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로렌스 펄링게티(Lawrence Ferlinghetti)는 <속옷(Underwear)>이라는 시에 “속옷은 우리 모두가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누구라도 어떤 종류의 속옷은 반드시 입게 된다”고 말했다. 팬티가 엉덩이를 먹거나, 안 맞는 사이즈의 속옷을 입으면 불편하다는 사실 앞에 세상의 모든 인간은 하나가 된다.
하지만, 같은 팬티를 입어도 그 팬티를 어떻게 입느냐는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은 속옷에 관련된 세계의 독특한 풍습들을 한번 살펴보려고 한다.
1. 스코틀랜드의 킬트와 팬티
작년 하반기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겠다고 투표를 실시하여 화제가 된 스코틀랜드. 스코틀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내주는 복식으로는 남성용 치마인 전통 의상 “킬트”가 있다.
킬트는 스코틀랜드군 정복의 일부이기도 하며,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남성 정장 바지 대신에 킬트를 입어도 스코틀랜드에서는 정장이 된다. 또한 잉글랜드와 전통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스코틀랜드답게, 킬트를 평상복처럼 입는 사람들도 찾아볼 수 있다.
이 킬트와 팬티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느냐 하면, 킬트 안에는 전통적으로 팬티를 입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의 전통이 그렇듯이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라, 요즘 젊은 사람들은 안에 팬티를 입기도 한다. 그래도 일단 킬트를 입었다면 팬티를 안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미얀마에도 전통 의상으로 “롱지”라는 이름의 치마가 있는데, 롱지를 입는 남성 역시 팬티를 속에 입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여담으로 음부에 통풍이 잘 되는 것이 중요한 남성들은 치마를 입는 것이 바지를 입는 것보다 사타구니 건강에 좋기는 하다. 과거에 스타킹이 실은 남성 복식의 일부였듯이, 미래에는 남성들이 치마를 입게 될지 모를 일 아니겠는가?
2. 미국 대학 기숙사의 팬티 습격
미국 대학의 기숙사에서는 4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말까지. (주로 남학생들이) 이성 학생들의 기숙사에 침입하여 팬티를 훔치는, “팬티 습격”이라는 풍습이 있었다.
최초의 팬티 약탈 사건은 1949년 2월 25일, 일리노이 주 소재의 어거스타나 대학에서 일어난 것으로 기록되어있다.
여성 기숙사에 침입한 남성 침입자들의 규모는 약 125명으로 추정되며, 이들은 두 조로 나뉘어 행동하였다고 한다. 먼저 침입한 조는 건물 지하의 난방 터널을 통해 들어와, 기숙사감이 사감실에서 나올 수 없도록 문을 막아버리고, 전화선과 조명을 끊은 후 모든 문과 창문을 열어 다음 조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다고 한다.
많은 대학에서 이러한 팬티 습격은 기숙사 통금 및 남학생의 여학생 기숙사 접근 금지에 대한, 반농담조의 항의로 자리잡았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많은 수의 여성들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으나, 대학에서는 여학생 기숙사를 금남의 구역으로 못박는 등 남녀 사이에 경직된 규정을 세웠고, 이는 남녀 학생 모두의 반감을 사게 된다.
이런 배경에 따라, 여학생들도 일반적으로 기숙사를 습격하는 남학생들을 환영(!)하였으며, 조지타운 대학교에서는 여학생들이 남학생 기숙사를 오히려 습격하는 일도 있었다.
또한 팬티 습격은 같은 학교의 남녀 학생들끼리만으로 국한되지 않았으며 모든 여학생들이 습격자들을 환영한 것만은 아니었다. 미주리 대학교의 남학생들이 스티븐스 대학 여자 기숙사를 습격하여 여학생들이 습격자들에 맞서 싸운 사건도 있었다.
1970년대에는 미국 대학가에 혼성 기숙사가 자리잡으면서, 남녀간의 접촉이 자연스럽게 잦아지게 되었고, 대규모 팬티 습격은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3. 팬티 색으로 기원하는 새해 복
서구권에는 새해 전야에 특별한 색의 속옷을 입어, 새해 복을 기원한다고 한다. 색깔마다 기원하는 복의 의미가 약간씩 다른데,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겠다. (참고로 아래의 모든 나라들에 해당되는 말인데, 속옷만 입고 있는다는 건 아니니 혼동하는 분들 없으시기 바란다!)
빨강: 보통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정열의 붉은색 속옷을 입는데 새해 전날에 붉은색 속옷을 입으면 새해가 밝은 뒤 소울메이트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스페인, 이탈리아에서는 꼭 소울메이트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새해 복을 기원하면서 붉은 속옷을 입는다.
노랑: 콜롬비아에서 노란색 속옷을 입는 것은 새해의 행복과 평화, 번성을 염원하는 의미를 갖는다. 베네주엘라에서는 보통 새해 복을 기원할 때 노란색 속옷을 무난하게 입는다.
녹색: 멕시코, 브라질에서는 녹색 속옷을 입기도 하는데, 녹색은 새해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를 갖는다.
하양: 푸에르토리코에서는 다산과 건강을 염원하면서 하얀색 속옷을 입는다. 멕시코에서 흰색 속옷을 입는 것은 희망과 평화를 바라는 의미이다.
분홍: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분홍색 속옷을 입고 새해 전야를 보내는 것은 진실된 사랑과 우정을 기원함을 의미한다.
4. 결혼식 신부의 가터
서양의 결혼식을 보면 간혹 가다가 신부가 부케를 던진 다음에, 신랑이 신부의 웨딩드레스 치마를 들어올리고(!) 허벅지에 걸려있는, 레이스 달린 순백색의 띠를 벗겨서(!) 하객들을 향해 던지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순간 무슨 해괴한 짓거리인가 하고 기겁할 지도 모르겠지만, 안심하라. 신부의 허벅지에 걸려있던 물건은 “웨딩 가터”라고 하여, 속옷의 한 종류인 가터의 일종이며, 이를 벗겨서 하객들 중 미혼 남성들에게 던져주는 것은 서양의 결혼식 풍습 중 하나이다.
웨딩 가터의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 설은 신부의 가터를 벗기는 것이 신부의 처녀성을 신랑이 가진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며, 두 번째 설은 신부의 옷가지를 가져가면 행운이 따라온다는 속설에 따라 벗겨서 줘도 상관없는 옷가지를 하객들에게 하나 준다는 것이다.
부케를 받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웨딩 가터를 받은 남성도 곧 결혼하게 된다는 속설이 있다. 물론 꼭 이 두 남녀가 서로와 결혼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두 남녀가 모두 싱글일 경우에 피로연에서 둘이서 함께 춤을 추도록 하기도 한다.
5. 한국인의 첫 월급은 부모님 내복
다들 알다시피 한국에는 자식들이 첫 월급을 받으면 부모님의 내복을 사드리는 전통이 있다. 난방이 잘 되지 않는 집에서 사는 사람들은 난방을 켜기 전에 내복을 껴입으면서 추위를 나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내복만 해도 여러 벌씩 껴입으면서 조금이라도 추위를 피하려고 애썼을 것이다.
과거에는 따뜻한 겨울을 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내복이지만, 과거에 비해 기능적인 옷보다도 미적으로 세련된 의복을 입고자 하는 사람들의 바람에 따라, 옷맵시에 영 좋지 않다는 원망을 들으면서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요즘 맵시를 추구하는 것은 단연 젊은 사람들뿐만은 아니다. 전국의 아버님들과 어머님들도 멋지고 예쁜 옷맵시를 자랑하고 싶어하시는 것이 요즘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부모님이 겨울을 따뜻하게 나실 수 있도록 따뜻한 옷가지를 선물하는 이 아름다운 풍속이 사라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내복의 훌륭한 대용품으로 라쉬반 뉴히트 5부 드로즈를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라쉬반 뉴히트는 텐셀 소재로 된 5부 반바지 형태로, 허리에서 무릎까지를 맵시 있게 감싸주어, 추위에 취약할 수 있는 허벅지 부위까지 따뜻하고 산뜻하게 유지해주는 동시에, 옷맵시를 살려주고 내복 하의를 부담스러워하는 남성들에게도 만족스러운 착용감을 선사할 수 있다.
가장으로서 마음 내키는 대로만 사실 수 없으셨던 이 땅의 아버지들, 하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멋진 청춘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 겨울이 가기 전에, 아버지께 라쉬반 뉴히트를 선물해드리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