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MBC ‘PD수첩’에서는 ‘단통법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에 대해 굉장히 의미 있는 보도를 했다. 이른바 ‘통피아’. 통신 마피아 혹은 통신 업계 마피아의 줄임말로, 정부 관료 쪽과 이통사 쪽이 서로 인적교류를 통해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내용을 보도한 것. 이런 상태라면 앞으로도 딱히 나아질 것 같지 않아 보이는 현실.
그동안도 각종 약정 정책들과 점점 비싼 요금제에 제동을 걸지 않음으로써 통신비 부담이 점점 가중되어왔는데, 단통법은 정말 해도 너무했다 싶을 정도로 무지막지한 정책이다. 예전엔 그래도 핸드폰(단말기)가 싸니까 하면서 울며 겨자 먹더라도 새 그릇에 먹을 수 있었는데, 이젠 그냥 비싼 그릇에 겨자 왕창 넣고 먹어야 하는 상황.
단통법 시작하면서 정부(미래부)가 내세운 것이, ‘국민 통신비 부담 경감’과 ‘아는 사람만 싸게 사는 구조 개선’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예 월 10만 원 짜리 요금제가 보조금의 기준이 돼 버렸고, 비싼 요금제 쓰는 것이 당연한 듯 발표하고 있다. 이건 국민들에게 비싼 요금제를 쓰라고 부추기는 것 밖엔 안 된다.
게다가 요즘 음지에서 아는 사람만 아는 경로로 음성적인 ‘페이백’ 정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예전에는 그래도 조금 관심만 가지면 인터넷 공개 게시판 같은 데서 싼 가격을 알아볼 수 있었는데, 이젠 그냥 아는 사람 통해 알음알음 통하거나 해서 더욱 꽁꽁 숨어버렸다. 정보 불평등에 따른 ‘아는 사람만 싸게 사기’가 더욱 심화되었다는 것.
이런저런 이유로 단통법은 시행 4개월 여 만에 이미 한계를 드러내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는 이래저래 어려운 일이고, 단 하나 남은 해결책이 ‘단말기 완전자급제’. 통신사 가입과 단말기 구입을 완전 분리해버려서, 아예 통신사가 단말기(휴대폰) 유통구조를 독점하고 있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없애버리는 것이다.
그것도 중간에 어떤 장난을 쳐서 어떻게 변질될 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단통법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다.
p.s. PD 수첩에서 해외의 아이폰6, 64G 구입에 대해 나온 것은 좀 뭉뚱그려져서 제대로 나오지 않은 면이 있다. 2년 약정과 무제한 무료 통화, 3G 데이터 제공이라는 동일한 조건에서 아이폰을 얼마에 살 수 있는지 비교한 건데, 방송에서 나온 것과 실제 나라의 상황이 약간씩 다를 수 있다.
어쨌든 미국, 일본, 독일과 비교했을 때, 2년 간의 통신비 총액이 한국이 비싸다는 사실. 혹은 비슷하다고 치더라도 최저임금과 비교해보면 월등히 비싼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p.s.2. 이런 건 많이 봐줘야 된다. 모두들 시간 날 때 한 번씩 보시기 바란다. MBC 회원가입만 돼 있으면 공짜로 볼 수 있다. (PD 수첩 1023회 통피아 관련 다시보기)
p.s.3. 사족이 길어지지만 한 마디. 한국 같은 상황에서는 국민들이 새로운 핸드폰을 싸게 구입하는 것이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인적 자원이 살 길이라고 외치지 않나. 그 인적 자원이 개발되려면 교육과 학습이 중요하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노인들도 메신저로 메시지 보내는 능력을 갖추면 그만큼 소비 시장 인프라를 갖추는 게 된다.
국민들이 아직 2G 폰으로 SMS만 보내고 있으면 뭔 IT 첨단산업이 발전하겠나. 오히려 정부에서 새 단말기 싸게 구입할 수 있게 지원해줘야 할 정도다. 쓸 데 없는 프로젝트 진행하는 것보다 전 국민이 신 문물, 새로운 기술, 새로운 기기를 빨리 습득해서 활용하게 만드는 편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
원문: 빈꿈 EMPTY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