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뉴스의 조용한 도둑질
나는 “출처: 네이버 뉴스”라는 말을 볼 때마다 네이버 뉴스가 어떻게 출처가 될 수 있는지 의아해진다. 네이버 뉴스에 있는 기사 중에 정말 네이버가 1차 소스인 경우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에 있는 모든 기사는 먼저 각각의 언론사 사이트에 올라오고, 네이버에는 2차적으로 올라오는 것들이다. 즉, 네이버는 기사를 유통하는 플랫폼이지 출처(Source)가 아니다. 예를 들어 한국일보 기사를 네이버에서 보고 공유하면 그 기사의 출처는 한국일보지 네이버가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출처: 네이버 뉴스”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네이버에서 공유 버튼을 이용해 기사를 공유하면 자동으로 달리는 말이기 때문이다. 트위터에 공유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메일로 공유를 할 때도 “네이버 뉴스기사를 보내셨습니다.”라는 말이 자동으로 붙는다. 간단하게 메모에 스크랩하거나 일정으로 공유를 할 때도 “출처: 네이버 뉴스”라는 말이 붙는다.
이건 출처를 도둑질하는 짓이다. 출처는 네이버 뉴스가 아니다.
어떤 컨텐츠를 공유할 때 출처를 표시하는 이유는 컨텐츠를 만든 원 저작자에게 크레딧을 주기 위함이다. 출처를 표시하는건 컨텐츠를 만든 사람을 존중하는 방식[1]이다. 또한 공유한 컨텐츠의 신뢰성을 높여주는 방식이기도 하다.
“출처: 네이버 뉴스”는 이걸 완전히 망쳐버린다. “출처: 네이버 뉴스”라는 말을 보고 알 수 있는건, 그냥 이 뉴스가 네이버에도 올라왔다는 사실뿐이다. 네이버 뉴스는 원 저작자가 아니기 때문에 존중의 대상이 아니며, 컨텐츠의 신뢰도를 높여주지도 않는다. “출처: 인터넷”이라고 쓰는 것과 하등 다를게 없다는 얘기다.
컨텐츠를 제작한 사람에게 이득이 없을 때 생기는 일
네이버 뉴스와 관련된 내 강박 중엔 “출처: 네이버 뉴스”에 대한 혐오 이외에도 네이버 뉴스 링크에 대한 혐오도 있다. 난 소셜 네트워크에 어떤 기사를 공유할 때 네이버로 링크하지 않는다. 트위터에서 네이버 뉴스가 링크된 트윗을 보면, 그걸 바로 리트윗 하기보다는 번거롭더라도 언론사 사이트의 링크를 찾아서 새로 트윗을 작성한다. 트래픽을 기반으로 수익성이 결정되는 대다수의 웹사이트에서 트래픽을 네이버로 준다는 것은 기사를 작성한 원저작자를 무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언론사 사이트가 네이버 뉴스에 비해 가독성도 나쁘고, 광고도 더 많이 붙어 있다는걸 안다. 언론사 사이트들은 어떤 경우엔 도저히 글을 못 읽을 수준이고, 종종 정체를 알 수 없는 파일을 강제로 컴퓨터에 다운로드시켜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올바르게 크레딧을 줘야 한다. 사이트가 지저분하다고 원저작자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사이트의 깔끔함을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누군가에겐 너무 지저분해서 용납할 수 없는 사이트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그럭저럭 참아줄만한 사이트일 수 있다. 그래서 크레딧을 줄 때는 사이트의 지저분함이 아니라 컨텐츠를 만든 사람이 누군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출처라는건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컨텐츠를 제작한 사람보다 포장을 잘 한 사람이 크레딧을 받을 때 일어나는 일들을 우린 이미 잘 알고 있다. 포장에는 바이럴 사이트들처럼 기존의 기사를 각색해서 다시 쓴 우라까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네이버처럼 기사가 보여지는 방식을 바꾸는 것 또한 포장의 한 방식이다.
네이버는 기사가 만들어지는데는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는다. 단지 보기좋게 포장만 해서 거기에 “출처: 네이버 뉴스”라는 도장을 찍어버릴 뿐이다.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거기에 동참하는건 네이버가 하고 있는 도둑질을 도와주고 있는 것과 같다.
원문: YOON JIMAN
- 주의 : 손발이 오그라들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