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운동’ 이라는 말을 들으면 오래된 부채를 갚지 못하고 야반 도주한 채무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 흡연자가 죄의식을 느끼며 담배를 피는 것처럼 많은 이들이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쉽사리 꾸준한 실천에 나서지는 못한다.
사실 꾸준히 운동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간헐적 이벤트가 아니라 운동을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넣어야하는 생활의 요소로 마주해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운동을 하여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도 크지 않다.
운동에 대한 막연한 통념은 운동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수적이며, 만병의 통치약인 것처럼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꼭 그런 것은 아니다. 10년~20년 운동 없이 살아도 체질적으로 병약하게 또는 비만 유전자를 많이 갖고 있지 않은 이상 우리는 큰 불편을 겪지 않기 때문이다.
평생 운동을 몰라도 천수를 누리며 80~90까지 무난하게 살기도 한다. 적어도 운동을 한다고 해서 수명이 몇년씩 길어지는 것은 확실히 아니다. 물론 중년 이후 일부 질환의 발생을 줄여줄 수는 있다. 하지만 질병과 관련한 면역력은 운동과는 별개의 문제이며 사실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요인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운동 많이 한다고 감기에 덜 걸리고 하는건 아니란 의미다. (고로 감기에 걸렸다고 체력이 약하고 운동을 안해서라는 인과관계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흔한 질병도 막지 못하는 운동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운동이 필요한 이유
첫째 활력의 차원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운동을 잘못 이해하고 있으며, 잘못된 운동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공원, 산책로, 강변, 헬스장 등에서 마주하는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운동은 운동이라 부를 수 없다. 그것은 그냥 평소 쌓아둔 잉여 칼로리의 소모에 지나지 않는다. 트레드밀 빨리 걷기, 가벼운 덤벨을 들었다 놓고 굽힌 행위가 운동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면 큰 오산이다.[1]
운동은 ‘강하게 해야한다’. 역설적이지만 운동의 진정한 효과는 인체를 두드리고 흔들고 일부 부수어 끊임없이 복구하게 만드는 과정에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 몸은 부숴지기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초과 회복을 만들어내고 이윽고 ‘개선’을 맞이한다. 활력은 바로 그 때 생겨나는 것이다. 정력은 타고나는 것이 있지만 노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영역에도 있다. 맨몸 스쿼트도 힘겨웠던 몸이 100kg 중량 스쿼트를 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활력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둘째 인식과 사고 영역의 확장이다.
분야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실제 경험을 통한 사고와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현저하다. 특히 몸을 움직여 얻은 경험과 개선은 인식과 사고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단순히 좌뇌인, 우뇌인이라 하며 해당 분야에 특화된 인간을 분류하려고 하지만 이는 산업화 시대 이후 분업으로 이어져온 사회적 압력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드라지게 뛰어난 재능은 없더라도 노력을 통해 모든 영역에서 유의미하게 고른 발달을 얻어낼 수 있다. 비단 운동 뿐만 아니라 지,덕,체 모든 부분에서 인식의 틀을 만들어낸다면 우리가 체험할 수 있고 사고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힐 수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공영 방송의 교양 프로그램의 확장이 아닌 전문 채널의 확장 쯤이 아닐까 싶다.
다른 이야기가 길었는데 책 소개로 돌아가자.
운동법, 생리, 영양 등 각각 별도의 지식은 어렵지 않게 찾고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각 영역에서 딱 운동에만 필요한 총체적 정보는 생각보다 얻기 쉽지 않다. 모두 몸의 성장과 관련된 부분이지만 운동과 생리, 영양 등은 각각 완전히 다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이다. 지식이 뛰어난 일부 트레이너들이 좋은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한계가 자명하고 때로는 통념에 사로잡혀 맞지 않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이러한 포괄적인 영역에서 조언을 받을 수 있는건 태릉의 일부 전문 운동선수나 가능할 뿐이다. (이 또한 사회체육의 부재와 일부 엘리트 중심적 육성의 한계라 여긴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간고등어니 숀리 등의 운동 분야의 전문가는 대개의 경우 운동 중심적이다. 그들은 운동 방법이나 프로그램 정도만 알려줄 뿐이며, 심지어 운동법 조차도 본인들의 이득을 위해 다소 편향된 경향이 짙다.
일반인에게도 유용한 헬스 조언
이 책은 단언컨데 일반인의 입장에서 운동의 효용과 방법, 생리, 영양 등을 한번에 포괄하여 접근한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한 서적이다. (내가 단언할 수 있는건 우리나라에서 나온 왠만한 준전문 운동 서적은 물론 문체부에서 코치들을 대상으로 발간한 주요종목 훈련 프로그램 책자까지 봤기 때문이다.)
영국 유학 시절 조정으로 처음 운동을 접한 뒤 귀국 후 10년 가까이 운동 분야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는 저자는 전문 운동인도 아니다. 오래고 다양한 아마추어 운동 경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의 전공인 생물학 지식을 접목하여 생리와 영양 분야에 있어 전문인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운동법에 대해서 장황하게 늘어놓는 다른 책과 달리 이 책은 운동법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우리는 영어, 수학은 교사나 강사에게 배워야한다고 생각하면서 운동은 혼자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쉽게 착각한다. 하지만 전자보다 후자가 실제로는 훨씬 어려우며 잘못 독학했을 경우의 폐해가 크게 나타난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운동법만 다룬 책들은 한계가 자명하다.
반면 이 책은 대부분의 운동관련 도서가 다루는 부분인 운동의 방법을 제외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이미지 중심으로 훌훌 넘기면서 가볍게 읽는 다른 운동 분야 도서와 달리 신경과 호르몬, 영양 기작 등이 머리 아플 수도 있겠지만 무턱대고 비효율적으로 의미없는 운동에 쏟을 시간에 먼저 이 책부터 일독을 권하고 싶다. 꼭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순수 교양 차원에서라도 가까이 두고 틈틈히 여러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원문: 내일의 죠
- 나는 운동을 다이어트와 결부 시키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여긴다. 운동과 다이어트는 인과성을 끊고 완전히 별개의 행위로 받아들여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