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성, 건강한 섹스 라이프, 건강한 관계 – 언제나 건강을 따지지만 도대체 내가 임하는 이 관계가 건강하게 굴러가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다. 건강이란 대체 무엇이길래! 섹스를 너무 많이 하고 있는건 아닌지, 너무 안하고 있는건 아닌지.
해도 문제 안해도 문제라지만 한 때는 아름다웠던 관계를 매듭짓는 이유로까지 확장될 수 있기에 고민의 가치가 있는 사안이다. 인터넷 검색만 잠깐 해도 (보통 딱히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진 않은) 섹스의 보편적 빈도에 대한 방대한 양의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자료’ 속에 등장하는 수치는 필자와 정보출처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검색엔진은 사실 그리 유효한 정보원이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아마도 이 주제에 관련해서 가장 정확하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 중 하나는 미국의 Kinsey Institution에서 발간하는 데이터가 아닐까. Kinsey Institution에 따르면 성과 연령대별 성관계의 빈도는 다음 표와 같다. (*성관계의 기준은 삽입성교이며, 미국사회의 평균이다)
위의 표를 보고 ” 내 성생활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하는 생각이 든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뭐 아직 주초인데 벌써 이번주에 10회는 했다거나, 반대로 서로 유난히 바쁘고 피곤해서 몇주간 섹스를 전혀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평균보다 빈도가 높다고 해서 섹스중독인 것도 아니고 평균보다 빈도가 낮다고 해서 성생활이 고루한 것도 아니다.
인간의 성적 흥분 패턴은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또 얼마나 자주 좋아하는지에 따라 그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성적 흥분과 성적 행동의 빈도는 나이, 신체적 정서적 건강, 약물, 자녀의 여부, 호르몬 불균형, 스트레스, 관계의 안정성, 과거의 트라우마, 신체적 매력의 감소, 친밀감의 감소, 신뢰부족, 경험적 조건 등 무수히 많은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단순하고 원초적인 진실은 진정한 ‘보통’이라는 것이 성생활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성애를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동성애를 하고, 또 누군가는 양성애를 한다. 어떤 사람들은 페티쉬에 집착을 하는 반면 그런 것이 질색인 사람도 있고, 섹스가 삶의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도 있지만 성을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고.
우린 모두 다 서로 다른 욕망과 생각과 취향을 가졌기에 본질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수는 없다. 당신의 성적 행동양태가 불법이거나, 자존감을 해치거나, 연인과의 관계를 위험에 빠뜨리거나, 부정적인 결과물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면 적든 많든 굳이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섹스가 관계에 있어서의 핵심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섹스는 커플이 감정적 유대감을 키우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고, 그렇기 때문에 규칙적인 성생활은 삶 전반에 있어서의 건강과 행복에 기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굳이 섹스까지 하지 않더라도 손을 잡는 것, 포옹을 하는 것, 서로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전부 친밀감과 관계에 대한 믿음을 키워나가는 데에 섹스만큼이나 효과적이다. 남들이 섹스를 얼마나 어떻게 하는지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과 당신의 연인이 행복하다면, 그것이 당신에게 가장 적절한 빈도이다.
원문:부끄럽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