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게임 업계를 재편하고 있다. 시장을 뒤흔들었던 ‘애니팡’은 흔한 샤리키류 게임인데다 시스템상으로도 이미 시장에 나와 있던 비주얼드 블리츠, 다이아몬드 대시 등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지만, 한 가지 요소, 카카오톡 친구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그 한 가지 요소로 인해 최고의 인기 게임이 되었다. 아이러브커피, 드래곤 플라이트 같은 게임이 그 뒤를 이었고, 현재 애플의 앱 장터인 앱 스토어에서는 카카오와 제휴한 게임들이 최고 매출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카카오톡의 이런 강력한 영향력은 게임업계에서 나름 잔뼈가 굵은 기업들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인 모양이다. 시장의 강자들이 속속 카카오의 영향권 아래 모여드는 가운데, CJ E&M 넷마블에서 애니팡, 드래곤 플라이트에 이은 또 하나의 ‘대박’ 게임을 내놓았다. 아기자기한 그래픽, 좌우 이동과 점프만으로 구성된 단순한 인터페이스로 사랑받고 있는 이 게임의 이름은, ‘다함께 차차차’.
실제 플레이 영상을 보면 어떤 게임인지 쉽게 파악될 것이다. 좌/우 이동과 점프 버튼을 이용해 다른 차량을 적절히 피해 가며 주행하면 된다. 여기에 게임을 재미있게 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 다른 차를 뒤쫓아가면 공기의 저항을 받지 않아 속도가 빨라진다, 2) 다른 차를 추돌 직전에 피하면 ‘차’ ‘차차’ ‘차차차’ 하는 효과음과 함께 속도가 빨라진다, 3) 부스터 아이템을 얻으면 다른 자동차들을 날려버릴 수 있다, 4) 체크포인트에 도달하면 연료가 보충된다, 5) 밟으면 가속되는 발판이 있다 등.
그런데 이 훌륭한 게임에 엉뚱한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다함께 차차차’가 사실 PSP용 게임인 ‘모두의 스트레스 팍’을 따라 했다는 것. 여기에 흉흉한 소문도 돌았는데, 표절 의혹을 보도한 한 언론의 기사가 갑자기 같은 CJ E&M의 다른 게임을 홍보하는 기사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급기야는 SCEK가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서비스를 중지해달라는 내용 증명을 CJ E&M에 직접 발송하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모두의 스트레스 팍’이란 어떤 게임인가. ‘모두의 스트레스 팍’은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 PSP로 2009년 출시된 게임으로, 단순한 형태의 미니게임 12가지를 모은 게임 패키지다. ‘다함께 차차차’가 따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은 개중 ‘레이싱’ 게임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어떤 게임인지 아래 영상으로 직접 보시라.
대강 ‘모두의 차차차’와 비슷한 요소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1) 좌우 이동과 점프로 다른 자동차를 피할 수 있다. 2) 다른 차를 뒤쫓아가면 공기의 저항을 받지 않아 속도가 빨라진다. 3) 부스터 아이템을 얻으면 다른 자동차를 날려버릴 수 있다. 4) 밟으면 가속되는 발판이 있다 등.
그러나 그 정도로 표절을 말할 수 있을지는 무척 의심스럽다. 만일 이 정도 이유로 표절을 주장한다면, 카트라이더는 마리오카트의 표절이 될 것이고, 애니팡은 다이아몬드 대시의 표절이 되고 말 것이다. 게임 개발자들의 양심에 큰 상처를 줄 ‘표절’ 같은 단어는 입에 담기에 실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편적인 시각을 버리고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관찰하듯 자세히 바라보면, 마치 돼지 플루 바이러스와 신종 플루 바이러스처럼 현저히 차이를 보임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게임동아의 기사를 보면, CJ E&M 관계자는 “SCEK가 보낸 내용 증명을 확인하고 대응 방법을 결정하겠다. 다만 다함께차차차에 등장하는 가속, 추월, 충돌 등의 시스템은 이미 많은 레이싱게임에도 채용된 바 있는 콘텐츠이기에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큰 차이는 그래픽. 같은 자동차 레이싱 게임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히 다른 느낌을 준다. ‘다함께 차차차’가 굵은 선으로 만화처럼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었다면, ‘모두의 스트레스 팍’은 상대적으로 실제 자동차와 유사한 모양을 재현해 세련된 맛을 살렸기 때문. 그래픽의 특징이 이처럼 크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표절 논란을 부추기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인터페이스의 차이도 크다. 예를 들어 ‘다함께 차차차’는 하단 전부를 속도 표시에 할애한 반면, ‘모두의 스트레스 팍’은 하단 우측 부분만을 속도 표시에 활용하였다. 이로 인한 시인성의 차이는 대단히 큰 것이다. 또한 속도 증가 발판도 ‘다함께 차차차’에서는 노란색과 검은색을 사용해 눈을 편안하게 한 것과 달리, ‘모두의 스트레스 팍’에서는 빨간색을 써 눈이 피로하다.
부스터 사용 시의 효과도 다르다. ‘다함께 차차차’의 경우 부스터 아이템이 물음표 모양 박스에서 나오며, 차가 푸른 번개에 휩싸인다. 또한 박스에서 가끔 다른 아이템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의 스트레스 팍’의 부스터는 N 모양 상자에서 나오며, 차가 붉은 화염에 휩싸인다.
또한 ‘다함께 차차차’의 자랑이라 할 ‘차’ ‘차차’ ‘차차차’ 같은 효과음을 ‘다함께 스트레스 팍’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 효과음은 게임 ‘다함께 차차차’의 제목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런 중요한 요소의 차이를 보지 못하고 표절을 주장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최근 국회의원의 표절 의혹을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표절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표절은 개인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도둑질이나 다름없는 죄이며, 나아가 지적 생태계를 파괴하는 거대한 악덕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바로 그러하기에 표절을 주장할 때는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픽의 인상, 발판의 색깔, 그리고 효과음의 유무에 이르기까지, 이런 큰 차이들에도 불구하고, 작은 문제 하나하나에 천착하여 표절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 다시 한 번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