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형적인 ‘덜 주고 덜 받는’ 구조입니다.
세금을 덜 걷는 만큼, 덜 혜택을 받는 그런 나라이죠. 이런 구조는 과거에 충분히 용인될 수 있었습니다. 인구피라미드에서 가장 아래와 중간층이 두꺼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이상 이런 구조로는 나라가 유지될 수 없습니다.
혜택을 받는 노인층은 점점 두터워지는데 이런 노인층을 부양해야 할 젊은층은 점점 얇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인층에게 지급하는 연금만 가지고도 막대한 지출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증세 논의’는 벌써 시작됐어야 합니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10조 원 정도 세수가 덜 걷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덜 걷힌 세수는 결국 국가의 운영에 큰 차질이 생기고, 국정 운영에 타격을 줍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자신이 과거에 공약한 말때문에.
“증세 없는 복지를 이뤄내고, 재원은 지하경제의 양성화로 이뤄내겠다.”
만약 이런 약속을 계속 실천하고 있다면 그녀의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지 않을 것입니다. 말은 저렇게 해놓고, ‘사실상 증세’를 하고 있기에 문제가 됩니다.
현재 새누리당 안에서 친박은 권력다툼에서 완전히 밀려났습니다. 왜 안 그럴까요? 권력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이 정치인들인데 떨어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을 보면서 새누리당의 지도부로 ‘친박’을 내세울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대표에 김무성 의원, 원내대표에 유승민 의원 투톱 체제 하에서 새누리당은 청와대에 각을 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된 후, 김무성 대표는 작심한 듯 청와대에게 포탄을 퍼 부었습니다. 그리고 증세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하였죠. 이런 모습을 보면서 김무성 대표가 ‘증세론’을 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절대 그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집안 자체가 재벌 집안(현대 + 조선일보 가)라고 봐도 무방한 그가 증세를 찬성할 리는 만무하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를 깎아 먹는 증세론을 내세울 리가 없습니다.
단지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한 잠깐의 말이었을 뿐입니다. 그의 본심은 오늘 열린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복지 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지고, 나태가 만연하면 부정부패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그렇습니다. 그는 ‘복지망국론’이 강하게 뇌리에 박혀 있는 사람입니다. 물론 이 말만 가지고 그를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연설 전체 내용은 ‘증세론’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치열하게 논쟁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죠. 아울러 그리스를 거론하였습니다.
이 말은 곧 야당에서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는 안된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복지와 관련해서 늘 따라 나오는 ‘이건희 손자’에게는 복지 혜택을 과도하게 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과연 그리스가 과도한 복지 때문에 망한 것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스가 재정적자에 허덕이다가 위기가 온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그리스의 진정한 위기 원인
1. 그리스의 특수한 산업 구조
그리스는 서비스업으로 대표되는 3차 산업이 무려 75%에 달합니다. 특히 관광과 해운업에 산업이 몰빵되어 있죠. 이런 상황에서 2008년 금융위기가 오고 관광업과 해운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그리스 전체도 휘청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 그리스 정부의 방만과 공무원 부패
그리스는 공무원의 비중이 전체 노동자의 25%입니다. 권력을 얻기 위해서 그리스에 들어선 정권들은 무차별적으로 공무원을 늘린 것입니다. 이런 기형적인 공무원 사회에서 부패는 일어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그리스 전체도 타격이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3. 그리스의 유로존 편입에 따른 대규모 국채 발행
만약 국가가 정책을 집행하는데 다른 나라나 커뮤니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위기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로존의 편입된 그리스는 어떤 정책을 펴려고 해도 유로존에 가입되어 있는 국가의 케어를 받아야 했습니다.
더욱이 유로존의 모든 나라의 살림살이가 비슷하다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경제력은 차이가 났습니다. 이런 불균형의 상태에서 유로존 편입후 갑자기 들어온 수많은 자금은 부동산으로 흘러들었고, 결국 부동산 버블을 만들었습니다. 버블은 곧 꺼지기 마련. 그래서 그리스는 또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리스의 위기 이후 새누리당이나 보수 언론에서는 늘 복지를 늘리면 그리스 꼴이 난다고 말합니다. 물론 과도한 복지가 국가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그리스는 결코 과잉복지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다른 유로존 나라보다 더 많이 일을 하고 복지비중 역시 GDP와 대비해 보면 높은 것이 아닙니다.(21%) 2007년을 기준으로 21%를 복지에 사용했는데 만약 과잉복지 때문에 그리스가 망했다는 사실이 팩트가 되려면 그리스보다 더 많은 돈을 복지에 사용하는 북유럽 나라들은 이미 망했어야 합니다. 그리스는 결코 과잉복지의 예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과잉복지가 된다고 해서 부정부패가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과잉복지를 하고 있지도 않은데 왜 나라와 사회가 썩어가는 것일까요? 관피아나 원전 마피아와 같은 부정부패는 왜 자꾸 생겨나는 것일까요? 나라를 병들게 하는 것은 이런 부정부패와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세금 낭비입니다. 결코 복지때문에 나라가 망하는게 아닙니다.
김무성 대표의 이번 발언이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너무 시건방진 말투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투에서는 여전히 복지가 선심성 정책으로 느껴집니다. 마치 왕이 백성들에게 곳간을 열어서 곡식을 나눠주는 듯한 그런 뉘앙스가 강하게 풍기죠.
하지만 복지는 내가 낸 세금에 대한 정당한 혜택입니다. 정부나 권력자들이 자신의 것을 내어 놓으며 기부를 하는게 아니라는 점이죠. 그런데 김무성 대표는 복지를 아직도 선심쓰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으니 기가 찰 뿐입니다. 이런 사람이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제 1 후보라는 자체가 국가적 망신입니다.
생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더욱이 복지에 대한 견해도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는 정확해야 합니다. 하지만 자신은 시민들이 선출해 준 4년 임시직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자신을 왕이나 음서 제도로 궁궐에 들어간 신하로 생각하는 김무성 대표.
참 한심합니다.
원문: 사람을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