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위행위를 한다.
이는 단지 육체적 쾌락을 얻기 위한 스스로의 행동만이 아니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하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두려움과 대면하지 않기 위해서 하는 모든 행동이다. 때로는 그것이 스스로의 양심을 가리고 누군가에게 변명할 거리를 만들어 내는 행동이 되기도 한다.
물론 회사 내에서도 이렇게 자위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많다. 특히 일을 받아서 하는 일반 직원이 아니라 이들은 일의 방향성을 정하고 일을 지시하는 중간관리자 이상에게서 많이 보인다. 이런 회사내의 “자위행위자”의 유형에 대해서 알아보자.
첫째는 업무의 양을 늘려 자위하는 경우다.
직장인은 누구나 평가 받는다. 그 평가를 쉽게 정량화 하기 위해서 수치화된 목표를 부여 받는다. 특히 매일의 매출을 먹고 살아가는 직종에 있는 사람들, 그 중 임원진 들의 목표 달성율에 대한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매출이 오르지 않는 순간이 있다. 상품이 고정된 상태에서 매출이라는 지표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주어진 목표인 KPI[1]가 한가지가 아니라 매출, 이익율, 목표 달성율 이렇게 주어진다면 방법은 없다. 이렇듯 달성할 수 없는 KPI에서 앞에서 잠시의 회피책으로 <일의 양을 늘리는 자위행위>의 유혹에 빠진다.
쉽게 말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나는 밤을 새워가며 정말로 열심히 일했다.” 라는 것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고 싶은 것이다. 매출이 나쁘면 좋게 만들기 위해 일을 더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예 불가능 한 상황이 되어도 이들은 일을 멈추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그저 Showing일 뿐이다.
“사장님, 매출 달성 못해서 정말 미안한데요, 저는 이렇게 밤을 새워가며 새벽 별 보면서 일하고 있어요. 좀 불쌍히 봐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일 뿐이다. 구멍 난 바가지로 양동이에 물을 계속 퍼붓기만 하는 것과 같다.
이럴 경우 깨진 바가지를 메우거나 더 큰 새로운 바가지를 구하면 된다. 그럼에도 계속 일만 퍼 붓는 것은 대표적인 자위 행위일 뿐이다. 이 경우는 주로 본부장 이상의 임원급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문제는 그들의 자위행위의 뒤편에서 휴지조각을 들고 밤새도록 수발을 드는 사람은 일반 직원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윗사람이 시킨 일로만 자위하는 경우다.
이 경우는 주로 팀장급의 중간 관리자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자신이 맡고 있는 팀의 곳간에는 거미줄이 쳐 있고 집의 노비들은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파 퀭한 얼굴을 하고 있다. 게다가 밀려오는 일에 눈은 벌겋게 충혈돼 있다. 하지만 노비의 대장인 팀장은 그저 주인의 혓바닥만을 바라볼 뿐이다.
그가 하는 말, 그가 시키는 것만 하면서 “나는 정말 잘하고 있다.”라며 자위하는 것이다. 자신이 맡은 팀의 곳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는지,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그렇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팀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지쳐 있는지 따위는 안중에 없다. 오로지 나에게 일용할 양식을 내려 주는 주인의 일만을 하면서 “나는 훌륭해. 오늘도 맡은 일을 잘했어” 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사람들이 일을 하고 나서 결과에 대해서는 잘되면 내 탓, 안되면 팀원이 부족해서 라고 떠벌리고 다닌다.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고 곧 터질 폭탄을 삼키는 것과 같다.
나는 이런 팀장을 본적이 있다. 파티션을 하나 앞두고 있는 팀이 있었다. 같은 숙제를 받더라고 그 팀의 직원들은 항상 야근을 했다. 선임직원이 “이렇게 하면 업무량이 너무 많으니 이렇게 접근해서 해결하시죠”라고 아무리 말해도 듣지를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주인이 시킨 일에 플러스 알파로 내가 일을 잘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그러면서 팀원이 너무 힘이 들어 면담을 하고 얘기를 하면 “너만 힘드냐, 내가 더 힘들어, 내가 회의 들어가서 얼마나 닦이고 나오는지 알아?” 하며 오히려 역정을 내기 일수였다.
결론만 말하면 그 팀의 팀원 7명은 10개월 후 모두 팀을 떠났다. 윗사람이 시키는 것으로만 지나치게 자위행위를 하고 팀원들의 상황을 돌아보지 않으니 팀원들이 버텨내지를 못한 것이다. 결국 팀원이 모두 떠나 구멍 나버린 팀워크, 히스토리를 모르는 경력사원으로 땜질된 팀은 오래 가지 못하고 팀장도 교체가 되었다.
세 번째는 정보의 양으로 자위행위를 하는 경우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기획 안에 대해서 팀장과 협의해서 A안으로 하기로 최종 결정하고서 열심히 자료를 만들어 임원에게 넘기면 된다.
그런데 갑자기 보고서 제출 하루 전에 B안, C안, D안까지 모두 만들라고 지시한다. 의사결정 하나를 내리는데 기상청 슈퍼컴퓨터를 돌리고 국회도서관의 온갖 논문을 다 뒤져야 속이 편하고 마음이 놓이는 그런 사람들이 <정보의 양으로 자위행위>를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어느 팀장은 경력이 17년이다. 통상적으로 같은 바닥에서 17년의 경력자라면 보고를 받고 10분이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절대로 10분짜리가 아니었다. 한 명과 테이블에 앉아서 간단히 결정할 수 있는 문제를 두 명 세 명으로 늘어나더니 팀 전체 회의가 되고 만다.
넉넉잡아 10분이라고 생각했던 결정은 어느덧 1시간을 넘긴다. 보고자는 자신을 믿지 못하고 여러 사람을 부르는데 일단 짜증이 날 것이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 인데 1시간 넘게 이 작은 것 하나를 붙잡고 있는데 부아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
심지어 1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그리고는 업계동향, 경쟁사 경우 분석, 트랜드 조사까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자료를 요청한다.
결국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간을 놓치고 만다. 납기를 놓친 훌륭한 결정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렇게 사람을 믿지 못하고 정보의 양이 반드시 자신의 기준을 넘어야만 스스로 위로가 되는 사람들 때문에 직원들의 삽자루는 뿌려져 나간다.
누구나 자위행위를 한다. 하지만 지나친 자위행위는 몸에 해롭다.
행위를 위해 필요한 시각적 정보는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행위 자체도 지나치면 몸까지 망가트릴 수 있다. 회사에서의 자위행위자의 가장 큰 문제는 남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자신의 자위행위는 팀원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혼자 골방에서 컴퓨터를 켜고 하는 물리적인 자위행위가 나을 수도 있겠다.
지나친 회사에서의 자위행위는 스스로의 몸과 마음뿐 아니라 직원들까지도 피폐하게 만든다. 그리고 진짜 힘을 써야(?) 하는 일에 막상 집중해서 일하지 못하는 문제까지 만든다. 물리적인 행위 이후에 밀려오는 현자타임은 잠시나마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 주지만 회사에서의 자위행위는 스스로 반성하는 현자 타임 따위는 없다.
그대여 회사에서의 자위행위는 이제 그만하자. 지나치면 퇴사행위로 이어질까 걱정된다.
원문: 직장생활연구소
- 핵심성과지표. 예를 들어 ‘고객 마다의 평균 수입의 증가를 2008년말까지 10파운드에서 15파운드로 한다.’라고 했을 경우, ‘고객 마다의 평균 수입’이 KPI가 된다. (위키피디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