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사후 과잉 확신 편향(hindsight bias)이란?
사후 과잉 확신 편향(hindsight bias)이라는 용어를 간단히 설명하면 어떤 일의 결과를 알고나면, 그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믿는 사람의 인지적 편향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이미 예전 역사가들이나 문학가 등을 통해서 인간의 이러한 경향은 여러 차례 지적되었지만 이런 경향이 체계적으로 밝혀진 게기는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1975년 피쇼프와 베이스(Fischhoff & Beyth)의 연구 실험이었습니다.
이 실험에서 두 연구자는 자신들의 학생들에게 미국 대통령 닉슨의 중국 방문으로 인한 결과물에 대한 확률을 예측해보라는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질문에 대해 대답한 학생들은 이 중국 방문의 결과가 알려진 이후 자신들이 예측한 확률을 회상해보라는 과업을 다시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중국 방문의 결과가 나온 후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각 사건에 대한 결과를 예측한 확률이 어느정도였는지 회상해 보라는 질문이 주어지자, 실험의 대상이 된 학생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실제로 예측한 확률보다 각 사건에 대해서 더 정확도가 더 높게 예측을 했었다고 기억하는 일관된 경향을 나타내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경향은 우리의 무의식에 깊이 자리잡고 있으며, 중요하든 사소하든 매우 자주 경험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면 2008년 금융위기를 회상해 보면 이미 06년 이전부터 서브 프라임 모기지 시장에 문제가 생기고 있는게 명확하게 보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팀의 선수가 홈런을 친 걸 보면 공에 배트가 맞은 순간 그 소리를 들은 것 만으로 이미 담장을 넘길 것이란걸 알았던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건 다 지나간 다음의 일이고 그 당시 혹은 지금 이 순간 앞으로 어떻게 일어날 지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한 일이 분명합니다.
Ⅱ.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의 원인은?
자, 그럼 여기서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이란 인간의 인지적 오류(?)를 다시 한 번 정리해 봅시다. 이는 이미 발생한 결과에 대하여 그런 일이 발생할 것을 더욱 정확히 사전에 예측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며, 다시 말해 사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 거라고 예측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이 예측 가능 했거나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고 사후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사후 과잉확신이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모델과 이론이 존재하지만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해당 사건을 회상하는 프로세스를 통해 발생했던 사건과 관련있어 보이는 부분은 강화되고, 해당 결과와 관련이 없거나 미약한 부분은 축소되게 됩니다. 즉 우리 인간의 기억이란 것은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매우 능동적인 프로세스이며 사후에 확정된 결과라는 추가적 정보를 바탕으로 한 인지 재구축이 일어나서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사족으로 재미있는 부분을 추가하면 우리의 시각과 관련된 부분도 이런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을 나타냅니다. 유명인사의 희미한 이미지를 40단계에 거쳐 점점 뚜렷한 이미지로 변환해가며 이 인물을 맞추어 보라는 실험에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약 27 단계에서 해당 인물을 맞출 수 있었지만 사후 회상에서는 자신이 약 20 단계에서 해당 인물을 정확히 인지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즉 우리의 시각적 인지도 결국은 외부의 환경을 카메라 처럼 망막에 맺힌 이미지로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 지식, 기대, 현재 상황과 주변과의 맥락, 우리의 외부 환경이 어떤 행태를 나타낼 것인가에 대한 가정 등을 포함하는 뇌의 정보 처리 프로세스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매우 능동적인 프로세스 라는 것이 이런 실험을 통해 일부나마 드러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Ⅲ .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을 어떻게 제거할 수 있는가?
우리의 대부분의 인지 프로세스가 그러하듯이 위에서 설명드린 사후 과잉 확신 편향도 자동적이며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프로세스라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서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금융권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실험에서 그들의 근무 경력이 길다고 해서 이 편향이 낮아지지 않았으며, 신규 벤쳐 사업가들도 자신의 사업 경험이 이 편향을 낮추는 데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위의 시각에 대한 실험에서 피 실험자들에게 실험전 ‘사후 과잉확신 현상’에 대한 설명을 하고 이런 경향이 실험 과정에서 생기지 않도록 주의 해야한다는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후적으로 발생한 결과에 대해서 우리의 본능 이나 바로바로 그럴듯해 보이는(예를 들어 blink) 원인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러한 일이 발생한 원인을 설명하는 다른 대안을 의식적으로 찾아보려는 노력을 통해서 이런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은 다소 제거될 수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 입니다.
맺음말
사후 과잉확신 현상은 너무나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세상을 좀 더 설명 가능한 곳으로 만들어주며, 한발 더 나아가 우리가 환경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인간은 외부 환경에 대해 자신이 통제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상실하게 되면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은 우리의 예측력이 실제 보다 우월하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켜 과잉확신(overconfidence)으로 인한 여러가지 실패를 겪게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가장 쉬운 예로 주식 투자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이게 무슨 뜻이신지 쉽게 납득 가능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앞서도 말씀 드렸듯이 인간의 인지 체계는 자동화되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부분이라 안다고 해서 효과적으로 예방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우리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하드웨어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으로 어떤 강점과 약점이 있는지 파악하며 한번 더 돌이켜 본다면 도움이 되면 됐지 나쁠 것은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끝으로 이번 포스팅은 마치고자 합니다.^^
원문: Orca의 雜想 note
참고
- Paul Goodwin, Why Hindsight Can Damage Foresight
- Erin M. Harley, Keri A. Carlsen and Geoffrey R. Loftus, The “Saw-It-All-Along” Effect: Demonstrations of Visual Hindsight Bias
- 영문 위키피디아 “Hindsight” 항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