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업무가 너무 ‘루틴~’해서 재미가 없는가? 서당개도 풍월을 읊는다는 3년이 지나고, 금수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넘기니 이제 당신 분야에 대해서는 당신이 최고가 아닐까 생각하는가? 그러면 당신은 발전해 나갈 희망이 없다. 착각 위에서는 아무 일도 이룰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양식에 숫자나 채우고 기안지의 단어나 바꾸는 일을 무한 반복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고 심지어 짜증이 난다면, 그런 당신은 최소한의 희망은 있다.
반복되는 일에 숙달되는 것으로는 전문가가 될 수 없다
말콤 글래드웰이 밝힌 ‘1만 시간 법칙’, 공병호 씨가 소개한 ’10년 법칙’ 모두가 어떤 분야에 장기간 몰입하여 정교하게 숙달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언뜻 듣기에 테크닉을 갈고 닦아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나는 이것을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라야 얻을 수 있는 ‘통찰’의 단계까지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즉 한 분야에 절체절명의 ‘내공’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고 거기에 시간 수로는 1만 시간, 대충 잡아서 10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그러나 1만 시간 법칙의 ‘시간’은 단순하게 반복되는 시간을 말하지 않는다.
여기에 테크니션(Technician)과 엔지니어(Engineer)의 차이가 있다. 테크니션은 현장 기술자다. 오랜 ‘연마’를 통해 남이 범접할 수 없는 역량의 차이를 보이지만 결코 새로운 것을 세상에 내놓지 않는다. 인간문화재들의 역량은 정말 감탄할만한 것이지만 그들이 만드는 제품은 몇 세기 전의 장인들이 만들어 놓은 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듯 말이다. 주로 어린 나이부터 도제 수업을 받아 기술을 수없이 연마하여 궁극적으로는 최고라고 인정받는 물건을 ‘복제’해 내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반면에 엔지니어는 각종 기반 기술을 배운다. 교량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공업수학이나 물리학은 물론이고, 동역학이나 지질, 구조 등 갖가지 지식을 배운 뒤에 현장마다 다른 환경에 최적화된 솔루션으로서 교량 설계를 해 내는 것이다.
현장 기술자를 이유 없이 폄훼하거나 엔지니어를 근거 없이 존중해야 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궁극의 경지에 도달한 장인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 거의 모든 장인들이 ‘전통을 현대화’하는 것이 여생의 목표라고 한다. 오랜 전통을 단순히 잇거나 예전 수준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자개를 현대식 가구에 응용하여 외국인들이 봐도 탄성이 나올만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 그런 것은 1만 시간과 10년 법칙을 뛰어넘는 것이다. 남의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시대의 흐름을 읽어서 전에 없던 창의적 단계로 들어선 분들은 이제 단순한 테크니션이 아니라 아티스트인 것이다.
반면 외국 유학을 나가 최고급 기술을 배워와서 대기업에 근무하는 엔지니어라 할지라도 맹목적으로 앞선 사례를 베끼고 그것을 수정(modify 내지는 customize 수준으로)하는 게 습관적이라면 그것은 그저 ‘지적 노가다’일 뿐이다.
‘지적 노가다’를 벗어나려면 공부를 해라
예전 직장에서 후배가 무엇을 물으러 왔다.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난 후 관련된 책을 소개해 주었다(설명 후 도서추천, 이게 내 스타일이다). 고맙다고 돌아간 그 후배, 정확하게 1년 후 다시 찾아왔다. 무슨 데자뷔처럼 느껴질 정도로 1년 전과 똑같은 문제를 들고서 말이다. 그 후배도 기억하고 있었다. 자기가 똑같은 문제를 물어봤었다는 것만.
추천한 책을 읽었냐는 질문에 후배는 짧게 대답한다.
바빠서요…
여기다, 독설을 퍼부어줄 시점은.
지금 바빠서 책 읽을 틈도 없다고 하지만, 지금 공부하지 않아서 넌 늙어서도 맨날 바쁠 거다.
나중에 그 후배가 그 책을 읽었는지 확인해 보지 않았다. 깨달음이 없는 친구보다 깨닫고도 실행에 옮기지 않는 친구를 바라보는 게 더 안타까우니까.
- 공부하고 궁리해야 일의 원리를 알 수 있다.
- 원리를 알아야 응용할 수 있다.
- 응용할 수 있어야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
-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전문가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나도 깨달은 바가 있다. 같은 책을 추천받은 사람 가운데 많아봐야 5% 이하의 사람만이 그 책을 읽는다. 가만 생각해 보면 사회 전체적으로 그 정도 비율의 사람만이 사회에서 성공할 (혹은 스스로 성공했다고 느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내게 추천 받지 않아도 그런 책을 찾아서 읽을 부류다.
결국 내가 영향을 주지 않아도 공부할 사람은 알아서 하고, 아무리 좋은 것을 추천해도 받아들이지 않는 다수는 아무 변화도 없다. 그래도 혹시나 잘 하고 싶지만 몰라서 못하고 있는 친구가 어딘가 있을까봐 오늘도 이런 글을 적고 있다.
자, 직장에서 책상에 앉아있는 여러분, 그리고 그 책상에 앉기 위해 준비하는 여러분, 내가 하는 일이 (또는 하고 싶은 일이) 본질적으로 공사판에서 무한반복적 육체노동을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정말 솔직하게, 또한 깊이 있게 한 번 성찰해보라.
오늘 당신은 어떤 경지에 이르렀는가?
원문: 개발마케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