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진풍경이다.
정부는 임금을 올리자 하고 재계는 딴지다. 경총은 올해 1.6% 임금 인상이 적정하다 했다. 목소리 높인 정부로서는 빈정상할 일이지만, 기업의 “독립적 연합체”인 경총이 자신의 “독립적” 목소리를 내는 것까지 비난할 일은 아니다. 다만, 정부가 임금 자제를 요청할 때에는 획기적인 임금 인상으로 화답하는 “균형감각”을 바랄 뿐.
하지만, 어느쪽이든 정확하게 하는 게 좋겠다. 경총은 1.6%의 “과학적” 근거까지 내세웠다. 이른바 “적정임금조정율 기본산식”이라는 것인데, 1990년대 후반부터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 산식의 구체적 내용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사정이 만만치 않았던 탓인지, 이번에는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그림 참조).
적정임금조정율은 “국민경제생산성 증가율” (2.9%)에서 “정기승급분” (1.3%)을 뺀 것이라 한다. 두가지 용어가 모두 낯설다. 국민경제생산성이라는 말은 처음 듣는 말인데, 다행히 설명이 덧붙여 있다. 실질 GDP 성장율에다가 GDP 디플레이터 변화율을 더 한 뒤, 취업자 증가율을 뺐다.갸우뚱해진다.
실질 GDP 성장율에서 “실질”이라 함은 이미 GDP 디플레이터 (물가 변화를 고려하기 위한 계수)이 이미 반영되어 있다는 뜻인데, 여기 다시 GDP 디플레이터를 더하면, 결국 다시 “명목” GDP 증가율이다. 여기에 취업자 증가율을 뺐으니, 짐작컨대 이건 “부가가치 기준 취업자 일인당 노동생산성” (또는 취업자 노동생산성)이다. 공식통계로 자주 등장하는 통계다.
남들이 다 사용하는 용어와 수치를 두고, 굳이 이리 뒤엉킨 산식을 통해 계산한 뒤 자신만의 이름을 붙일 이유는 없다. 어느 방송에서 경총 관계자는 “이 산식이 복잡하긴 한데요”라고 했는데, 정확히 말하면 복잡한 것이라 아니라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둘째는 “정기승급분”이다. 기업들이 대부분 연공형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으니, 어차피 해마다 임금이 자동적으로 올라가게 되는 부분은 빼자는 것이다.
이 또한 내겐 낯선 계산법이다. 우선 연공형 임금을 가지지 않은 노동자, 특히 비정규 노동자에게는 억울한 일이다.
둘째, 개별 노동자와 기업 전체를 뭉뚱그리지 말아야 한다. “정기승급분”의 논리가 적용되려면, 적어도 기업 전체의 평균 근속연수가 매해 기계적으로 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신규입직, 퇴직, 퇴사 등 노동 이동이 빈번하다. 최근에 경제 전체적으로 근속연수가 늘지도 않았다.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은 “정기승급분” 계산은 “과학적 외관을 한 무작정 임금깎기”에 불과하다. 산식에서 빼는 게 마땅하다.
꼼꼼히 따지는 자세는 좋다. 그럴려면 제대로 따져야 한다. 수식이나 “전문용어”는 자신의 주장을 정치하게 하자는 것이지, 제 민낯을 숨기려는 화장술은 아니다.
원문: 이상헌님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