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목적으로 사회적 성공보다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행복한 삶의 요소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 다르겠지만, 그중 좋은 인간관계는 빼놓을 수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매일 같이 부부 싸움을 하면서 가정에서 행복을 느낄 수는 없을 테고, 직장 상사, 동료들과 사이가 나쁘면서 회사 생활이 즐거울 수는 없으니까요.
카를 융(Carl Gustav Jung)이 한 인터뷰에서 언급한 ‘행복한 삶의 5가지 기본 요소’에도 친밀하고 좋은 인간관계가 포함되어 있더군요.
행복한 관계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행복한 관계를 방해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오늘 ‘화’를 부르는 대화 방식에 관해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말을 들을 때 화가 나시나요?
너는 왜 그딴 식으로밖에 일을 못 하냐?
자기는 요즘 너무 무심해. 요즘 나한테 도대체 관심이 없어.
넌 너무 게을러. 그렇게 해서 사회생활 하겠냐?
금방 떠오르는 몇 가지 말을 예로 들어보았습니다. 회사에서, 가정에서, 연인 사이에서 우리는 위와 같은 말을 종종 듣고 우리가 내뱉기도 합니다. 보통 다른 사람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 사람을 비난하며 행동을 고치라고 하는 말들인데요. 오히려 듣는 이를 화나게 만들고 저항하게 만들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화나게 만드는 대화를 통해 관계를 쉽게 망칩니다. 어떻게 하면 이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화’를 주고받는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화’를 다르게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첫 단계는 ‘화’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나를 화나게 만들었어’ 같은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죠.
우리가 화가 나는 것은 결코 다른 사람의 행동 때문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은 자극은 될지언정 화를 부른 직접적인 원인이 아닙니다. 그러면 ‘화’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하나의 상황을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친구와 만날 약속을 하고 약속 장소에 나갔는데 30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습니다. 이때 우리의 반응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습니다. 친구가 자신과의 약속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면 우리는 마음에 상처를 입을 것입니다. 시간을 유용하게 쓰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낭비한 시간 때문에 화가 날 겁니다. 그런데 만약 30분 정도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면 친구가 늦은 것에 오히려 고마움을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읽고 싶었던 책이 마침 가방에 있었다면 책을 읽으면서 그 시간을 행복하게 느꼈을 겁니다.
친구가 약속에 늦는 상황 및 자극은 동일하지만 그 자극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그 순간 우리가 가졌던 욕구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우리가 화가 나는 것은 결코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 때문이 아닙니다. ‘화’는 우리가 가진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그 상황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고 그를 비난하는 것에서 일어납니다. 분노의 원인은 비난하고 판단하는 우리의 생각 속에 있습니다.
앞에서 예를 들었던 ‘화’를 부르는 말 뒤에는 어떤 욕구가 있을까요?
너는 왜 그딴 식으로밖에 일을 못 하냐?
- 자신에게 어떤 일을 해줬으면 하는 욕구가 좌절됐을 때
자기는 요즘 너무 무심해. 요즘 나한테 도대체 관심이 없어.
-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애정을 표현해 줬으면 하는 욕구가 좌절됐을 때
넌 너무 게을러. 그렇게 해서 사회생활 하겠냐?
- 성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신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행동을 보일 때
위의 말들을 다시 보면 자신이 가진 가치관과 욕구를 상대방이 공감하고 만족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의 욕구를 간접적으로 표현하면 상대는 이런 말을 비판으로 듣기 쉽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비난처럼 들리는 말을 들으면 자기방어를 하거나 반격을 하게 됩니다.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는 것이죠.
물리적인 힘의 행사만이 폭력이 아닙니다. 상대방을 비난하고 심리적으로 상처를 입히는 것은 ‘정신적인 폭력’을 가하는 것입니다. 물리적인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듯이, 정신적인 폭력을 통해서는 관계를 개선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정신적인 폭력’의 악순환을 벗어나 행복한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요? 화를 내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실제로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자신들의 삶에 기여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입니다. 말 뒤에 숨겨진 욕구와 불안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는 다르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 다른 사람에게 화가 날 때: 상대방을 비난하는 대신 그 순간 자신이 가진 욕구를 인정하고, 자신의 느낌을 전달하며 욕구를 부탁으로 표현합니다.
- 다른 사람이 내게 화를 낼 때: 그 사람이 내뱉은 말에 똑같이 화를 내는 대신 그 사람 내부의 욕구를 알아채고 그 욕구에 공감하며 연민으로 반응합니다.
자, 이제 우리는 ‘화’를 일으키는 원인과 해결 방향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해가 있더라도 일상의 대화에서 실제로 말로 어떻게 표현하면 되는지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구체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임상심리학자이자 의사소통방법의 전문가인 마셜 B. 로젠버그는 ‘정신적 폭력’을 피하면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연민이 우러나는 유대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대화 방법을 고안해 냈고, 그 방법에 ‘비폭력 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 NVC)’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비폭력 대화는 어렵지 않습니다. 대화할 때 비폭력 대화의 4단계를 차례로 적용하면 됩니다.
자기는 요즘 너무 무심해. 요즘 나한테 도대체 관심이 없어. (판단, 비난)
- 관찰: 자기가 이번 주 내내 늦게 집에 들어오고, 집에서 나와 함께 한 시간이 없어서
- 느낌: 나는 외롭고 비참한 기분이 들어.
- 욕구: 자기랑 함께 보내는 시간을 좀 더 갖고 싶으니까
- 부탁: 적어도 일주일에 이틀 이상은 일찍 집에 들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 좋겠어.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으면서 우리 자신의 느낌과 욕구를 더 직접적으로 연결해 표현할수록 상대방은 더 쉽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비난하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자신의 느낌과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에는 낯설어합니다. 비폭력 대화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에 귀 기울임으로써 인간관계를 새로운 측면에서 보게 합니다. 행복한 관계를 위해 우리가 매일 쓰는 언어와 대화 방식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요.
원문 : 마인드 와칭
참고
- 마셜 B. 로젠버그, 『비폭력대화』, 캐서린 한 옮김, 한국 NVC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