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국민여동생이 부르는 첫사랑을 닮은 꽃
작년 IU의 병문안 사건 이후 공석이 되어버린 국민여동생 자리를 무섭게 꿰찬 수혜자는 다름아닌 IU의 기타선생님에서 국민여동생으로 하루아침에 렙업된 주니엘이 아닐까 싶다. 예쁜 목소리와 음악성을 겸비해 주목을 받은 그녀는 ‘첫사랑은 아름다워서 꽃’이라는 다소 고전적인 데뷔 곡 <illa illa>를 들고 등장했다.
노래 속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그 꽃, illa illa(꽃 중의 꽃 근혜님 꽃 일랑일랑이 아니다;;)는 정신 없이 앓는 열병이고, 너무 사랑해서 갖질 못하는 미련이다. 드라마틱한 전개의 슬픈 노래지만 옐로우 톤의 따뜻한 기타 사운드 덕분인지 연녹색 빛을 연상시켜 데뷔하는 소녀가수의 풋풋함을 살렸는데… 음악적 고찰은 이쯤에서 집어 치우고 식물덕후스럽게 그 꽃 illa illa와 닮은 식물을 연상해 보자.
헬레네의 눈물에서 비롯된 식물
연녹색의 5mm도 채 안 되는 길다란 줄기가 하늘하늘 흔들리는 자태, 상상만 해도 순수하고 예쁘다. 꽃도 아기자기한 잎들 사이 연분홍 눈송이처럼 살포시 피어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손가락으로 살짝 쓰다듬어만 줘도 풋풋한 레몬향기를 잔뜩 발산하는 첫사랑을 닮은 식물은, 바로 골든레몬타임이다.
더군다나 이 식물은 아름다워서 기구한 인생을 산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의 눈물에서 피어난 식물이다. 헬레네야 말로 트로이 왕자 파리스와의 열병 같은 사랑 때문에 사랑의 도피를 했지만 빡친 남편 메넬라오스가 일으킨 트로이 전쟁으로 사랑하는 파리스가 죽게 됐으니 예뻐서 기구하다는 인생의 아이콘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 받고 전 남편에게 돌아가 말년엔 해피엔드를 맞았다는 설이 유력하다니 역시 여자는 예쁘고 볼 일인가 보다..)
이 아름다워서 슬픈 첫사랑 같기도 하고 열병 같은 사랑을 한 헬레네의 눈물에서 비롯된 레몬타임은 실버타임, 커먼타임 등과 함께 타임에 속하는 허브로 우리말로는 백리향이라고도 불린다. 향이 백리까지 간다는 의미로 붙여진 것으로 봤을 때, 이 타임이란 계족이 향이 어마어마하게 진향 혈통이란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어떻게 키워 볼까?
레몬타임은 씨앗으로 잘 판매되지 않으니 꽃집에서 직접 구매하기를 권장한다. 보통 종이컵보다 조금 넓은 얇은 플라스틱 Pot(화분을 Pot이라고 한다)에 10cm 가량이거나 조금 낮은 높이로 자라있는 것이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별다방의 오늘의 커피에서 ±1000원 정도 수준. (+1000원 이상부터는 바가지니, 다른 꽃집을 이용하자)
이렇게 구매한 레몬타임은 햇빛이 잘 들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키워주면 되는데, 부득이하게 실내에서 키우는 경우라면 넉넉한 화분에 심고 최대한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는 것이 좋다.
햇빛만큼이나 통풍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도 다반사인데, 이 경우에는 뿌리가 항상 젖어있는 게 가장 큰 문제가 된다. 뿌리 썩음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흙을 완전히 말린 다음에 흠뻑 물을 주고, 다시 흙이 완전히 말렸을 때 다시 흠뻑 물을 주는 것이 가장 좋다(쉽게 말해 뿌리를 한 번 말렸다 적셨다 하는 방법). 흙을 뒤적거려서 다져주는 작업으로 공기를 통하게 해주고, 비주얼부터가 상당히 연약해 보이는 풀떼기이므로 날씨가 추운 12~3월경에는 실내에서 길러주자!
번식이 무섭다고?
초보자들이 식물을 키울 땐, 반응이 빠른 식물을 키워야 식물에 대한 재미를 붙일 수 있는데, 레몬타임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키가 크는(그래 봤자 최종 신장이 30cm 가량) 식물이라 초보자가 기르기에 지루하지 않아 좋다. 하지만 마의 길이인 손 한 뼘 정도(20cm 남짓) 길이가 넘어서면 수풀같이 무성해 지면서 얇고 힘이 없는 줄기의 특성상 축축 쳐지기도 한다.
이럴 땐 줄기를 7~8cm 가량 싹둑 잘라 먹기도 하고 물에 꽂아주자. 적당히 줄기를 잘라주면 잘린 곳에서 줄기가 Y자 형태로 나오며 계속 자랄 수 있고, 물에 꽂아준 줄기에서는 다시 뿌리를 내려 하나의 개체가 된다. 마음만 먹으면 하나의 화분에서 몇 개의 화분으로 번식시킬 수 있는 무서운 번식력을 자랑한다.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는 이성에게 노래도 들려주고 신화도 말해주면서 선물해 보자. “넌 타임처럼 아름다운 여자야” 라고. 오그라든다고? 원래 오그라드는 게 사랑이다. 손이 쪼그라들어서 여기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