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는 심미의료계에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던 한 해입니다. 참고로 심미의학 혹은 미용의학이란 심미적(미용적) 목적의 행해지는 의학을 말합니다. 전통적인 성형외과나 피부과의 영역과는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소식들이 많았습니다. 뉴스를 접하면서 분개하신 분들도 꽤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소식도 있었습니다. 그럼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미용 목적 의료시술에 부가가치세 과세
일부 성형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에 이어 2014년부터는 여드름 치료, 양악수술, 피부레이저 등 미용 시술에 부가가치세가 부과되기 시작했습니다. 해마다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이 늘어나면서 환자들의 부담도 늘었습니다.여드름으로 투병중인 A씨는 ‘여드름 때문에 여자친구도 없어서 담배만 피고 있는데, 왜 나같은 사람만 고통받는가’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의사협회는 정부가 전문가단체를 무시하고 의료정책을 강압적으로 추진한다며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2. 메이크언더 컨셉 쇼프로 등장
‘렛미인’으로 대표되는 메이크오버 쇼에 반대되는 메이크언더 컨셉의 쇼가 등장했습니다. SBS에서 방영된 ‘백투마이페이스’가 바로 그것입니다. 과하게 성형한 사람을 원래 얼굴에 가깝게 돌려준다는 주제가 참신하다는 평이었습니다. 호평과 함께 비판적인 시선도 있었습니다. ‘결국은 성형을 해주는 것이고, 기준만 바뀌었다 뿐이지 미용목적이다’라는 바로 그 이유입니다.
하지만 여러 면에서 의미있는 시도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방송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지 못 했던 성형중독 내지는 과잉성형에 대해 다루면서 경종을 울렸습니다. 아울러 성형에 내재된 심리를 심도있게 접근하며, 신체이형장애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켰습니다.
3. 각종 부작용 대두
예전에는 비의료인의 시술로 인한 부작용이 많았는데, 올해 보도된 각종 뉴스에는 병원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들이 많았습니다. 4월에는 ‘리턴주사’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보도되면서 크게 이슈가 되었습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화장품으로 허가받은 제품을 피부에 주입하면서 생긴 문제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이 식약처 대상 국정감사를 통해 필러로 인한 실명을 언급하면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지방이식, 필러 시술로 인한 실명은 전 세계적으로 미용의료계에서는 큰 이슈였습니다. 그래서 부작용 예방을 위한 연구와 노력이 많이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참고 기사: 필러 부작용을 피하려면)
그 외에도 그림자 의사(섀도우 써전)으로 인한 의료사고가 발생해서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참조 기사: 나랑 상담한 의사가 수술하는 줄 알았더니 / 의사가 말하는 성형외과 양심선언의 배경)
4. 혈관 탐색 기술 발전
Accuvein, Veinviewer라는 혈관탐색기가 각각 미국에서 개발되었고, 국내에서는 미용시술을 하는 병원들에서 많이 도입했습니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부작용을 피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hemoglobin에 반응하는 특정 파장대의 빛을 이용하는 원리입니다. 아직은 정맥만 확인할 수 있지만, 정맥과 동맥은 주로 나란히 같이 주행하기 때문에 시술시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Evena medical에서 개발하는 The Eyes-On Glasses는 같은 기능을 지니고 있지만, 구글글래스처럼 눈에 쓸 수 있는 장비입니다. 각종 박람회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내년에 시판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5. 다양한 의학 서적 출판
여느 때보다 다양한 관련 서적들이 출판되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국내 저자들이 쓴 책들이 주를 이루었으며, 부작용에 초점을 맞춰서 ‘안전하게 시술하는 법’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성형외과 전문의인 박승하 교수(고려대학교)와 피부과 전문의인 여운철 원장(에스앤유피부과)이 같이 쓴 <레이저 피부 성형 2판>은 레이저 시술의 기초와 이론, 그리고 임상적용 전반에 대해 매우 심도깊게 쓰여진 책입니다. 관련 업계 의사들의 필독서라는 평입니다.
오승민 원장(체인지클리닉)과 김봉철 원장(라마르클리닉 이수점)이 함께 쓴 <안전하게 필러하기>는 MRI 등 진단영상을 첨부하여 안전한 필러시술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책입니다. 부작용 뉴스를 보시면서 불안해 하신 분들 많으셨을 겁니다. 필러시술 받기 전에는 이 책이 진료실에 꽂혀있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같은 맥락에서 해부학자인 김희진 교수(연세대학교) 외 다수가 쓴 <보툴리늄 필러 임상해부학>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올해 12월 중순에 나온 이 책에는 많은 일러스트 자료와 다수의 임상의들이 참여한 임상노하우가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미용 시술을 위한 연구와 노력의 산물이며, 전세계 미용의사들의 필독서이자 교과서라는 평입니다.
6. 다양한 신제품
예년 이상으로 다양한 신제품이 출시되었습니다. 현재 한국 내에서 허가받은 필러 제품만 150여가지에 이릅니다. 국산 필러의 종류도 많이 늘었습니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자국산 필러가 없었는데 괄목할 만한 성장입니다. 그 중에서도 PLA성분인 에스테필은 주목할 만한 제품입니다. 이 성분의 제품은 세계적으로도 흔하지 않을 뿐더러 기존에 없던 기술들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수입산 필러들 중에서는 장기간 유지되는 필러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4세대 필러로 불리는 엘란쎄는 3년 유지되는 L과 4년 유지되는 E가 국내 허가를 받으면서 유통되기 시작했습니다. 최대 8년까지 유지된다는 아쿠아필링은 기존의 반영구필러들이 가지는 부작용이 없으면서 간단하게 녹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국내에 들어왔습니다.
대웅제약에서는 국내에서는 3번째로 A형 보툴리늄 톡신 ‘나보타’를 출시했습니다. 전세계에 보툴리늄 톡신 제조사가 8개인데, 그 중에 3개가 우리나라에 있습니다. 보툴리늄 톡신의 제조는 세계적으로 난이도가 높고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을 보면,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리프팅용 녹는 실이라고 불리는 PDO실 제품들도 다수 등장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원조라서 그런지 다른 나라에는 이제 막 보급되는 단계라고 합니다. 앞으로 많은 발전가능성이 있습니다.
6. 업계 종사자의 교육 활성화
업계의 성장과 더불어 의료진 뿐 아니라 다른 업계 종사자의 교육이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특히 업무의 대부분이 대면 서비스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 관리가 중요합니다. 얼마 전 모 성형외과의 직원이 SNS에 올린 사진들이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서비스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업계 종사자들의 개념 탑재와 발전을 위한 교육이 차츰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업계의 성장과 더불어 업무가 세분화되면서 상담, 중간관리, 마케팅 등 세분화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교육은 새로운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메디컬 커리어 연구소의 이혜진 대표는 치과 직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현재는 컨설팅, 기획, 경영, 의료관광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교육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학원처럼 교육장이 있는게 아니라, 다양한 수요에 맞춰서 강좌를 개설하는게 특징입니다. 학교나 기존의 교육기관에서는 업무에 관계된 내용을 배울 수 없다보니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노하우를 공유하고, 업계의 선배들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자발적인 학습인 셈입니다.
7. 요우커
중국에서 의료관광을 오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이슈도 많았습니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어떤 대형 성형외과는 중국 자본에 팔렸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과다한 커미션으로 인해 바가지를 씌운다거나, 부작용 및 사후 관리 소홀 등 부정적인 소식들이 많았습니다. 일부 의료기관들은 의료관광 시장이 위축될까봐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이건 아니건 지킬 건 지키는 게 당연하지요. 앞으로 의료관광이 정상적이고 공정하게 자리잡길 기대합니다.
업계 종사자로써 2014년은 격동의 흐름을 느낀 한 해였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러면 어쩌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꼭 업계가 아니더라도 그랬겠지요. 오는 2015년에는 밝고 아름다운 소식만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