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사물인터넷(IoT) 비즈니스 전문 리서치업체 ‘비전모바일‘의 전략 디렉터인 마이클 바큘렌코가 지난해 12월 31일 미디엄과 링크드인에 올린 글입니다.
원작자인 바큘렌코의 동의를 얻어 번역했습니다. 자연스러운 한국어 글이 될 수 있도록 제목을 조금 바꾸고, 원문에 없는 표현과 사진을 추가했습니다. 또한 원문이 링크한 영어 기사의 경우 같은 내용을 다룬 게 있다면 한국어 기사를 링크했습니다.
샤오미가 국내에서 그저 ‘스마트폰 싸게 팔아 대박난 회사’ 정도로 통하는 상황에서 많은 분과 이 내용을 나누고 싶어 번역했습니다. 글 하단에는 더 읽어볼 만한 글을 첨부했습니다.
“오직 팬들을 위해”(Only for fans), 샤오미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수준의 기업이 아니다.
샤오미는 지난해 자금조달에서 11억달러(한화 약 1조2075억원)를 유치하고 기업가치 460억달러(한화 약 50조4988억원)를 인정받으면서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으로 올라섰다.
이에 관해 ‘리/코드'(Re/Code)가 작성한 기사는 샤오미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보여준다.
이유는 분명하다: 신속한 혁신과 우수한 소프트웨어에 집중한 덕에 샤오미는 세계 3위의 단말기 제조업체로 순식간에 성장했다. 그러나 가장 최근의 재무보고서를 보면 샤오미의 수익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13년 순익은 5600만달러(한화 약 60억4500만원)에 불과했다.
스마트폰은 샤오미라는 기업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은 낮은 마진에 저렴한 스마트폰을 판매한다는 것 이상의 미래가 샤오미라는 기업에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 것이다.
샤오미와 삼성전자를 비교하는 것은 마치 애플과 오렌지(이동통신기업)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 두 기업은 어쩌다 보니 같은 산업분야에 있을 뿐, 근본적으로 다른 비즈니스 전략을 따르고 있다. 애플과 삼성, 화웨이와 레노버에게 단말기는 곧 수익의 원천이다.
샤오미가 단말기를 판매하는 이유는 다르다. 이들이 스마트폰을 파는 것은 모바일이라는 분야를 초월해, 치열한 전자상거래 시장에 씨앗을 뿌리기 위해서다.
샤오미라는 회사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는 이들의 슬로건인 “그저 팬들을 위해”(Just for fans)다. 샤오미는 인터넷 시대의 마케팅 활용과 단말기 온라인 판매를 통해 열성적 ‘팬’ 커뮤니티를 키워냈다. 팬들은 매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공받고, 신제품 기능에 대해 활발하게 토론할 기회를 얻고, 웨이보와 위챗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빈번하게 각종 새로운 소식을 접하게 된다.
모바일 앱 분석업체 ‘플러리‘는 샤오미 이용자들이 애플 제품을 쓰는 사람들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에 쓴다고 발표했다.
평균적으로 샤오미 이용자들은 애플 이용자들보다 7% 이상의 시간을 스마트폰 앱에 쓴다
샤오미의 ‘팬’ 커뮤니티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2014년 한 해 동안 스마트폰 판매량이 6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 판매목표는 1억대로 잡고 있다.
나는 샤오미를 3년 전쯤 처음 알게 됐다. 그때 이 회사는 막 기반을 다져나가는 단말기 제조사였다. 분명한 것은 그때도 샤오미가 단순한 저가 스마트폰 제조사 이상의 뭔가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우리 비전모바일은 지난 2012년 8월 ‘샤오미 부족'(The XiaomiTtribe)이라는 보고서에서 아래와 같이 분석했다.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은 마케팅의 목적이 관심 없는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억지로 들이미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마케팅의 진짜 목적은 특정한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모인 집단의 대표로 우뚝 서는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세스 고딘은 이러한 집단을 ‘부족'(tribe)3이라고 불렀다. 일단 한 부족을 이끌게 되면, 그들은 자신들한테 기념품을 판매해도 된다고 당신에게 허락해줄 것이다.
스마트폰은 샤오미가 거대한 팬 커뮤니티를 키울 수 있도록 도왔다. 결과적으로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오늘날 샤오미는 중국 내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중 한 곳으로 성장하고 있다. 해리 맥크라켄은 얼마 전 이런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번역문과 링크로 대신함)
샤오미는 중국에서 3번째로 큰 전자상거래 사이트다. 연간 거래액은 100억달러(한화 10조7750억원)에 이른다. 다루는 물건은 1000 종류에 달한다. – 해리 맥크라켄(@harrymccracken), 2014년 10월 28일
샤오미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넘어 자사 제품 라인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100개의 전문 하드웨어 제조사에 투자하고 브랜드 제휴로 만든 “기념품”을 열성적인 팬들에게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위해 와이파이 라우터, 스마트TV, 셋톱박스, 웹캠, 전구, 공기청정기에다 전원 플러그까지 갖췄다. 미 피트니스 밴드, 헤드폰, 혈압측정계 등 웨어러블과 건강 기기는 기본이다. 지난 2014년 12월 샤오미는 중국 가전제품 제조사 메이디 그룹에 2억300만달러(한화 약 2187억원)를 투자했다.
또한 지난 2014년 초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담당부서를 신설했으며 앞으로 비디오콘텐츠 제작에 10억달러(한화 약 1조775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기업용 서비스 진출과 개발 생태계 구축의 신호로 볼 수 있는 움직임으로서, 샤오미는 킹소프트 클라우드 서비스에 10억달러(한화 약 1조775억원)를 향후 3~5년에 걸쳐 투자하기로 했다.
이것만으로 감을 잡기 부족하다면 해줄 얘기가 더 있다. 샤오미는 2014년 9월 중국 산업정보기술부(MIIT)의 가상이동통신망(MVNO)4 사업자 허가까지 따냈다.
샤오미 투자자 유리 밀너는 샤오미의 기업가치가 지금의 두배 이상, 최대 1000억달러(한화 약 107조75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5 페이스북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가능성을 지녔다는 것이다.
샤오미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샤오미의 진정한 기회를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다. 샤오미가 목표로 삼을 수 있는 흥미로운 분야는 상당히 많다.
‘샤오미 부족’ 보고서를 작성한 지 2년 반이 흐른 지금, 샤오미를 단순한 스마트폰 회사로 바라보는 것은 핵심을 놓치는 시선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샤오미는 전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을 운용하고 있다. 2013년 8월 비전모바일 블로그에서 설명했듯 그 비즈니스모델에서 스마트폰은 수익을 내기 위한 상품이라기보다 유통 채널일 뿐이다.
얼마 전 벤 에반스는 ‘모바일, 다음 질문은 무엇인가’라는 글을 통해 ‘아이폰 대 안드로이드’라는 상식적인 논쟁 이후의 지점을 바라봤다. 샤오미는 이 같은 “다음 질문” 가운데 몇 가지에 해답을 내놓고 있다. 또한 “모바일”을 타고 어떻게 다른 산업분야에서 경쟁력 있게 수익을 창출하는지를 보여주는 기업이다.
– 마이클
* 역자 주
– 레이 쥔 샤오미 CEO가 스마트폰 판매량(6112만대)과 매출(119억달러=한화 약 12조8222억원)에 관한 글을 웨이보에 올렸다. 해당 글은 다음 문장으로 시작한다. (영어 번역본 링크)
‘미’ 팬 여러분, 아주 좋은 소식 하나를 여러분과 나누려고 합니다.
– 샤오미의 비즈니스 모델을 입증할 더 많은 증거다. 벤 톰슨이 샤오미 행사에서 라이브 리포팅한 내용이다.
* 더 읽어볼 글
XIAOMI’S AMBITION (stratechery): 영어라는 제약점이 있습니다만 위 내용을 더욱 자세하고 심층적으로 보충해주는 글입니다. 강력추천.
샤오미, 안드로이드 그리고 불교 경전을 읊는 해커의 야망 (슬로우뉴스): 사업 측면에 관한 글이 아니라, 샤오미라는 회사가 ‘본질적으로’ 소프트웨어 회사라는 점을 알려주는 글입니다. 역시 강력추천.
샤오미 ‘돌풍’의 빛과 그림자 (시사인)
샤오미를 쉽게 이해하기 위한 10가지 정보 (얼리어답터)
원문: 김종욱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