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뉴욕을 좋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들 때문이다. 나는 외국인을 싫어한다. 타임스퀘어 블록을 지날 때면 영어를 당최 들을 수 없다. 한국어, 베트남어, 인도어, 러시아어,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들이 전부다. 도대체 그들이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모르겠다.”
메이저리그 선수 존 로커의 발언이다. 그는 한 달 간 출장 정지를 받았다.
“(유먼) 얼굴이 너무 까매서 마운드에서 웃을 때 하얀 이와 공이 겹쳐보여서 진짜 치기 힘들다. 그래서 당한 경우가 많다. 특별히 까다로운 투수는 없었는데, 유먼이 나오는 날은 하얀 치아에 많이 말렸다.”
한화이글스의 김태균의 발언이다. 유먼은 공개적으로 불편함을 표현했으나, 김태균에게는 어떠한 징계도 없었다.
“노무노무 일동차렷”
기아 타이거즈 윤완주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그는 3개월 간 자격정지를 받았다. 자격정지는 출장정지와 다르다. 출장정지는 물론 그 기간동안 월급은 물론 훈련까지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베용어가 비도덕적일지언정, 죄로 받아들일만한 것인가
처벌 자체는 좋다. 하지만 처벌에 있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구단에서 올바른 교육이 있었는가, 다음으로 경중에 걸맞은 처벌을 했는가이다. 첫 번째 부분은 알 수 없으니 두 번째 부분에 집중하자.
1. 기타 차별적 발언과의 비교
세 발언 중 윤완주의 발언은 가장 차별적 성격이 덜하다. 엄밀히 말하면 비하라고 꼭 읽어야 할 이유가 없는 표현이다. 문제라면 그저 ‘일베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처벌의 수위는 가장 높다. 과연 그는 그 정도로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일까?
2. 다른 KBO 내 도덕적 문제와의 비교
그렇다면 차별적 발언이 아닌 다른 경우와 비교해 보자. 음주운전은 어떨까? 이용찬은 음주운전에 뺑소니까지 세트로 저질렀다. 잔여경기 출장금지를 당했지만, 그때는 9월로 이미 시즌이 마무리 단계였다. 고원준은 비시즌에 음주운전 접촉사고를 일으켰지만, 장학금과 벌금, 사회봉사활동으로 끝났다. 무면허였던 김민우는 30경기 출장정지였다. 임의탈퇴시킨 경우도 있었으나, 이는 글 말미에 별도로 서술하겠다.
3. 다른 직장, 업계에서의 문제와의 비교
다음으로는 다른 직장과 비교해볼 수 있다. 여기에 있어서는 홍형진님의 글 윤완주 일베 논란, 왜 KBO가 아닌 타이거즈가 징계를 내리는가? 를 인용해 보자.
다들 KBS 일베 기자 사건을 알 것이다. 그는 여성차별, 지역차별, 특정인 비하 등의 글을 무려 6,870여 개나 게재하며 파문을 일으켰지만 결국 임용되었다. 많은 이들이 KBS를 비판하는 현황이지만 사실 적지 않은 법조인들이 해고할 경우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실정이다. (물론 반대의 견해도 있다.)
한번 죄과의 경중을 따져보자. 아예 대놓고 일베에서 분탕질을 해댄 KBS 기자와 여자친구와의 SNS 대화 도중 ‘노무노무 일동차렷’이란 표현을 쓴 윤완주 선수. 잘잘못의 경중은 누가 봐도 명백하다. 그러나 징계 결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만약 윤완주 선수가 소송 등을 제기하면 타이거즈로선 상당히 곤란해질 수도 있어 보인다. 물론 그러기는 쉽지 않음을 안다. 그건 운동을 그만둔다는, 지금껏 몸담아온 세계를 완전히 떠나고 인연도 정리한다는 뜻이 될 테니까.
4. 해외 사례와의 비교
마지막으로 해외 사례에 비해보자. 글 서두에 언급된 존 라커는 거의 모든 소수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대놓고 하고서도 10게임 출장 정지를 받았다. 프리미어리그의 발로텔리는 SNS에서 “슈퍼 마리오처럼 인종차별주의자가 되지 마라. 마리오는 일본인이 만든 캐릭터로 이탈리아 배관공이고, 영어를 사용하며, 멕시코인처럼 생겼다. 또한 흑인처럼 뛰어오르고, 유대인처럼 동전을 모은다”라고 각종 외국인을 비하했으나, 1게임 출장 정지에 그쳤다.
물론 다른 경우도 있다. 타베치오는 6개월 자격정지를 받았다. 스털링은 아예 영구 제명됐다. 그런데 이건 경우가 좀 다르다. 타베치오는 이탈리아축구협회장이었고, 스털링은 구단주였다. 애초에 선수들과 고위층과는 요구되는 도덕성의 수준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반면 한국은 공인에게는 이를 크게 요구하지 않고 연예인, 스포츠선수에게 이를 요구하고 있다.
과연 징계는 적절했는가
즉 윤완주에 대한 징계는 1. 다른 차별적 발언에 비해서나 2. 프로야구 안에서의 다른 도덕적 문제에 비해서나 3. 다른 업계의 사례에 있어서나 4. 심지어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대단히 엄중한 처벌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일베는 매우 부도덕적이고 반사회적인 사이트다. 그것을 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비판 받아 마땅하나,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인종 차별·소수자 차별 발언, 또는 음주 운전보다 나쁘다고 하기는 힘들다.
물론, 지역차별적 정서가 농후하게 읽히는 발언에 대한 처벌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처벌이 과연 다른 잘못에 비해 적절한 수준의 것인지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덧. 임의탈퇴에 대해
지금까지 프로야구에서는 음주운전에 대한 2건의 임의탈퇴 사례가 있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오히려 과잉처벌이라 봐야 한다. 임의탈퇴는 1. 현재 뛰고 있는 구단에서 뛸 수 없음, 2. 임의탈퇴 징계를 내린 구단의 허락 없이 다른 구단에서도 뛸 수 없음. 이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즉, 임의탈퇴는 그 선수에 대한 생사여탈을 구단이 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는 1998년 반독과점법 폐지로 인해 사실상 사라진지 오래이다. 음주운전이 큰 죄일지언정, 야구만 하고 살아온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막아버리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처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