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게임 좌담회] 모바일 게임으로의 전환, 위기를 넘어 멘붕의 게임업계에서 계속됩니다. (피처 이미지: 원사운드)
정부의 역할: 가만히 있… 지 말고 적재적소의 지원이 필요
지금까지 정부는 게임업계에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급속도로 인력이 유출되고, 능력 있는 인재들이 실패를 겪고 있는 시기에야말로, 정부가 적재적소에 자금을 공급해줘서 시장을 안정적으로 굴려야 할 때이다.
리: 정부는 뭘 하면 될까요?
전원: 가만히만 있으면 됩니다.
리: ……
김: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냥, 게임에 대해서 눈을 감아주면 좋겠군요.
X: 괜히 와서 게임 중독 같은 소리만 안 하면 좋겠군요.
김: 그래도 사실 지갑을 열 필요는 있습니다. 그래도 정치인이 그 중간에서 중요한 역할 해줬으면 좋겠고요.
리: 이미 한국 게임시장은 충분히 커졌는데, 굳이 지원이 필요할까요?
김: 지금 개발자들의 상황은 온라인에서 잔뜩 나온 사람이 창업했다 엎어지는 시즌이에요. 이 사람들이 갈 데가 없어요. 이런 과도기에는 조금이라도 수혈해서 1-2년 정도 버틸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긴 합니다. 아니면 경력 많은 개발자는 해외로 나가고, 아닌 개발자는 치킨집으로…
박: VC가 그 역할을 어느 정도 하고는 있지만, 그래봐야 1년에 100개 정도 업체에 투자하는 게 한계에요.
X: 최근 해외 모 투자그룹이 우리나라 들어와서 처음 한 이야기가 자기들은 연대보증이 없다는 거에요. 그런데 지금 망하고 있는 사람들이 3년전 쯤 투자 받고 연대보증 걸려 망한 사람들이 많거든요. 해외에서 그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투자해서 경험을 사겠다는 건데… 한국은 그간 재기를 위해 투자해야 할 대상을 실패한 사람으로 규정해 왔죠.
김: 한국은 정말 VC가 재기 기회를 안 줘요.
박: 현업 VC로서 판단하기에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솔직히 경험 없는 사람보다 망해본 사람이 더 좋아요. 창업 해봤다는 것만으로 플러스가 있어요. 배임이나 횡령 등의 도덕적 문제 없이 망했다면,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X: 뭔가 해봤지만 모멘텀이 안 맞거나, 너무 빨리 시도했다거나, 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이런 사람들은 기업 잘 정리하고 나면 VC들이 투자하겠다고 연락이 옵니다. 그만큼 깨끗하게 망하는 것도 중요한 세상이긴 하지요.
게임의 미래: 인터페이스에서의 혁신은 언제나 열려 있다
지금까지 많은 게임의 혁신은 인터페이스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앞으로는 VR이 그 역할을 할 것에 대해 기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스마트폰은 여전히 중심적인 위치에 서고, VR은 보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정: 여러분은 5년 후 게임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요? 우리가 스마트폰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삶에 패턴이 완전히 다르잖아요. 이건 그야말로 혁명적 변화에요. 불과 10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 속에 모든 게 변했죠. 앞으로 이런 기술진보로 인해 인류의 행동 패턴이 얼마든 더 바뀔 수 있을 거라고 보는데…
김: 저는 VR이라고 봐요. 지금까지의 문제는 입력기기가 못 쫓아가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2~3년 안에 충분히 합리적 비용으로 생산이 가능할 거라고 봐요.
박: 맞아요. 게임의 혁신은 항상 인터페이스의 혁신에서 등장했지요. 닌텐도의 Wii와 NDS가 그 예이고요. 똑같은 인터페이스 밑에 새로운 게임이 나오기 힘들고, 새로운 하드웨어나 입출력 장치가 나와야 기획도 새로워지거든요. VR 대중화의 키는 결국 스마트폰이라고 생각해요. 20년도 더 전부터 VR은 존재했는데, 디스플레이와 센서가 너무 비쌌고 품질이 떨어졌어요.
그런데 이걸 스마트폰이 해결하고 있어요. 고화질 디스플레이와 센서가 스마트폰에 다 들어있으니까요. 물론 지금 스마트폰 수준의 GPU로 고해상도의 VR을 감당하기 힘들지만, 앞으로는 스마트폰과 VR이 잘 연동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또 거기서 특정 장르 게임을 선점한 회사가 대박을 치겠지요.
정: 5년 지나면 지금 MMORPG가 스마트폰으로 빵빵 터지고, 이게 VR까지 연동된다면… 당연히 엄청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요?
박: 그렇지요. 지금까지 모바일 게임이 캐주얼 유저 위주로 성장했지만 콘솔과 PC 시장을 대신할 수는 없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모바일이 코어게임까지 커버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X: 저는 좀 반대에요. 혹자가 구글 글래스 성공할 거라는 질문에 “내 앞의 여자가 구글 글래스를 끼고 있는 나를 좋아할까?”라는 답을 했어요. 오큘러스 등 VR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스마트폰은 내가 꺼내도 앞의 여자가 뭐라 안 하잖아요? 하지만 VR은 여전히 매니악한 영역일 거라고 봐요.
박: VR이 매니악한 영영인 것 맞아요. 하지만 이미 캐주얼 유저는 스마트폰이 확보하고 있고, VR덕에 PC와 콘솔의 매니아 게이머까지 모바일게임시장으로 끌고 올 수 있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김: 저는 결국 사람들이 사생활을 포기 순간이 올 거라고 봐요. 구글 글래스를 예로 들었는데, 이게 대중화되는 순간 엄청난 프라이버시 문제가 발생하거든요. 하지만 그 프라이버시를 놓아 버리면 상황은 완전히 반대가 돼요. 결국 습관의 문제겠죠. 시계나 스마트폰처럼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얼마나 습관이 되도록 대중화 되느냐의…
정: 비용과 이익의 문제에서… 이상하게 보이는 비용보다 편리함이 더 크다면, 어느 한순간에 변곡점이 올 수 있겠지요. 오히려 안 하면 이상한…
김: 응답기기가 어느 역할을 하느냐에 달려 있겠지요. 모든 매장에 자기 매장의 위치나 인포메이션을 알리는 디바이스가 있다고 가정하고 글래스가 수신한다면 다양한 일이 생길 수 있겠지요. 내가 어디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그 정보 받아서 가게와 데이터가 오가게 되고, 결국 모든 매장이 순식간에 신용카드처럼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어요.
X: 저도 스마트폰에 한 표… 이런 종류의 기술은 계속해서 스마트폰을 통하게 될 거에요. 물론 PC도 처음 나왔을때, 인류에게 더 이상 이만큼 퍼스널한 디바이스는 없을 거라고 했지요. 하지만 PC나 스마트폰이나 공통점이 있어요. PC 역시 마우스건 프린터건 모두 PC에 통합시켰다는 점이지요. 당분간 어떤 웨어러블이 나오든, 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동작할 것이라 생각하는 게 더 상식에 부합하지 않을까요?
박: 확실히 디바이스를 2개씩 들고 다니기는 힘들지요 이제 아무도 카메라와 네비를 따로 사용하지 않게 됐으니.
X: 네… 하드웨어 회사들도 이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데… 지금 플리커, 핀터레스트 등 사진을 모으는 사이트를 보면 사진 찍은 가장 많은 디바이스가 아이폰이거든요. 그런데 소니가 이에 발맞춰서 스마트폰 렌즈를 내놓고 매출이 팍 뛰었어요. 앞으로도 이런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VR도 이 흐름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게 웨어러블이든 뭐든.
정: 한국 게임회사들도 앞으로 이런 인터페이스 전쟁에서 승리해야 하겠군요. 앞서가서 만들고 선점에 성공하면 또다른 기회가 창출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 저도 요즘 VR 관련해서 3개 회사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어요. 너무 빠르면 죽고 느리면 후발주자가 되니, 적당한 시기에 자리잡을 회사를 찾고 있지요.
김: 그게 언제인지는 정말 아무도 모를 것 같네요.
박: 뭐, 투자사에서도 감으로 찍고 베팅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
정: 저는 VR을 시도하는 것 자체는 좋게 봅니다. 퍼스트 무버라서 좋게 망할 수 있어서, 최소한 본인 커리어에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박: 맞아요. 투자 이유가, 매출 못 내도 퍼스터 무버가 되면 그만큼의 이점이 있거든요. 어차피 VR이 갈 길이라면, 언젠가 대기업도 가야 하는데, 이때 어디를 인수하냐? 이왕이면 뭐라도 해본 회사를 살 수밖에 없어요. 엑시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죠.
선순환이 무너진 한국 게임업계, 빠른 재도약을 위해 필요한 것
이미 시장이 크게 성장하던 시기를 지나버린 게임업계는 재도약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도, 대기업도 미래를 위한, 사람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인색하거나 비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정: 뭐, 그래도 솔직히 한국이나 중국이나 미국이나 아는 회사 도움 받아 크고, 그쪽에 팔아먹고 하는 건 다 비슷하다고 봐요. 지인만큼 신뢰 가는 게 또 어디 있겠어요?
X: 전 좀 다르게 보는데… 구글, 페이스북은 사람을 꾸준히 채용해요. 심지어 구조조정하고도 그해 뽑을 인간은 계속 뽑아요. 그런데 한국은 사람 자르면 그 자리를 채우지 않아요. 한국이 사람 뽑을 때 되게 깐깐한데, 그렇게 어렵게 사람 뽑고 내보낼 때는 왜 그리 쉬운지 모르겠어요. 채용도 비용이잖아요? 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업계가 건강해지는데, 이 구조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고, 심지어 규제 때문에 더 어렵게 만들려 하니 결과적으로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죠.
박: 저도 대기업이 공채로 사람 뽑아서 트레이닝하며 월급 주는 게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는 최소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고 봐요. 지금처럼 취업 안 돼서 창업은 최악의 결과를 낳을 뿐이죠.
김: 선순환이 확립되지 않다 보니, 대기업 애들은 외려 나올 생각 안 하는 것도 문제에요. 나오면 망하는 게 뻔히 보이니까. 이렇게 말하는 저조차도 월급 받는 애들한테 지금 창업하면 죽는다고 절대 나오지 말라고 해요. 지금은 2-3년 정도 버텨야 할 시기라고 봐요.
박: 저는 잘될 것 같은 스타트업에 조인하라고 해요. 개발자들이야 재취업도 용이한 편이고, 혹시 잘 되면 지분으로 떼돈을 벌 지도 모르잖아요.
김: 전 그것도 반대인 게 지금 개발자 공급 넘치거든요. 부족한 건 오직 프로그래머에요. 나와서 뽑는 회사 찾기도 힘들고 옮긴 회사도 생존 가능성을 확신하기가 어려우니, 잘 나오는 월급을 일부러 끊고 모험을 말라고 합니다.
박: 하긴 저도 기획자에게는 나오지 말라고 하네요.
정: 결국 국가적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세울 수 있도록 방향을 잡지 않으면 계속 망하는 악순환만 이어질 거라고 봐요. 안 하면 계속 망해. 이미 선순환이 깨진지 5년 가까이 돼서 넥스트 스텝이 안 보이는 상황이에요. 여기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절실합니다.
김: 맞아요. 저도 차라리 정부가 고용비용 일부 책임지는 게 낫다고 보니까.
X: 싱가폴이 대표적인데… 여기도 우리처럼 인력밖에 없는 나라에요. 그런데 싱가폴에 있는 대학생들이 싱가폴 내 취업이 힘드니까, 외국 회사에서 채용하면 일을 배우는 2년 동안 국가가 체류비와 월급을 줘요. 그렇게 2년 뒤 외국 회사에 남거나 싱가폴 돌아와서 취업하는 식이죠. 그런 정책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정말 괜찮은 애들을 비용 없이 테스트까지 하며 뽑을 수 있으니 싱가폴에 해외기업 지사들이 엄청 많은 거죠. 이미 페이스북 아시아 지사 등이 아시아 헤드쿼터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김: 한국도 대졸자 청년취업의 경우 임금의 50%를 지원하지만, 차라리 100명 뽑을 거 정부지원으로 150명 뽑게 하는, 그런 방식의 취업 지원이 훨씬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X: 사실 한국 IT 업계가 이렇게 큰 일등공신은 산학과 병특이에요. 그런데 이제는 이것까지 없애는 판이죠.
박: 과거 넥슨, NC도 다 그걸로 컸어요. 중소기업이 좋은 인재 뽑을 유인이 얼마나 되겠어요? 요즘 스타트업은 정말 신입 뽑기 힘든데, 이런 방향에서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김: 인턴도 뽑으면 최저임금이라도 줘야 하는데, 솔직히 스타트업은 시간 써서 가르칠 여유도 없어요. 가르치는 것도 스타트업에는 큰 비용이거든요.
미래를 볼 것인가, 현재에 매몰될 것인가?
미국과 중국은 이미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X: 미국이 그래도 대국인 게, 여전히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잖아요. 이것도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에요. 심지어 미국에서 게임개발 쪽 개발 구하기 힘들면, IGDA라는 협회 가입하고 연락하면 IGDA가 비자 보증까지 해줘요. 학자들도 미국에서 공부하려는 게, 미국 협회들은 과학자들이 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최소한 60% 이상의 학자비 내주고, 나중에 잘 되면 연구소에서 뽑아주기도 해요. 그래서 미국의 기초과학 분야에 외국인이 대다수인 거고요.
박: 그 중에서 중국인과 인도인이 압도적이죠. 이미 미국은 그정도의 매크로한 시각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있어요.
X: 프로그래머들도 70% 가까이가 외국인이에요. 이미 미국에서 창업하는 사람 중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30%도 안 돼요.
김: 솔직히 한국은 인종차별 너무 심해서, 가능할 것 같지도 않네요.
박: 우리도 저출산이니 이런 정책이 아주 중요해요.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투자검토한 기업이 1000개도 넘을텐데, 외국인 창업자를 본 적이 없어요.
X: 한번은 한국에 관심 많은 친구가 일단 영어교사로 들어와서 그 비자로 살았어요. 그러다 한국 스타트업 취업해서 커리어 시작하려 했는데, 가능한 비자가 E7 하나밖에 없고, 받기도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거에요. 고용과정만 해도 이렇게 어려운데, 직접 회사 차리는 건 거의 불가능이겠죠.
김: 한국사람도 취업이 힘들다는데 외국인에게 자리 주기 싫은가 보죠. 그런데 역으로 외국인이 많이 이런 업계에 뛰어들어야, 향후 해외진출이 쉬워질 거라고 봐요.
X: 중국은 이미 그쪽으로 가고 있지요. 한국도 어서 미국이나 중국 같은 거시적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
멀고먼 훗날 술을 마시기로 하고, 자리는 끝났다. 이날 따라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회장님의 머리는 더욱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과연 한국 게임의 미래는 그렇게 밝을 수 있을까? 아마 그 답은 짧으면 3년 안에 드러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