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정돈에는 일가견이 있다. 나름 그동안 팀을 맡거나 태스크포스의 장으로 있을 때는 ‘정리·정돈’을 모토로 삼기도 했다(물론 ‘책상을 정리·정돈하자’와 같은 1차원적 모토는 아니고 나름 고심해서 ‘사고의 정리·정돈, 언어의 정리·정돈, 행동의 정리·정돈’으로 제시했다).
많은 직장인이 책상과 서랍의 정리·정돈 문제 때문에 고민을 한다. 여기에는 자신이 매일 쓰는 자리뿐 아니라 ‘인접한 자리가 지저분해서 신경이 쓰인다’는 스트레스도 포함이 된다. 꼼꼼하고 예민한 사람인데 의외로 자리 정리만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자기 자리는 문제가 없는데 옆 사람의 책상이 거의 돼지우리 수준이어서 두고두고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있다.
책상이 지저분한 사람은 통상 창의적인 경우가 많다느니 업무의 성과와 자리의 정돈은 상관관계가 없다느니 하는 기사들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당한 지위의 사람들이나 소위 ‘천재적인 인물’을 예시로 들고 있어서 일상을 사는 평범한 직장인에게 해당하는 것은 없다.
책상과 서랍은 어디까지나 어디에 무슨 자료와 물건이 위치하는지 명확히 알고 필요한 때 쉽게 꺼내서 쓸 수 있어야 효율도 높고 자신도 편하다. 그렇다면 책상과 서랍을 항상 정리·정돈된 채로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이 있을까. 다음과 같이 정리해서 제시해본다.
1. 있어야 할 자리, 제자리에 둔다
사무실의 공용비품이든 비품비로 구매한 개인 사무용품이든 매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공용 캐비닛이나 다 같이 사용하는 공간에 가져다 놓는다. 연필깎이나 펀치 같은 물품은 크기도 크고 형태도 불규칙해서 어디에 얌전히 정리할 곳이 없다. 매일 쓰는 물건도 아니려니와 자주 쓴다고 해도 자신의 책상 위가 아닌 제삼의 장소에 놓고 일어나서 조금이라도 운동을 할 겸 왔다 갔다 하면서 쓰는 것이 좋다.
이 물건이고 저 물건이고 언젠가 필요할 때를 생각해서 내 자리에 갖다 놓기 시작하면 금세 온갖 잡동사니에 둘러싸여 정작 그 물건이 필요할 때는 ‘어디 있지? 어디 있지?’하며 여기저기 뒤지고 다녀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래서 사무용품 등은 내가 쓰기 편하도록 가까운 곳에 가져다 놓는 것이 원칙이 아니라 다소 떨어져 있더라도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서 가져다 놓는 게 좋다.
‘물건을 쓰고 제자리에 두라’는 말은 어릴 적부터 들었고 아마 평생을 듣고 다녀야 할 말인지도 모른다. 서랍에서 자를 꺼내서 줄을 그었으면 다시 서랍에 넣어놓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딱풀이면 딱풀, 날크립이면 날크립. 꺼내 쓴 물건을 원래 있던 곳에 다시 놓으면 날 잡아서 정리한다고 부산 떨 일이 없다.
그러나 주변이 도무지 정리되지 않는 대부분 사람을 가만히 보면 그들이 사무용품을 사용한 후 놓는 위치는 ‘사용 후 내 손에서 가장 가까운 아무 곳’이다. 그 사람의 습성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논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자신이 사용한 물건을 다시 원래의 위치에 척하니 갖다 놓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정리·정돈은 요원할 뿐이다.
2. 버려라
‘난 버리는 걸 못하잖아’라든가 ‘이걸 왜 버려, 언젠가는 다 쓸모가 있을 텐데’라고 말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지금까지 다녀온 세미나와 회합에서 받은 이름이 적힌 목걸이, 팜플렛과 같은 것은 추억이 되고 나중에 참고가 될 것 같지만 쌓이다 보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부피 큰 잡동사니 뭉텅이가 되고 만다.
나중에 보려고 한쪽에 쌓아둔 업무 관련 잡지나 몇 달 치를 모아놓은 신문도 그렇고, 말라비틀어지기 직전에 겨우겨우 살리기 바쁜 볼품없는 식물들. 이런 것들이 한데 모여서 거대한 혼돈의 사무실을 구성한다.
버려라. 자신이 지난 3개월 간 들여다본 적이 없는 물건들은 과감히 버려라. 간직하고 싶은 추억이 담긴 것이라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놓고 버려라. 아직 수명이 남은 것 같은데 나에게는 쓸 일이 없다면 작은 박스에 담아서 복도에 내놓고 ‘필요한 분 가져다 쓰세요’ 메모를 붙여놓아라.
또 자신이 지난 한 달간 사용한 적 없는 사무용품은 작은 상자에 넣어서 캐비넷이나 서랍 속에 넣어놓는다. 그러다가 업무에 필요한 때는 꺼내서 쓰고 시간이 지난 후에 그 상자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만 남는다면 공용 사무용품함에 넣든지 버려라. 책상과 서랍이라는 한정된 공간은 아무리 크고 넓어도 항상 모자라기 마련이다. 그렇게 때문에 ‘버리지 않고는 정리도 되지 않는다’는 말은 절대 진리이다.
인생사 ‘공수래공수거’라는 말을 기억하자. 물건은 그저 물건일 뿐이다. 버리지 못하고 쌓여 두고두고 스트레스를 받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지저분하다’는 말을 구태여 들을 필요가 있는가?
3. 매일, 조금씩조금씩
한 달이고 몇 달이고 책상을 혼돈 속에 몰아넣었다가 마치 천지 창조하듯 한꺼번에 날을 정해서 정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잡자면 그것은 ‘정리·정돈’이 아니고 그냥 분리수거 내지는 재개발이다. 한꺼번에 정리해서 잠깐 깨끗한 듯 보이다가 며칠만 지나면 다시 그 자리가 되는 것은 정리·정돈의 목적인 ‘업무의 효율’ 혹은 ‘정돈된 정신상태’와 거리가 멀다. 그렇기 때문에 정리·정돈의 원칙은 매일, 조금씩조금씩이다.
정리·정돈의 신이 축복하고 지나간 자리더라도 바쁜 일이 생기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 계속되면 책상이고 서랍이고 일과 퇴근 시간 외에는 생각하기 싫을 때가 있는 법이다. 그렇게 하나둘 어지럽혀지는 책상을 바라보며 ‘이걸 또 언젠가는 치워야겠지’ ‘이걸 언제 치우나’ 하고 있다 보면 스트레스만 가중된다. 평소부터 볼펜 하나, 서류철 한두 개씩 하나하나 정리해나가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좋다.
자신이 베토벤이나 주커버그 같은 천재라면 ‘물건 따위, 정리 따위, 훗’ 하고 웃으면 될지도 모른다. 그들은 주변의 상황과 환경에 무관하게 두뇌 속의 이미지를 통해서 세계를 정리·정돈할 능력이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은 분명 작업 공간의 질서와 청결도로부터 크고 작은 영향을 받는다.
정리·정돈이라고 해서 대단히 특별한 기술과 꼼꼼한 습관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책상 위에 있는 물건의 줄만 대충 맞춰놓아도 금세 깔끔해진다. 이것은 모든 생활공간에 적용된다. 서류철은 범주나 크기, 컬러별로, 사무용품은 용도나 크기, 사용빈도별로 조금씩 정리하다 보면 업무의 효율도 당연히 올라간다.
4. 닦고 쓸자
사회에 갓 진출했을 때 의외로 여성들의 책상이 더럽고 먼지가 쌓인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하루에 8시간 이상을 보내는 곳인데 저 먼지가 하루 종일 내 콧속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찝찝하지 않아요?’라고 물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모니터 위, 책상 밑에 먼지가 쌓여있고 매일 입을 가까이 갖다 대는 전화기에는 시커먼 때가 끼어있는데도 태연히 일하는 것이다.
물티슈를 사다 책상 위에 놓고 퇴근 몇 분 전에 한 번 이리저리 쓱 닦으면 먼지가 쌓일 틈이 없다. 책상 밑은 가끔 생각날 때나 금요일 퇴근 전에 책상을 닦은 물티슈를 바닥에 던져놓고 발로 스리슬쩍 한 번 문대면 된다.
전화기 역시 물티슈로 어지간히 해결된다. 사무용품을 닦는 전용 클리너를 협력업체에서 홍보 겸 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무실에서는 그것을 써도 된다. 무언가를 닦고 쓸다 보면 매일매일 앉아서 일하는 자리도 조금만 신경 쓰지 않으면 엉망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시인들은 잡초가 무성히 자라 보기 싫게 된 밭이나 보를 제대로 쌓지 않아 허물어진 둑 같은 것을 통해 교훈을 얻을 기회가 적다. 책상과 주변을 쓸고 닦는 것에 너무 지나친 의미부여를 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건강에도 안 좋고 지나가던 사람이 보기에도 혀를 쯧쯧 차게 되므로 청소는 종종 하는 편이 좋다.
마치며
지금까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정리·정돈의 문제와 해법을 나름 간단히 정리해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순서를 정하고 물건별로 예를 들어서 이것은 이렇게 저것은 여기에 하는 식으로 하지는 않았다. 사람이 제각각이듯 정리·정돈하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정리·정돈을 하지 않게 되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이유와 큰 틀에서 방향 위주로 제시해보았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보면 엉망이 된 자신의 책상을 사진 찍어 올려놓고 ‘ㅜㅜ 불쌍한 내 책상’ 혹은 ‘나는 정말 정리·정돈은 안 돼’라고 써놓은 것 등을 본 적이 있다. 자신의 책상이 엉망진창이라는 인식은 하고 있지만 행동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정리·정돈은 대단한 실행 계획도 천재일우의 계기도 필요 없는 그냥 ‘행동(action)’의 문제다. ‘행위(behavior)’까지 가지도 않는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 ‘응?’ 하는 생각이 들면 볼펜 하나, ‘음…’ 하고 생각하다가 서류철 하나 제자리에 놓고 똑바로 놓으면 거기에서부터 정리·정돈이 시작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