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1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코너 <팩트체크>에서는 “총리후보 ‘62% 법칙’…사설로 본 역대 청문회”라는 주제를 다뤘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10대 중앙일간지 사설에서 부정적인 사설의 비율이 62%를 넘으면 국회 임명동의를 받는데 실패했다는 건데요.
보도에 따르면 이는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의 논문에서 나온 내용으로 2000년 국무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이후 2013년 11월까지 나왔던 총리 후보자 13명을 분석한 결과라고 합니다. 주요 일간지 10곳에 난 무기명 사설을 모두 분석해본 결과, 부정적인 사설의 비율이 62% 이상인 후보자는 거의 대부분 낙마했더라는 겁니다. 유일한 예외는 한승수 총리였는데 보도에 따르면 한 총리 임명 당시는 “장관 3명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야당이 국무총리에 대한 부적격 입장을 철회한 바 있”기에 예외적 상황으로 봐야 한다는군요.
물론 고작 13명의 후보자를 갖고 조사한 것이기에 통계적인 의미를 찾기에는 표본도 부족하고 과학적인 조사방식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과정에서 여론의 추이나 주요 언론매체들의 평가가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막강한 파워를 발휘하는 보수매체 조중동이 한꺼번에 폭격한 경우에는, 국무총리 후보는 물론이고 장관이나 검찰총장도 살아남은 사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조중동마저 ‘버린’ 총리후보자의 경우엔 예외없이 임명동의를 받는데 실패하거나, 청문회도 해보지 못하고 낙마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완구 총리후보의 경우는 어떨까요. 팩트체크는 이 후보가 지명된 “지난달 23일부터 논문 기준대로 주요 일간지 10곳에 나온 무기명 사설만을 대상으로 해서 이런 분류에 따라 긍정과 중립, 부정, 기타 4개 항목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는데,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명 초기에는 우호적이던 언론의 분위기가 1월 말이 되면서 급격하게 험악해지더니, 언론 관련 망언 사건이 터진 6일 이후에는 비판적 사설과 칼럼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10일까지 전체 사설만 놓고 비율을 따지면 50%에 불과하지만, 아들 병역이나 부동산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한 1월 27일 이후로 끊어서 계산하면 부정적인 사설 수가 64.7%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는 이완구 후보자의 청문 절차가 아직 진행중이라는 건데요, JTBC 보도에서는 만약 이완구 후보자의 12일 국회 임명동의 표결 이전까지 “일간지 10곳에서 부정적인 사설이 8번 더 나온다면 전체 비율이 62%를 넘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시 말해 오늘(11일) 나온 신문 사설부터 8건의 부정적 사설이 추가로 나오면 이완구 후보자도 마의 62%를 넘기면서 -연구 결과대로라면- 낙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오늘 오전에 나온 10대 중앙일간지 사설을 전부 살펴봤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조선일보: [사설] 의혹 해소 안 되고 논란만 더 키운 李 총리 후보 청문회
중앙일보: 상처투성이로 남은 이완구 총리 후보자
동아일보: 이완구의 엉터리 병역-언론 해명, 국민은 납득 못 한다
한겨레: [사설] 충격적인 총리 후보의 언론관
경향신문: [사설]이완구 ‘총리 자격 없음’ 확인한 인사청문회
한국일보: [사설] 해명된 것 없이 의혹만 더 쌓인 이완구 청문회
서울신문: [사설] 이완구 총리 자격 있는지 스스로 판단해 보라
국민일보: 흠 없는 총리 구하기 이렇게도 어려운가
‘진보’ 계열로 분류되는 한겨레와 경향은 물론이고 보수지인 서울신문과 국민일보, 여기에 ‘조중동’까지 거의 모든 매체가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사설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최근 박근혜 정부에 대해 비판적으로 돌아선 조중동이 사실상 이완구 카드를 ‘버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게 눈여겨볼 점입니다. 세 신문은 사설 외에도 기명칼럼 등을 통해서 이완구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 바 있습니다. 부정적 사설의 내용도 충격적인데요. 일부 매체에서는 ‘총리 자격이 없다’는 지적을 하면서 사실상 사퇴를 주문하는가 하면, ‘국민은 납득 못한다’는 표현으로 등돌린 여론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조간에서 8건의 사설이 추가로 나오면서, 이완구 후보자 역시도 부정적 사설 비율 62%를 넘기게 됐습니다. 오늘 청문회가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긴 하지만, 하루 사이에 언론매체와 여론이 호의적인 방향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는데요. 과연 이완구 후보자는 62% 법칙을 깨고 그렇게도 바라던 국무총리직을 차지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정홍원 총리가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게 될까요? 지금 분위기만 봐서는 아래 짤방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