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에 벤처기업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다니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저는 변리사입니다.
변리사는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입니다. 전문직이라고도 하죠. 돈 많이 번다고 소문은 나있지만, 여러분들의 친구중에 변리사일을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다 그런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실 겁니다.
전문직은 돈을 많이 벌어서 전문직이 아닙니다. 전문적인 일을 하기 때문에 전문직입니다. 남들이 제공할 수 없는 영역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전문직이고 전문가입니다. 아름다운 디자인을 제공하는 디자이너도 전문직이고, 기존에 멍청하게 처리되던 프로세스를 IT를 이용해 쌈빡하게 처리할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프로그래머도 전문직입니다.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히트상품을 만들어낸 김영세 대표님의 디자인은 아무리 특허를 잘 쓰는 변리사가 쓴 변리사 1건의 가격의 몇 십 배에 팔리고, 쌈빡한 프로그램으로 시장의 인정을 받은 앱 또는 게임의 개발자는 변리사 연봉의 몇 배를 받거나 주식으로 거부가 됩니다. 변리사를 부러워할 필요도, 이유도 없습니다.
변리사, 변호사, 의사와 같은 대부분 전문직들은 ‘전문직의 늪’에 빠져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너무나도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해외로 나가기도 어렵습니다. 변리사는 국내용 면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계속 특허 솔루션 개발을 합니다.) 변리사의 수익 따위는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성공한 사람이 우리나라에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하지만, 정작 ‘낮은 부가가치’의 늪에 빠져서 항상 밤샘근무와 낮은 연봉에 시달리는 전문 서비스 제공자들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어떻게 하면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1.서비스업의 본질과 가격경쟁의 구렁텅이
서비스업은 제조업과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스티브잡스의 D8 컨퍼런스 동영상을 보면, 잡스가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극명한 차이점을 말해줍니다.
(1시간20분이 정말 주옥같은 명언들로 채워져있습니다. 추천합니다.)
‘업의 본질’은 비즈니스의 핵심입니다. 절대로 특허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특허는 잘 되었을 때를 가정한 보험일 뿐이죠. 업의 본질에 대한 끝없는 탐구가 성공과 실패의 열쇠입니다. 잡스와 방향은 다르지만, 존경하는 이건희 회장도 항상 업의 본질에 대해 계열사 사장들에게 수시로 물어봅니다.
제가 유미특허에 고용돼 일할 때 배운 서비스업의 본질은 ‘고객에게 즐거움을 준다’입니다. 사업자등록증에 ‘서비스업’ 또는 컨설팅업이 써있다면, 모두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고객에게 정보를, 디자인을, SI 결과물을 제공하고 즐거움을 주면 그만입니다. 고객을 성공시키거나, 고객의 컨택포인트인 송과장을 송부장으로 만들어주거나 하여 즐거움을 주면 됩니다.
서비스 = 고객에게 즐거움을 제공해야 합니다.
고객에게 가격적인 즐거움만 주는 서비스 제공자는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다른 서비스 제공자에 의해서 대체됩니다. 대기업 구매팀 담당자의 ‘비용 깎았다’는 성과가 그 사람 승진에 더 도움이 될까요? 아니면 ‘좋은 서비스를 찾아냈기 때문에, 우리 회사의 기업가치가 높아졌다’가 그 사람 승진에 더 도움이 될까요? 당연히 후자가 정답입니다.
우리 서비스 제공자들은 너무나 쉽게 ‘자존심’을 던져버립니다. 가격을 깎는 것이 가장 쉽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것은 마약도 아니고 극약입니다. 우리나라처럼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는 경쟁자의 노하우를 어떻게 해서든 카피하거나 개량하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서비스는 평준화되고, 서비스 영역에서 가격경쟁은 거의 반드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한번 시작된 가격경쟁은 엄청난 저가경쟁의 소용돌이를 형성해버리고, 산업계 전반의 퀄리티를 다운시키게 됩니다. 독일, 싱가폴, 이스라엘, 스위스 등은 그런점에서 괜찮은 전략을 가진 업체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저가경쟁은 서비스제공자의 건강을 망치고, 그 사람이 운영하는 조직의 문화를 파괴합니다. 고객은 별로 고마워하지도 않습니다.
2. 가격경쟁의 나락에서 탈출하는 방법
다카하시 가츠히로의 책 ‘솔루션 영업의 기본전략’에서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고객에게 새로운 것을 제시하지 못하는 솔루션회사는 결국 가격경쟁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100% 맞는 말입니다. 변리사건, SI건, 디자이너건, 당신이 서비스 제공자라면 무조건 가격경쟁의 위험이 당신곁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협회를 만들어보지만, 협회에서 가격을 담합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습니다. 대기업들은 더 낮은 가격을 원하고, 더 깎아야 구매팀의 실적이 되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협회담합’을 은연 중에 제보합니다. 아. 물론,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협회 구성원들끼리 가격을 구두로 약속하거나, 회원 수를 많이 늘려서 정부를 압박(택시, 공인중계사)하는 방법입니다. 어렵지만, 그렇게 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카르텔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누군가는 배신하기 마련이죠. 최근 치과 임플란트 업계에서도 모 업체가 배신을 시작하여 거대한 저가 서비스의 소용돌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본질에 도전해야합니다. 고객에게 새로운 것을 제시하여야 합니다. 끊임없이 연구해야하고, 고객의 생각보다 한 발 더 앞서나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격경쟁의 나락으로 빠집니다.
3. 가격경쟁 프레임을 파괴하는 3가지 전략
1번째 전략: 싼거 하느니, 그냥 노세요.
특허출원 한 건 당 70만원에 수주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비싸게 받는 건 아닙니다. BLT도 10년 전 특허출원 가격보다 낮은 가격입니다.) 위 특허법인은 모 대기업에서 1년에 몇 백 건 특허출원을 발주하기 때문에, 아무리 싸도 그냥 수임하는 것이죠.
딸린 식구가 많아서라고는 하는데, 글쎄요. 그 특허법인은 ‘야근에 단련된’ 직원들만 남아서 점점 노쇄화되고 있고, 소속 구성원들의 평균연령 향상에 따라 최신 기술 이해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변리사들 연봉을 맞춰주지 못해서 특허법인 구성원 중 변리사 인원 퍼센트가 20%를 밑돌고 있습니다. 어떤 곳은 구성원은 40명인데, 변리사는 1명인 경우도 있죠. 저가경쟁의 악순환이 불러일으킨 결과입니다.
변리사 얼굴 보기 힘든 특허사무소에 누가 일을 맡길까요? 저가경쟁으로 인하여, 현재 인터넷으로 80만원에 특허출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홈페이지 너머 책상에 과연 ‘내 10억짜리 아이템’을 보호해줄 변리사가 앉아 있을까요? 저가 서비스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서비스 제공자는 싼 용역을 하느니, 그냥 노는 게 더 좋습니다. 특허든 디자인이든 개발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가격에 일요일 새벽 3시까지 일하면서 몸을 망치는 것보다, 비용을 줄여서 여행을 가거나 책을 보거나 사람들을 만나는게 더 수가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풍부한 배경지식은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당신의 가치를 급격히 높여줄 것이고, 광대한 인적 네트워크는 당신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사자는 절대 썩은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굶되 항상 정신을 차리고 기회를 만들어낼 생각을 해야합니다. 50만원짜리 홈페이지 제작을 거절하고, 온오프믹스에서 열리는 세미나 아무데나 참석하세요. 그곳에서 당신에게 2000만원짜리 일을 맡길 사람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2번째 전략: 책을 쓰세요
60만원짜리 특허출원과 50만원짜리 홈페이지 용역은 당신을 지치게 합니다. 무의미한 용역을 하느라 체력을 소진하지 말고, 더 많은 책을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당신의 매력을 더 풍부하게 하세요. 책을 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 a. 제목을 정한다
- b. 내가 가진 능력과 경험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 c. 구글독스 엑셀로 목차를 잡는다.
- d. 맥북에어를 산다.
- e. iBookAuthor 로 책을 쓴다.
- f. 출판사 대표를 만난다. – 온오프믹스의 많은 모임들에 나가다보면 출판사 사장님들 한두분씩 꼭 있습니다.
- g. 출판계약을 하거나 다른 적합한 출판사를 소개받는다.
- h. 출판한다.
왜 저 순서를 권하는지는 나중에 ‘책 쓰기’ 칼럼을 통해서 더 자세히 공개하겠습니다. 아주 빨리 쓸 수 있습니다. ^^
책을 쓴 사람은 ‘작가’가 됩니다. 저랑 유철현 변리사도 ‘작가’입니다. ‘작가’는 ‘네이버 인물정보’에 올라갑니다.
제 이름이 좀 웃기죠. ‘엄정한’ ㅎㅎㅎ 형용사입니다. 그래서 원래는 ‘엄정한’을 검색하면 어학사전에 밀리거나, 뉴스의 ‘엄정한 수사 / 엄정한 판결’ 이런것에 파뭍혔는데, 책을 내고 나서는 작가로서 인정 받아서 네이버에 제가 나옵니다. 물론, 전자책 출판은 아직 인정 안 됩니다. ISBN코드를 받는 진짜책이어야 한다고 하네요.
책을 내고나서는 ‘마케팅’의 영역입니다. 이부분은 나중에 별도의 칼럼으로 공개하겠습니다.
3번째 전략: 팀을 구성하고, 위임하세요.
2번째까지 가면, 이제 괜찮은 가격의 일들이 괜찮은 양으로 수임됩니다. 그런데 일이 나의 능력보다 더 들어오는게 문제입니다. 천천히 수임하면서 고객이 애간장이 타도록 하는 전략도 괜찮은 전략이긴 하지만, 그러다가 경쟁자들이 그 일을 다 가져가게 되죠. 뭐, 그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적당히 일하면서 적당히 벌면서 가족과 행복한 생활을 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시점을 거치게 되면, 돈을 더 벌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나의 비전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지기 시작합니다. 특히나 책이 잘 팔리고 여기저기 강의를 많이 다니면 더 그렇죠. 그러한 상황에서는 조직이 커집니다. 커지기 시작하면 혼자 다 할 수 없습니다.
팀을 구성해야 하는데, 팀원을 모집하는 방법은 벤처스퀘어에 공유했습니다.
더 중요한것은 ‘위임’입니다. 내가 했던 일중에 ‘나만 할 수 있는 서비스 코어’는 남겨두고, 나머지는 전부 다 팀원에게 위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팀원이 합류해야 하는 게 우선이지만, 일단 합류했다고 치고, 그 다음은 ‘그 사람을 나의 복제판’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내가 교육 받았던 내용과 커리큘럼들을 전부 떠올려서 그 팀원에게 교육을 들으러 다녀오라고 해야 합니다. ‘나’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좋은 멘토가 될 수 없습니다. 온오프믹스를 이용해서 그 팀원이 그러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만 해주면 됩니다. 때로는, 그 팀원에게 전권을 줘서 알아서 하라고 해야 합니다. ‘내가’ 직접 했을 때보다 더 잘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최고의 팀’을 구성하면, 시간을 절약하고 품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만 할 수 있는 서비스’는 계속 개발해야합니다. 그것이 서비스의 가치를 높이는 ‘코어’입니다. 코어의 개발은 전문가 스스로가 만들어 나가야합니다. 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죠. 프로젝트 한 건에 몇억씩 받는 외국계 컨설팅회사들은 자신들의 노하우를 슬쩍슬쩍 공개합니다.
그러한 방법론을 공개하고 경쟁자들의 레벨을 끌어올림으로써, 시장을 선도하는 이미지를 구축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차세대 서비스 코어’개발의 동기를 스스로 부여하는 것이죠.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나 맥켄지와 같은 서비스 회사들이 이러한 전략을 잘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공유’는 자기발전의 촉매인것 같습니다.
위 짤방에서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는 곧 ‘공짜’를 의미하죠. 그에 반해 일본은 ‘정당한 서비스 댓가’를 지불하기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많은 한국 전문가들이 ‘급여’가 높은 일본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일본사람들이랑 계약하려면 진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서비스 지불비용이 낮은 대신 고객을 ‘설득’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운 편입니다. 고객을 ‘꼬실만한 무기’를 많이 만드는 것이 답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무기’들은 ‘생각할 시간’을 가진 헝그리한 전문가들만이 가질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 글을 만나는 많은 ‘전문가’ 분들이 가격경쟁의 나락에서 탈출하여 행복한 생활을 하시게 되기를 기원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원문: VENTURE SQU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