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지역화폐’ 제작, 유통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도 최근에야 알게 됐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이 한국은행에 이걸 지적하면서, 중앙 화폐 정책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느냐고 질문이 나온 것 부터 접했다. 그 전에는 한국은행 측에서도 우려를 표한 적이 있었지만, 그 감사장에서는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 역시도 최근에야 느닷없이 알게 된 것이라 뜬금없이 갑자기 내놓은 정책인가 싶었지만, 알고보니 강원 도지사의 공약 중 하나였다고 한다. 일단 예전부터 고민은 있었다고 봐야 하는데, 지금 눈 앞에 놓여있는 여러가지 문제들과 함께 이 일을 잘 추진할 수 있을지가 우려된다.
그래서 간략하게 몇 가지 사항들을 대략 적어보겠다. 일단 지역화폐는 어떻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크게 다음과 같은 형태가 있을 수 있다.
- 1.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원’ 단위의 중앙 화폐와 동일한 방식
- 2. 렛츠(LETS) 운동(?)과 같은 커뮤니티 접합형 상부상조 방식.
두번째 방법은 딱히 정형화 된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설명하기가 애매한데, 뭉뚱그려보자면 일종의 커뮤니티를 형성해서 서로 상부상조하는 형태의 매개체로써 화폐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강원도 단위 같은 큰 규모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시행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을 테니, 아무래도 일반 통화 방식으로 유통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지역화폐(대안화폐)를 사용하면 좋은 점은 이렇다.
1. 일정한 부가 일정한 지역 내에서 머물 수 있다.
강원도 지역 내에서만 사용하는 화폐라면 다른 지역에서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부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강원도에서 발주한 프로젝트들의 대금 지급 중 일정한 비율을 지역화폐로만 지급하면, 강원도 내에서 인력이나 자제 등을 수급할 확률이 높아진다. 강원도 화폐를 강원도에서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2. 금융 놀음에 놀아나지 않을 수 있다.
금융권의 각종 돈 놀음에서 살짝 벗어날 수도 있다.
3. 새로운 자각이 일어날 수 있다.
일 할 사람은 있는데 일을 못 한다거나, 맡겨야 할 일은 있는데 사람을 쓸 수 없는 현상 같은 것은 모두 돈이 없다는 것이 기반에 깔린다. 중앙에서 풀어낸 돈이 어느곳에 묶여 쌓여있지 않고 끊임없이 돌고 돈다면, 끊임없이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소비하는 형태가 순환될 수 있다. 그 외에도 기존에는 대가를 지급하지 못했던 것들에도 대금을 지급할 수도 있을 테고, 가치를 매기기 인색했던 곳에도 정당한 가치를 매겨줄 수도 있다.
이런 일들이 가능해지는 것은, 대안화폐는 기본적으로 지금의 화폐 유통에서 ‘돈놀이'(이자놀이, 투자놀이, 투기놀이 등)를 빼버린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즉, 지금의 중앙화폐는 부의 증대와 축적 수단으로 너무 집중되어 있어서 돈이 돌지 않는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대안화폐는 ‘소비’에 중점을 두고, 끊임없이 순환하도록 설계한다. 다소 이상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대안화폐, 지역화폐는 다소 작은 단위에서만 소소하게 실행되고 있다. 그런데 강원도 같은 좀 큰 규모라면 어떻게 될 지 많이 궁금하다. 그래서 시도해볼 만 하다고 생각되는 거고.
물론 지역화폐를 찍어내기 전에 생각해야 할 문제들도 많다. 일단 화폐 발행과 유통에 자금이 투입돼야 하고, 유통망을 형성해야 하며, 위조지폐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아무래도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보다 여러모로 힘이 약할 수 밖에 없으므로, 여러가지 문제들이 발행할 테고, 해결하기도 그리 쉽지만은 않을 테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