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별다른 알림도 없이 은행권에 새로운 규정이 생겨 있었다. 통장을 새로 개설하거나 6개월 이상 미사용 통장을 재발행 하려면, 통장 개설 목적을 밝히고 그걸 증명할 서류(자료)를 갖춰야 한다는 것.
각 목적별로 요구되는 증빙자료 이렇다.
급여통장: 명함, 재직증명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
입출금: 금과금 청구서 등
모임: 구성원 명부, 회칙 등
아르바이트: 고용주 사업자등록증 사본, 근로계약서, 급여명세표 등
법인통장: 법인등기사항전부증명서, 물품공급계약서, 재무제표 등
(서류 하나만 갖추면 된다 함 (택1). 구체적 자금용도 확인 안 되면 개설 거절)
우리은행이 가장 깐깐하게 하고 있다하고, 우체국도 백수, 주부, 무직자 등은 통장 개설 안 해준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은행들도 다소 약하지만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체크를 하고 있다 한다.
물론 한 사람이 여러 개의 통장을 마구 개설한다면 의심해볼 수도 있고, 심사해서 개설 거절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외에 특이한 점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까지 모두 심사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서 이런 규제를 한다는데, 왜 항상 무슨 일이 터지거나 하면 애꿏은 국민들만 불편을 감수하고 고통을 받아야 하는 건가. 게다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항상 ‘돈 없는 약자들’이다.
이제 고시원 살고있는 백수 대학생이 쇼핑몰 한 번 해보겠다해도 통장 개설이 안 돼서 못 하겠구나~ 에헤라 좋은 나라. 아, 그렇구나, 가난뱅이들 통장 안 만들어주면 인터넷 뱅킹도 못 할거고, 그럼 인터넷 뱅킹이나 결제 사고도 안 일어날 테니 정말 좋은 거구나.
그럼 이제 자동차 살 때도 목적 밝히고 서류 내는 걸로 하자. 집 살 때도 하고, 아, 마트의 식칼 같은 거 범죄에 이용될 수도 있잖아. 식칼 살 때도 서류랑 증명서 떼 가는 걸로~ 근본적으로 이 아이가 나중에 범죄자가 될 수도 있으니까 출생신고도 목적 밝히고 증명자료 첨부하는 걸로 하자. 어떠냐 정말 좋은 나라 되겠지.
원문: 빈꿈
참고:
*이제 은행 급여통장만들때 명함이나 재직증명서 챙겨가야 (뉴스1, 2015.04.06)
* 통장 만들기 너무 어려워졌어요. 대포통장 방지 명분으로 2중3중 서류 작성케 하고 집·직장 먼 곳선 개설 불가 (조선비즈, 201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