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회사 생활을 편하게 만들어준 업무 노트 습관을 공개합니다.
단순하게 살고 싶어서 계획을 세운다.
시간 관리, 업무 관리를 위한 툴은 참 다양합니다. 저도 14년간 회사를 다니면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왔습니다. 프랭클린플래너를 5년 넘게 사용했고, 프랭클린 플래너를 개선한 스마트플래너도 사용하였습니다. 스마트폰/패드를 쓰면서 부터는 Pocket Informant, Things 같은 앱으로 GTD도 사용하였습니다. GTD를 쓰다가 좀 더 심플한 앱을 쓰고 싶어 Clear, Wunderlist 같은 앱으로 갈아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플래너도 스마트폰 앱도 쓰지 않습니다.
일반 노트만 사용하면서 업무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주간 업무 계획표 + 하루 노트
제가 일하는 부서는 주간업무 보고서를 목요일 저녁까지 작성해서 보내야 합니다. 금요일 오전에 전날 보낸 주간업무 보고서를 가지고 프로젝트 전체 미팅을 하죠. 그래서 저는 목요일 오후에 다음 주 업무 계획을 작성합니다.
차주 업무 계획은 아래와 같은 엑셀 쉬트에 작성합니다.
해야할 업무의 목표, 세부 추진 방안, 예상 문제점 및 추진 방안을 씁니다. 그 다음 업무의 우선 순위를 매깁니다. 각각의 업무를 진행할 일정을 날자칸에 화살표로 표시합니다.
이 주간 업무 계획표는 제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예전에 제가 속했던 프로젝트의 PL(Project Leader)분께서 저를 포함한 다른 멤버들에게 이 주간 업무 계획표를 매주 작성해서 제출하도록 하셨습니다. 그 때는 이 주간 업무 계획표 작성이 참 싫었습니다. 다음 주에 할 일을 미리 상세하게 계획하고, 실제로 진행할 일정까지 표시한다는 것이 참 부담스러웠죠. 나중에 실제로 계획표대로 했는지 검사까지 받았으니 계획을 대충 세울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주간 업무 계획표 작성을 7년 이상 해오다 보니까 습관이 몸에 배면서 장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 PL분과 같이 일하지 않게 된 이후에도, 누가 시키지는 않지만 저 스스로 이 주간 업무 계획표 작성을 매주 하고 있습니다.
주간 업무 계획표를 만들면 뭐가 좋을까요?
마음 편하게 살기 위해서는 고민이 없어야 합니다. 회사에서 마음이 편하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면 됩니다.
주간 업무 계획표를 쓰면 회사 생활을 단순하게 할 수 있습니다.
- 출근하면 주간 업무 계획표에서 오늘 날자 칸을 본다.
- 화살표가 있는 업무를 오늘의 할 일 목록에 옮겨 적는다.
- 할 일 목록의 일을 우선순위대로 하나씩 해치운다.
오늘의 할 일 목록은 하루 노트에 기록합니다.
하루 노트는 이상혁님의 <노트의 기술>에 나오는 노트의 한 종류인데, 하루 중 발생하는 일을 모두 기록하는 노트입니다. 저는 하루 노트에 그 날 할 일, 일어난 일을 적습니다. 주간 업무 계획표에서와 같이 중요한 업무에는 번호에 빨간색, 주황색 동그라미를 쳐서 강조를 합니다. 업무를 다 처리하면 완료 표시를 하구요.
이 작은 하루 노트 한 권만 가지고 다니면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하루 노트에 적힌 목록을 보면서 차례 차례 하나씩 그냥 하면 됩니다.
계획은 짧은 시간 집중 해서 고민하고, 나머지 시간 동안 마음 편하게 일하기 위해 세우는 겁니다.
주간 업무 계획표 + 하루 노트 조합을 통해 제 회사 생활이 편해졌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주간 업무 계획표 양식을 첨부합니다. 필요하신 분은 다운받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주간-업무-계획표-양식.xlsx
주의할 점
이 방식은 미리 여행 지도와 스케쥴을 짜놓고 거기에 맞춰 여행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여행 계획을 대충 짜놓으면 여행이 엉망이 되겠지요. 너무 갈 곳을 많이 잡아 놓으면 다 가지도 못하고 지쳐버릴 것이고, 스케쥴을너무 느슨하게 잡아 놓으면 몸은 편하더라도 여행을 통해 얻는 것이 적을 것입니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내가 처한 상황과 목표에 맞게 꼼꼼하게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일 수록 계획을 잘 세우겠죠. 주간 업무 계획표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연습이 반복될 수록 더 계획을 잘 세울 수 있습니다.
계획은 고정 불변의 것이 아닙니다. 주변 상황의 변화에 따라 그때 그때 수정/보완하세요. 월요일에 출근하면 전주에 세웠던 주간 업무 계획을 보고 더 추가할 것은 없는지, 달라진 상황에 맞춰서 우선 순위를 바꿔야 할 것은 없는지 면밀히 검토합니다. 매일 아침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주간 업무 계획표를 점검하고, 수정/보완을 합니다. 미리 다른 일들의 우선 순위를 표시해 놓았기 때문에 새로운 일을 끼워넣는 작업은 오래걸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하루 노트에 그 변경 사항을 반영하여 할 일을 적습니다.
한 곳에 모두 모은다.
저는 딱 3개의 노트만 씁니다. 회사 업무용 연구노트, 개인적인 생각정리를 위한 개인 노트, 매일 매일의 할 일 관리를 위한 하루 노트 3가지를 사용합니다. 업무용으로는 연구 노트와 하루 노트 2개만 쓰는 거죠. 하루 노트에는 그 날의 할 일과 일어난 일을 간단히 목록 형태로 적고, 나머지는 모두 연구 노트에 기록합니다.
요즘 에버노트에 모든 자료를 모으시는 분들이 많으시죠. 저도 물론 에버노트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저는 종이로 된 노트에도 업무에 필요한 자료를 모두 모아둡니다.
- 주간 업무 계획표를 출력하고 잘라서 연구 노트에 붙입니다.
- 회의록, 자료 정리, 논문 요약 등 파워포인트로 작성한 문서도 중요 부분을 출력해서 노트에 붙입니다.
- 미팅 때 받은 명함도 미팅 내용을 메모한 곳에 붙여 둡니다.
- 월간 일정 관리를 위한 달력도 복사해서 노트에 붙여서 씁니다.
이렇게 주간 업무 계획표를 비롯해 업무 관련자료를 출력해서 노트에 붙여두는 것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 업무 히스토리를 언제나 확인 가능하다.
: 지금까지 한 일의 히스토리를 보면서 다음에 할 일을 계획할 수 있음. 상사의 요즘 무슨 일 하고 있어? 질문에 바로 대답이 가능함. - PC나 스마트폰을 확인하지 않아도 필요한 자료를 바로 찾아볼 수 있다.
: 노트북 없이 회의 참석 가능. 윗 분들과의 미팅에서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올 때 효과적입니다. - 노트를 다시 보면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바로 써 넣을 수 있다.
: 예전에 썼던 내용을 다시 보는 경우가 늘어납니다. 아이디어 발상에 좋아요. - 노트 한 권만 가지고 다니면 된다.
: 이동할 때 간편하게 노트 하나만 가지고 다니면서 쓸 수 있다.
저는 페이지를 넣고 빼는게 자유로운 바인더 노트를 쓰지 않는데요. 노트 한 곳에 모아 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 현재 필요한 정보는 최근 3개월 이내에 작성한 자료일 가능성이 높다.
- 여러 곳에 자료를 분류하면 어디에 분류해 놓았는지를 기억 못할 때가 있다. (PC 폴더 어디에 화일이 있는지 못 찾을 때 많으시죠?)
- 자료를 검색할 때 언제쯤 그 자료를 썼다는 것은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 노트에는 날자별로 순차적으로 자료가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자료를 작성한 시점만 대강 기억하면 필요한 자료를 찾을 수가 있다.
주제별로 따로 노트를 쓰지 않고, 노트 하나만 쓰는 것이 저에게는 훨씬 편했습니다.
BONUS. 제가 쓰는 문구류를 공개합니다.
노트 쓰는 습관을 만들려면 손으로 글씨를 쓰고, 자료를 잘라 붙이고 하는 일들이 편하고 즐거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도에 맞는 좋은 문구 제품을 찾아 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애용하는 문구 제품을 소개드릴게요. (해당 제품 업체와 개인적으로 아무런 관계 없습니다.)
- 종이제단기 : 주간 업무 계획표와 기타 자료들을 출력한 다음, 노트에 붙이기 전에 자를 때 쓰는 제단기입니다. 일일이 가위나 칼로 잘라서 붙이려면 귀찮고 깨끗하게 자르기도 어렵죠. 종이제단기를 하나 장만해두고 쓰면 아주 편하답니다. ( 제품명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CARL社 DISK CUTTER DC-210N(A4)제품입니다.)
- 양면테이프(테이프풀) : 잘라낸 종이는 한 손으로 쓰는 양면테이프 (테이프풀)을 사용해 노트에 붙입니다. 딱풀을 쓰는 것보다 훨씬 편하답니다.
테이프풀 KOKUYO DOT LINER 제품 리뷰 - 필기구 : 노트를 잘 쓰려면 쓰는 즐거움에 눈떠야 합니다. 쓰는 즐거움을 위해서는 좋은 필기구가 필요합니다. 좋은 필기구가 비싸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가격은 착하지만 필기감이 좋은 만년필과 하나만 갖고 다녀도 여러 색을 쓸 수 있는 다색 볼펜을 즐겨 씁니다.
- 노트 : 저는 사각거리는 느낌이 좋아서 만년필을 즐겨 씁니다. 그래서 만년필로 쓸 때 뒤에서 비치지 않는 종이 재질의 노트를 사용합니다.
복면사과까르네 노트 리뷰 - Bag in Bag : 노트와 필기구를 갖고 다닐 때 가방 안에 넣고 쓰는 Bag in Bag을 스면 편합니다. 위와 같이 다양한 사이즈의 포켓이 있어서 노트와 필기구를 간편하게 넣고 다닐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가방에 핸드폰 배터리도 여분으로 2개 넣고 다닙니다. 충전된 배터리는 왼쪽 포켓에 넣고, 다 쓴 배터리는 오른쪽 포켓으로 옮겨 넣습니다.
LIHIT Bag in Bag 리뷰
제가 선호하는 노트
저는 내지에 아무 디자인도 없는 Blank 노트를 씁니다. 두꺼운 노트는 가방도 무겁게 하고 휴대하기가 불편해서 얇은 두께의 노트를 선호합니다. 앞에서 말한것처럼 최근 3개월 정도의 분량만 적을 수 있는 노트면 충분하더군요. 필요한 양식은 직접 만들거나 다른 곳에서 복사해서 Blank 노트에 붙여서 쓰는 것이 가장 자유도가 높고, 비용도 적게 들었습니다. 프랭클린 플래너 같은 비싼 제품을 사서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
처음에는 왼쪽 노트를 쓰다가 오른쪽 얇은 노트로 갈아탔습니다. 얇은 노트는 아래처럼 간편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어 좋습니다.
자신만의 방법을 찾자
제가 오늘 소개드린 방법이 모든 분들에게 유용하지는 않을거예요. 그냥 ‘저 사람은 저렇게 하는구나’ 참고만 해주세요. 마음에 드시면 따라해 보시는 것도 좋겠지요. 직접 해보시면서 자신의 스타일에 잘 맞으면 계속 쓰시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버리시면 됩니다. 디지털 메모든, 아날로그 메모든 개인마다 잘 맞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방법을 찾아서 그 방법을 더 발전시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업무 관리를 위한 다양한 툴을 사용해 오면서 느낀 점입니다.
- 복잡한 방법은 오래 쓰기 어렵다. 단순한 방법일 수록 좋다.
- 다른 사람의 좋은 습관을 따라해보자. 단, 쓰면서 자신에게 맞도록 변형하자.
- 계획을 세우는 목표를 잊지 말자. 단순하게 살기 위해 계획을 세우자.
원문: 마인드와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