무서운 것은 그게 뭔지 소녀경을 끝까지 읽어도 안 나온다는 것. 절륜한 낚시신공이다. 그렇다고 실망하진 마시라. 소녀경은 어딘가 쓸모없어 보이는 여덟 가지 ‘절도’와 아홉 가지 ‘규율’ 대신, 남성에게 유익한 여덟 가지와, 최고의 즐거움을 주는 아홉 가지 ‘체위’를 가르칠 예정이니 말이다.
한편 이렇게 나름의 자신감을 갖고 현녀에게 들이댔다가 쪽도 못 쓰고 처참하게 깨진 황제는 여성에 대한 자신감을 급격히 상실했는지 최악의 상황에 빠지고 만다. ‘고개 숙인 남자’가 되고 만 것.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끝내 관계를 맺는 데 실패한 황제는 지금까지의 자신감은 어디로 가고 징징거리며 소녀에게 다시 달려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