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로벌 자산운용업 트렌드
글로벌 자산운용업 트렌드는 상품화(commoditization)로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액티브 펀드가 차별성을 잃어가면서 자산운용사들이 가격경쟁에 돌입했으며, 수익성도 필연적으로 낮아졌다. 스마트 베타(주: Smart Beta; 인덱스 펀드를 기반으로 투명성을 기반으로 초과수익률을 올리고자 하는 펀드 상품)의 발전도 자산운용업의 상품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기존의 인덱스들이 단순히 시총을 가중평균하는 수준이었다면, 스마트 베타는매출, 영업이익, 주가 변동성 등을 분석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패시브 투자(주: 적극적으로 노오오오오력을 통한 수익 추구를 하기보다 방어적으로 시장을 좇는 인덱스 펀드 류의 상품)를 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 그리고 액티브 펀드보다 운용보수도 크게 낮다.
결과적으로 ETF(주: 상장지수 펀드; KOSPI 200 등 특정 지수와 특정자산 가격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연동된 펀드), 인덱스 펀드 등 패시브 펀드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패시브 펀드에 자금이 몰리면서 대형 자산운용사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상품으로 차별화가 어려우면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여 가격경쟁력을 갖춘 대형 업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블랙락, 뱅가드 등 글로벌 대표 자산운용사는 이미 수백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대형사 쏠림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자산운용업도 도서, 음반 산업처럼 완전히 상품화될(commoditized) 것으로 내다본다. The Economist에서도 관련 기사를 내놓은 바 있다.
(1) 수탁고 추이
글로벌 자산수탁고 규모는 가파르게 증가하여 2004년 40조 달러 수준에서 2012년 60조 달러를 돌파하였다. PwC는 2020년 글로벌 자산수탁고 규모가 100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ETF, INDEX를 포함하는 패시브 수탁고 비중이 급증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2012년 기준 글로벌 패시브 펀드 수탁고 규모는 10조 달러에 못 미치지만 성장속도는 무섭다. 반면 액티브 펀드는 2007년 이후 5년 동안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수수료율이 낮은 패비스 펀드 비중 증가는 자산운용업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2) ETF의 대두
패시브 투자 비중이 증가하면서 가장 대표적인 패시브 투자 수단인 ETF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ETF 규모는 2006년 0.5조 달러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었으나 매년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하여 2013년 2.5조 달러에 근접하였다. ETF의 성장으로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형 자산운용사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다.
(3) 대형사 집중
대형사 집중은 피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되었다. 패시브 투자 증가로 상품 차별화가 어려워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졌다. 블랙락, 뱅가드 등 대형 자산운용사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운용보수율 인하, 대규모 마케팅 등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위 표는 블랙락이 소유한 글로벌 주요기업 지분율을 보여준다. 블랙락은 애플 5.1%, 엑손모빌 5.4%, 구글 5.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에 1대 혹은 2대 주주로 등극했다.
2. 한국 자산운용업 현황
한국도 자산운용업의 상품화가 진행 중 이다. ETF, 인덱스 등 패시브 투자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며 운용보수율도 하락하고 있다. 대형사 쏠림 현상도 나타난다.
(1) 운용보수율 하락
한국도 예외없이 운용보수가 하락하고 있다. 아래 그래프는 2010년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등 국내 대표 자산운용사의 수탁 보수율이 하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2010년 업계 평균 운용보수율은 47bp였으나, 2014년에는 34bp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산운용사 영업이익도 마찬가지로 하향추세다. 운용산업의 상품화(commoditised)는 한국에서도 빠르게 진행 중이며 운용보수율과 수익성 하락은 앞으로도 불가피해 보인다.
(2) 대형사 집중
한국도 대형사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등 대형 5개 시장 점유율이 40%를 초과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점유율 변동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패시브 투자 증가로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형사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향후에도 대형사 집중 현상은 지속될 것 같다. 중소형 자산운용사에 험난한 앞날이 예상된다.
3. 전망 및 대응책
자산운용업의 상품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로 본다. 앞으로 운용보수율 하락과 대형사 집중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자산운용업 전망은 밝지 않으며, 특히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고전이 예상된다.
자산운용업을 영위하는 플레이어들은 살아남기 위해 (1)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강화하거나 (2)대형사가 비집고 들어오기 힘든 소규모 니치 마켓에 특화해야 할 것 같다.
현재 한국에는 약 80여개의 자산운용사가 난립해 있다. 대부분 영세하고 수익기반도 부실하다. 운용보수율 하락과 대형사 집중현상이 지속되면 경쟁력 없는 운용사가 퇴출 되기 시작 할 것이다(이미 진행 중이다).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면서 시장이 재편될 것이다(이것도 이미 진행 중이다).
인수합병 여력이 없는 중소형 운용사는 니치마켓을 발굴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 대형사가 침투하기 힘든 고유의 영역을 발굴해야 한다(발빠른 회사는 이미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자산운용사는 도태된다. 종국에는 시장 대부분을 차지한 일부 대형사와 니치마켓에 경쟁력을 가진 몇몇 중소형사만 살아남는 상황이 올 것이다.
자산운용업의 성장기는 끝났다. 이제 옥석가리기 시작이다.
원문: 부엉이 소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