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정치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이 필요하다. 그중 두가지가 특히 중요하다. 우선은 그 자신의 능력, 즉 정치적 역량이다.
그러나 더 큰 정치적 성장을 위해서는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능력있는 참모의 존재여부가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
정치는 결단이다. 이 결단의 순간, 참모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물론 결정적 순간의 결단은 온전히 정치인 자신의 몫이다. 그래서 외롭다. 그러나 중요한 결단을 위해서는 각종 정보와 향후 변화상에 대한 다양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필요하다. 자칫 사지로 내몰릴 수도, 화려한 변신을 통한 괄목할 성장을 이룰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과 참모의 관계는 크게 네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경우다. 이때 정보는 선순환한다. 성공신화의 주인공은 대개 첫째였다. 노무현의 경우다.
둘째, 철저한 주종관계 혹은 ‘보스 대 쫄병’ 구도일 때다. 이땐 입맛에 맞는 정보만 올라온다. 정보가 왜곡되기 쉽다. 박정희와 박근혜, 김대중은 둘째와 흡사하다.
셋째, 주종관계의 역전 혹은 전도된 경우도 있다. 참모에게 끌려다니는 정치인은 의외로 많다. 정보도 덩달아 역류하게 마련이다. 김영삼과 이명박은 셋째의 유형에 든다. 김영삼은 아는 게 없어서, 이명박은 잘난 형님과 형님의 사람들에게 끌려다니며 국정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넷째, 자신 외엔 아무도 믿지 못하는 유아독존형이다. 성장하지 못한다. 이회창과 안철수는 넷째에 해당될 듯하다.
향후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이 유념할 대목이다. 수평적 파트너십을 형성할 때 정보의 선순환은 물론 인재의 선순환도 이루어진다.
일부 측근이 왜곡된 충성심으로 인의 장막을 치고 있으면 인재가 꼬이지 않는다. 인재가 꼬여야 정보도 풍부해진다. 정보가 풍부해야 올바른 결단을 할 수 있다. 불행한 최후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에 대한 향수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