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조금 도발적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많은 트위터 사용자들은 언론사가 허락없이 자신의 트윗을 가져다 쓰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일을 가장 흔하게 일삼는 위키트리와 인사이트가 찌라시처럼 인식된다는건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겨레에 올라온 박수진 기자의 기사는 꽤 좋다. 이 기사는 언론에 의해 소셜 네트워크에 올라온 개인 사용자들의 포스팅이 함부로 사용되는 사례들을 나열하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2013년 1월, 미국에서는 SNS상에 공유된 사진도 저작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프리랜서 사진작가 다니엘 모렐(Daniel Morel)이 촬영한 아이티 지진참사 현장 사진을 작가의 동의 없이 보도용으로 쓴 프랑스 통신사 AFP와 이미지 판매 회사인 게티이미지(Gettyimage) 간의 ‘소셜네트워크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미국 뉴욕 법원은 피고인 AFP와 게티이미지에 저작권법 위반 판결을 내렸습니다. AFP는 소셜네트워크의 특성상 트위터에 올리는 사진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재사용을 허락하는 것으로 본다는 트위터 이용약관을 근거로 저작권 위반이 아니라고 맞서기도 했지만 패소했습니다. 미 재판부는 트위터 이용약관에서 재사용을 허락한 것은 트위터와 그 제휴 서비스에 한정된 것이지 언론 매체의 재사용까지 허락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 말이 틀렸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 판결이 나오고 며칠 후, 트위터가 임베딩 기능을 발표했기에 이 판결의 결과는 언론이 개인 사용자의 트윗을 가져다 쓰는 것과는 큰 상관이 없어졌다. 임베딩은 트위터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코드를 이용해 웹사이트에 트윗을 삽입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이 임베딩 기능은 이용 약관에 명시된 트위터의 재사용의 범위 내에 들어간다. 바꿔 말해서, 기자가 임베딩 기능을 이용해 기사에 트윗(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등)을 삽입했을 경우엔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말이다. 트위터의 이용 약관을 보자.
귀하는 귀하가 본 서비스상에 또는 본 서비스를 통해 제출, 게시 또는 게재한 콘텐츠 일체에 대한 권리를 보유합니다. 본 서비스상에 또는 본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를 제출, 게시 또는 게재함으로써, 귀하는 당사에 (현재 알려져 있거나 장래에 개발될 수 있는) 모든 미디어나 배포방식을 통해 해당 콘텐츠를 이용, 복사, 복제, 처리, 각색, 변경, 공표, 전송, 게재 또는 배포할 수 있는 전 세계적이고, 비독점적이며 무상으로 제공되는 라이센스(재라이센스를 허여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함)를 허여하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말만 조금씩 다를뿐 다른 소셜 서비스들도 비슷한 약관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트윗을 기사에 인용하는 문제는 저작권의 문제라기보다는 보도 윤리와 더 연관이 있다. 그럼 질문을 다시 해 볼 필요가 있다: 보도 윤리의 측면에서 볼 때 기자들은 트윗을 맘대로 쓰면 안 되는 걸까?
버즈피드의 편집 기준과 윤리 가이드에는 임베딩과 관련한 항목이 있다. 버즈피드는 임베딩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미디어이기도 하고, 임베딩과 관련 해서 논란이 있었던 적도 있다. 난 이 항목이 꽤 적절하게 잘 쓰여졌다고 생각한다.
임베드
우리는 종종 뉴스나 엔터테인먼트에 인스타그램 사진이나 트윗을 임베딩합니다. 하지만 민감한 주제인 경우 — 예를 들면, 성폭력, LGBT, 인종 차별의 경우 — 많은 표면상 공개 트위터 사용자들이 자신들을 별개의 커뮤니티로 생각한다는 사실을 존중하고 인식해야만 합니다. 시급하게 전달해야 하는 뉴스가 아니라면, 필자들이 민감한 주제를 담고 있는 트윗이나 사진을 임베딩 할 때,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사용자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사용자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은 독자들을 위해 기사에 더 많은 맥락을 제공해준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사용자를 밝히는 것이 부적절하지만 내용이 보도 가치가 있는 경우엔, 이름과 이미지를 흐릿하게 처리한 스크린샷을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Embeds
We often embed Instagram images and tweets in news and entertainment. But in the case of sensitive subjects — sexual assault, LGBT, and racial oppression, for example — we should be aware of and respectful to the fact that many ostensibly public Twitter users consider themselves part of distinct communities. Outside of breaking news situations, writers are encouraged to contact Instagram and Twitter users when embedding a photo or a tweet on a sensitive subject. Contacting the user has the added benefit of giving the story more context for the reader. In cases where identifying the user is inappropriate but the content is still newsworthy, screenshots with the name and image blurred are fine.
반대로, 조금 차갑게 말하자면, 민감한 주제를 담고 있는 상황을 제외하면 사용자에게 미리 트윗을 인용하겠다고 동의를 구하는 건 권장 사항이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게 의무 사항이 아니라 권장 사항이 되는 이유는 트위터가 기본적으로 공개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다[1]. 누군가 공개적인 장소에 글을 올렸는데, 그걸 다른 사람 — 예컨대, 기자 — 이 인용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그 글을 인용할 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이 한 말을 인용하길 원하지 않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우리 모두는 트위터라는 서비스를 쓰기로 했을 때 기본적으로 모든 트윗은 공개된다는데 동의하기도 했다.
한편, 트위터는 트윗을 비공개로 사용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계정을 비공개로 돌리는 기능도 제공한다. 비공개로 올라온 트윗은 리트윗도 할 수 없고, 당연히 임베딩도 안된다. 이런 계정에 올라온 트윗을 인용하는 것은 임베딩이 아닐테니 당연히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따라서 자신의 트윗이 기사화 되는 것을 피하고 싶다면 계정을 비공개로 돌리면 된다.
다시 국내 언론 얘기로 돌아가보자. 국내 언론들은 트윗이나 인스타그램을 기사에 삽입할 때, 임베딩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언론사들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좀 더 중요한 다른 이유가 있다. 포털 때문이다.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에 발행되는 뉴스 기사들은 HTML 태그를 극단적으로 제한한다. 포털은 언론사를 믿지 못한다. 언론사 기사에 악성 코드가 담겨 있는 경우도 있고, 링크에 광고를 삽입할 수도 있기에 이해는 된다. 하지만 덕분에 HTML 태그를 사용하는 임베딩도 막혔다. 결국 언론사는 포털에 발행되는 뉴스와 자사 사이트에 발행되는 뉴스를 똑같이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저작권을 위반하는 스크린샷 방법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바보 같은 일이다.
정리하면, 기자들은 트윗을 맘대로 기사에 사용할 수 있다. 임베딩 기능을 사용하면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고,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법적,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서, 그게 도덕적으로도 괜찮은 건 아니다. 난 이 부분에서 트위터 같은 공개 서비스의 사용자와 언론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용자는 언제든지 내가 쓴 글이 기사화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야 하고, 기자는 트윗을 인용할 때면 늘 신중해져야 한다.
출처: 윤지만넷
- 가끔 있는 경우인데, 페이스북에 친구 공개로 올라온 글을 기사화 하는건 전혀 다른 문제다. 그건 모두에게 보라고 올린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