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금일 해야 할 일이 있지만, 하도 답답한 뉴스가 하나 보여 포스팅을 작성합니다. 먼저 ‘식당에서 우는 아이에 휴대폰 놀이… 편하다고 옳은 건 아니야’라는 기사 하나 소개 드립니다.
Q: 가족끼리 외식을 갔는데 다섯 살 된 아이가 떼를 써 아내가 휴대폰 게임을 주며 달랬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부부끼리 조용하게 외식을 즐길 수 있어 좋았는데 계속 이래도 괜찮을까요?
A: (요약) 아이에게 무관심은 큰 스트레스가 됩니다. 무관심하면 스트레스가 되어 3분 정도 지나면 의자에서 발버둥 치고 울음을 터뜨립니다. 관심을 가지고 놀아주세요. 스마트폰은 사회성을 떨어뜨립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들 가르칠 때 디지털 기기를 쓰지 않았고, 실리콘밸리의 명문학교에서는 디지털 제로 교육방침을 씁니다.
결론: 스마트폰 주지 마세요. 스마트폰(게임)은 마약이에요.
이걸 보니 얼마 전에 봤던 보건복지부의 약 빤 캠페인이 떠오르네요.
1. 애는 키워봤나?
먼저 식당에서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놀아주라? 저도 아이 키우는 부모로서 이게 뭔 소리인가 싶어 글을 작성합니다. 먼저, 식당에서 아이들이 우는 게 무관심 때문이라고요? 애는 키워보셨는지…
애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재미가 없어서’ ‘놀이를 할 수가 없어서’입니다. 3분 안에 밥 먹고 나머지 시간을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밥을 먹으라는 건가요? 이게 가능한지 한번 해보라고 먼저 말씀드리고 싶네요.
식당이 아닌 집에서 평상시에 밥 먹을 때 아들딸에게 노래를 틀거나, 불러주거나, 심할 때는 장난감도 한두 개씩 올려줍니다. 일반적으로 그렇게 30분을 놀며 밥을 먹이고, 이제 3분 안에 제 밥을 먹습니다. 그러나 이게 식당에서 가능한가요? 식당에서 노래도 불러주고 장난감도 올려줄까요? 불판에 고기가 타는데?
더군다나 장난감도 가끔 맘에 안 들면 던집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다시 올려주고, 장난감을 올려서 같이 놀아주는 것도 스마트폰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사시간이 항상 노는 시간인 줄 알게 되므로 가능한 안 해주려고 합니다. 맘에 드는 장난감을 안 가져다줬다고 땡깡이 늘거든요.
먼저 애를 안 키워봤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도대체 한국 식당에서 어떻게 아이와 30분에서 1시간까지 놀아줄 수 있는지 오히려 정신과 의사분께 묻고 싶군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가능한 놀이방 있는 식당으로 가서 2교대로 밥 먹습니다. 이런 경우에만 가능해요.
2. 스티브 잡스와 실리콘 밸리는 디지털 제로다?
이것도 웬 헛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아이에게 주지 않았다는 것은 뉴욕타임즈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 분명히 사실입니다. 하지만 적절한 수준의 컨트롤을 이야기했지 제로 디지털을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가 창의적인 인물이기는 하나 아이 교육을 정말 잘했다든지 좋은 부모였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별로 없습니다. 원래 가정사가 썩 좋지 않았고, 오히려 어릴 때는 기존 교육방식에는 그다지 적응을 못 했습니다. 지나치게 일한 것이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생을 마감했습니다.
또한 모든 이들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앞장서서 전도한 사람입니다.
코딩은 컴퓨터가 아닌 노트에 하나요? 실리콘밸리 대표들이 디지털 제로? 교육에서 디지털의 효과에 대해서는 매우 높게 이미 평가되었습니다. 정신의학 하시는 분들은 어떤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교육계에서는 디지털이야말로 교육에 혁신을 가져온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MOOC[1]입니다. 온라인 교육은 교육의 방법 자체를 통째로 흔들어버리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더이상 수업을 하지 않습니다. 집에서 개인별 온라인 수업을 하고, 부족한 부분을 교사와 함께 학교에서 보완하고, 토론하고, 인터랙션합니다. 디지털이 가진 강점과 오프라인 교육이 가진 강점을 이용해서 기존의 1 way 방식 수업이 가졌던 50%의 이해도 달성을 98%까지 끌어올렸고, 미국 전국에서 꼴등하던 학교가 전국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독도의 학생이 예일대 강의를 듣고 수료가 가능해졌습니다. 디지털은 교육에 매우 유용한 수단이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광풍에 가까운 바람이 불어 오히려 기존의 대학과 공교육이 어떻게 방향을 가져가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K-MOOC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3. 정신의학계에서 부르짖는 비과학적 주장들
한국의 정신의학계는 아직도 전두엽이 어쩌고 좌뇌·우뇌가 어쩌고 하는 헛소리들을 반복합니다. 오늘날 뇌과학은 뇌가 그렇게 단순한 기계가 아님을 이야기합니다. 뇌는 보다 복잡한 상호관계를 통해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언젠가 무슨 파장을 이용해 뭔 학습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이상한 벤처가 있어서 물어본 적 있습니다. 이게 데이터를 메시브한 규모로 쌓아서 확률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추출한 결과냐. 이야기인즉슨 수십 명 이내의 데이터로 정합성을 이야기하더군요. 패턴인식 분야에서 수십 개의 샘플로 뭔가를 한다고요? 시도는 의미 있으나 과학으로 인정하기에는 불분명한 수준입니다.
오늘날 정신의학계에서 부르짖는 주장들이 대부분 여기에 해당합니다. 수천 명 이상을 확보해서 다양한 대조군을 놓고 산출한 결과도 아닙니다. 오히려 TED에서는 게임이 뇌에 도움이 된다는 다양한 결과도 나옵니다. 사실 해상도가 높은 디지털은 아날로그와 구분이 없습니다. 아날로그 신봉자들은 사람의 뇌가 아날로그인 줄 아는데 신경망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디지털입니다.
사람의 시각은 약 1억 화소의 디지털 소자에 해당하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또한 뇌의 각 부분이 하는 역할은 개인별로 다르며, 뇌의 발달에 따라도 다릅니다. 사람은 살면서 게임만 하지도 않으며, 운동만 하지도 않으며, 부모만 만나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디지털이 인간에게 해롭다는 것은 비교군이 무엇이냐, 상황이 어떠냐에 따라 매우 달라집니다.
하루 24시간 중 12시간씩 게임한 아이와 아예 게임을 안한 아이와 비교한 후 게임이 아이에게 나쁘다고 주장하는 것과 사실 별반 다를 바가 없죠. 하루 1시간 게임하고 1시간 운동한 아이와 하루 2시간 동안 공부만 한 아이, 둘 중 어느 쪽이 뇌의 활동이 많을까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게임은 일반적으로 공부보다 더 집중도가 높은 두뇌 활동이며, 운동할 때 사용하는 뇌와도 다릅니다. 게임하는 것은 사실 공부하는 것과 유사한 뇌 활동을 할 가능성이 높겠죠. 단순히 뇌과학만 따지자면 전자의 아이가 좋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아이의 성적은 나쁠 수도 있겠지만요.
4. 식당에서 아이들 스마트폰 보여줘도 괜찮아
자, 그럼 제 생각과 모든 부모가 듣고 싶어하는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식당에서 아이들 스마트폰 보여줘도 괜찮습니다. 단,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명확한 이유를 인지시켜야 하며 안 그러면 식당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게 권리인 줄 압니다.
적당한 수준의 당근으로 사용하면 매우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저희 아이들에게는 식당에서 밥 잘 먹으면, 음식 가리지 않고 먹으면 스마트폰을 보여준다고 가르칩니다. 사탕과 초콜릿이 무조건 나쁘지 않은 것처럼 활용하기에 따라 매우 좋은 수단이 됩니다.
사탕도 불량식품이 있듯이 아이에게 보여주는 적절한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제 딸은 주로 타요와 뽀로로를 좋아하며 라바의 선호도 또한 높지만 아내는 라바를 보여주는 데는 반대합니다. 라바는 주로 슬랩스틱 개그를 소재로 하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아직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는 것이죠. 저도 여기에는 어느 정도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TV 프로그램도 가능한 교육적인 요소가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코스모스와 같은 다큐멘터리도 정기적으로 함께 봅니다(사실 이건 제가 더 좋아함). 디지털을 이용한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Code.org에 소개된 프로그램을 통해 아직 한글도 모르는 딸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기도 했지요. 태블릿에는 게임 라이트봇(lightbot)을 깔아놓고 절차적 프로그램을 통해 로봇을 움직이는 퍼즐 게임을 시켜줍니다. 아직 너무 어려서 난이도가 높은 것에서는 짜증을 내지만요.
그렇게 보면 단순히 스마트폰이라서 좋아하는 것은 아닌 게 분명합니다. 스마트폰은 껍데기일 뿐 안에 담긴 SW와 콘텐츠가 더 중요합니다.
5. 함께하는 디지털은 아이를 경쟁력 있게 만든다
디지털은 사실 아이들 교육에 엄청난 축복입니다. 여태껏 우리 조상은 이렇게 글로벌 수준의 교육을 어디서나 언제든 꺼내볼 수단이 없었습니다. 전 세계의 우수 학자들이 만들어낸 어린이 교육 콘텐츠를 경험해볼 수 있는 시대가 있었나요? 그리고 아이들이 스스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경험해보고, 무언가를 만들어볼 수 있었나요? 그런 아이들이 세상을 아주 빠르게 변화시킵니다.
요즘 미국은 과학과 컴퓨터 교육에 미친것 같습니다(과학이라고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데이터 분석이야기가 꼭 빠지지 않아서 SW빼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곧 알파센타우리에 도달해서 과학승리 찍을것 같아요. ㅡㅡ;
우리는 그런 전 세계의 아이들과 경쟁하고 함께 우리 아이들을 키워야 할 때입니다. 입시교육에 찌들어서 ‘디지털이 몸에 나쁘니 공부나 시키자’ ‘셧다운제’ 같은 어처구니없는 발상을 하는 대한민국 상황은 아이들의 지적 능력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입시교육의 목표인 대학의 위상이 MOOC로 인해 무너지고 있습니다. 네이버에서도 Next ED를 만들어 KAIST와 MOOC를 추진할 계획이란 기사도 떴습니다. 그런 와중에 디지털 제로라뇨. 그냥 디지털이 싫으신 거 아닌가요?
저는 어렸을 때 컴퓨터로 게임을 분명 많이 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컴퓨터로 남들보다 더 많이 학습했고, 무언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그걸로 밥 벌어 먹고살고 있죠. 한국의 50대 재벌 중 상속을 제외하고, 신흥 부자들은 대다수가 저 같은 컴퓨터 쪽 인재들이었으며 해외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더욱더 심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디지털 안티였다는 주장을 들으면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이제는 디지털만 강조할 시대가 아니란 것에는 동감합니다. 하지만 디지털은 글쓰기와 같습니다. 글쓰기만으로는 우수한 인재가 될 수 없지만 글쓰기를 못하면 우수한 인재 근처도 가기 힘들어질 겁니다. 그런 시대입니다.
얼마 전 마트서 본 가족 모습(본 사진은 그분들께 허락받고 찍은 것이 아님을 먼저 양해 부탁드립니다. 혹시 문제 되면 내리겠습니다)입니다. 제 아내 반응이 이렇더군요. 자기는 게임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저렇게 함께 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고. 한편은 ‘저런 모습에 최적화된 콘텐츠는 아직 없구나’ 하는 생각도… 곧 나오겠죠? 이제는 부모들이 디지털을 경험한 세대니까요. 전 제 딸이 빨리 자라서 파티 맺고 던전 돌기를 꿈꿔봅니다. 대신 아빠가 현질 백업해줄 수…
원문: 숲속얘기의 조용한 카페
- 온라인 공개수업(Massive Open Online Cour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