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습기를 구입하지 마세요!!」에서 제습기의 남용(?)을 비판했습니다. 블로그 개설 후 처음으로 방문자가 한 30배쯤 폭증할 만큼 관심이 대단하더군요…
마침 저도 다시 제습기를 구입해야 할 상황이 생겼습니다.
제습기 사지 말라던 제가 바이럴 마케터에 포섭되어 제습기빠로 변절한 것일까요? ㅋㅋㅋ
제가 이전 글에서 제습기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했던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 우리나라 기후에서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Living area)에는 제습기보다 에어컨이 분명히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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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습기와 에어컨의 소비전력당 제습 능력은 거의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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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습기는 가동 시 실내 기온을 상승시킵니다. 에어컨은 같은 에너지 소모하면서 제습과 함께 실내 온도를 낮춰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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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보다 제습기가 더 좋은 상황은, 온도가 낮고 습도가 높은 상황인데, 우리나라는 이런 상황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저는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에는 모두 에어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쾌적한 정도로 에어컨을 가동하는 이상, 같은 방의 옷장 옷이 눅눅해지거나 하지 않습니다. 제습량이 같다면, 에어컨이 제습기보다 전기를 더 먹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그리고 에어컨도 없는 지하 창고에서 발생했습니다.(2평 조금 넘는 작은 공간입니다.) 지하 창고같이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실내거나 습기 조절이 필요한 경우, 외국에선 HRV를 사용합니다.
위의 사진은 실외 습기가 많은 여름철의 HRV 작동 도식입니다. 풀어 설명하면, 환기를 위해 실내 공기를 배출하고, 실외 공기를 유입시키는데, 급기되는 공기에 포함된 습기는 열교환기에서 습기만 이동시켜 배기시키는 구조입니다. 제습기를 사용하지 않고 이런 HRV를 사용하는 이유는 당연히도 에너지 효율 문제입니다. HRV는 컴프레셔(압축기)나 발열체가 없는 단순한 열교환기이기 때문에 가동 시 전력소모량이 매우 적습니다.(가정용의 경우 50~100Wh 정도)
온도가 같을 경우, 통상 실외보다 실내의 습도가 더 높습니다. 실내 공기는 아무튼 실외에서 온 것인데, 실내엔 습기를 추가로 공급하는 공급원만 있기 때문이죠.(사람, 빨래, 요리 등)
그러므로 실내 습도가 실외습도보다 낮은 경우는
- 실내 온도를 높인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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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이나 제습기를 가동한 경우 두 가지 경우밖에 없게 되겠습니다.
여름철 실내 에어컨 가동도 아끼는 마당에, 창고에 에어컨이나 제습기를 가동하는 것은 어불성설. 우선적으로 적용 시도한 솔루션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환기팬 설치
위의 HRV 작동 설명처럼, 실내 습기는 실외로 공기와 함께 배출시키는 것이 가장 적은 에너지가 드는 방안입니다. 화장실에 환기팬이 필수적으로 설치된 이유도 똥냄새~를 배출시키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습기를 배출시키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저희 집 지하 창고에 설치된 환기팬. 100cm/h 사양. 한 시간에 10분 정도씩 환기목적으로 타이머 동작하도록 사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환기팬 작동으로도 창고 습도가 계속 너무 높게 올라가는 상황이 지속되어 환기팬을 24시간 가동시켜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상황이 더 악화되었습니다.
위 사진은 창고 출입문 아래 바닥의 상황을 찍은 사진입니다. 환기팬을 더 적극적으로 가동했더니, 오히려 습도가 급격히 더 늘어났고, 창고바닥에 전체적으로 결로까지 발생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출입문 아래 바닥처럼 유입공기의 유속이 빨라지는 곳에 결로가 집중적으로 생긴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차가운 바닥과 높은 외기 습도 문제로 “배기를 적극적으로”하는 방법으로는 제습기의 원리처럼 환기팬으로 유입된 외기가 차가운 바닥과의 접촉으로 인해 결로 발생을 오히려 증가시킵니다. 따라서 환기팬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2. 염화칼슘 제습제
카라반에서 쓰다가 창고로 긴급 차출된 염화칼슘 제습통. 물먹는 하마 8개 정도 분량의 제습통인데, 흐미, 하루 만에 꽉 채운 염화칼슘이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염화칼슘이 얼마나 빠르게 녹아 흘렀길래, 아래에 얼음처럼 다시 염화칼슘 덩어리가 생성되었네요.
자, 이제 “저 에너지소모” 제습 방법으로는 창고의 습기 제어가 불가능하다는 결론. 방법은 두 가지!
- 환기팬 단속운전, 창고 바닥난방(다행히 창고에도 난방배관은 깔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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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팬 단속운전, 제습기 사용
여름철 딱 이 공간 때문에 가스보일러를 돌리는 것은 오히려 에너지 낭비가 오히려 더 큽니다. 2번 방안으로 결정합니다. 창고 공간은 높이 2m, 바닥 넓이 2평이 조금 안 되는 작은 공간입니다. 그래서 용량도 작고, 소비전력도 작은 제습기를 우선 알아보았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소용량 제습기는 일 제습량 1L 미만, 소비전력 100w 미만 정도의 사양인데, 거의 다 제 성능을 낼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이유는 이들 제품의 냉각방식이 컴프레셔 방식이 아닌, 펠티어소자를 이용한, 일명 “반도체 냉각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냉각방식은 아직 냉각성능이 크게 떨어지고, 대용량 제품화가 어려워 냉장고나 공조기기에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한 방식입니다.
그래서 제습기 구매 조건을
- (반도체 냉각방식이 아닌) 컴프레셔가 채용된 제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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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싸고, 물통 크기가 큰 제습기
로 골랐습니다.
최종적으로 구입한 제품은 하이얼 HDE6C 제습기. 소비전력 150Wh, 일 제습량 6L이며, 가장 중요한 구입 가격은 99,000원. 동급 국산 제습기의 반값이네요. 성능대비 가격면에서 비교 대상이 없을 만큼 저렴합니다. 게다가 6L급 제습기 중 물통 크기도 가장 큽니다.(3.5L)
하이얼은 중국산 제품이지만, 제습기 생산량 세계 1위이고, 컨슈머리포트에서도 Frigidaire 사와 함께 가장 많은 제품이 추천제품으로 선정되고 있는 업체입니다. 하이얼이 에어컨까지는 아직 LG나 샤프 등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제습기시장은 이미 장악한 상태죠.
구입하자마자 물바다 난리 난 창고에 긴급 투입. 얼마나 습도가 높았는지, 일 제습 용량 6L의 제습기인데, 가동 개시 후 하루 동안 9L 이상의 물을 배출했네요… 가동 하루 만에 창고 습도를 40% 미만까지 낮춰 당분간 유지 중입니다. 문제 해결! 저의 경우 사용 공간에 비해 상당히 큰 제습기를 사용했던 셈인데, 이 제품보다 더 저렴하면서 제습 용량도 적당히 적은 제품은 시중에 없는 듯해 보입니다.
이상, 이준노 씨의 제습기 사용기를 마치며 제습기 용량 가격대별 추천제품도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용량별 제습기 추천에 앞서서,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제습기 성능시험 결과에 따르면, 일 제습량 25L 이상 급의 제습기가 그보다 더 작은 용량의 제습기보다 큰 공간, 작은 공간 모두 제습 능력이 더 우수했으며(당연하죠), 작은 공간에서 사용 시의 제습 능력당 소비전력도 소용량 제습기보다 더 좋았다고 합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대용량 제습기의 냉각핀 면적이 더 넓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즉, 전력사용 효율을 고려하면 가급적 대용량 제습기를 사용하는 것이 모든 운용 경우에서 더 전기를 적게 먹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대용량 제습기를 구입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네요…
위의 두 제품은 일 제습량 10L 제습기이고, 아래 두 제품은 25~30L 용량 제습기입니다.
얼래? 성능은 3배가량 차이 나는데, 가격은 비슷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30L 용량 제습기 대신에 10L 용량 제습기를 같은 가격에 구입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위에 설명드렸듯이, 일 제습량 25L 이상 급의 대형 제습기가 좁은 공간에서도 제습량 당 전력소모가 더 적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아이러니가 발생한 이유는 제습기 시장의 특수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일단 저용량 제품을 더 선호했고, 제조사들은 저용량 제품 쪽에서 최다 이윤을 내기 위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어 이런 시장 왜곡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용량 제습기는 전기를 더 먹더라도 부피와 무게가 최대한 작아야만 하는 특별한 사용 목적이 아니면 구입 가치가 크게 떨어집니다.
자, 이제 가격대별 제습기 추천.
10만 원 미만
하이얼 HDE6. 99,000원. 일 제습량 6L, 물통 크기 3.5L
20만 원 전후
TCL DEC-14. 19만 5천 원. 일 제습량 14L. TCL은 중국 2위의 가전 업체입니다. 이탈리아 DeLonghi도 사실상 합병했죠.
30만 원 전후
LG LD-307DSL 34만 5천 원. 일 제습량 30L. 국산 브랜드 제품 중 가장 성능 대비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
마지막으로, 제습기에 대한 2012년 미국 에너지스타 인증 기준은 1kWh의 전력으로 1.88L의 제습이 가능해야 합니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은 국내 판매 중인 제습기 중에서는 없는 듯하며, 위에 추천한 3기종도 모두 에너지 스타 인증기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다만 LG LD-307DSL 제품이 에너지스타 인증기준에 95% 근접하여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