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에서 프레인 여준영 대표의 글을 무단으로 가져다 쓴 것에 대해 여준영 대표가 항의했다. 자신은 전재를 허락하지도 않았고, 원글의 대상이 일반 독자층이 아니라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인사이트는 항의에 대해 오히려 여준영 대표를 블락했고, 여준영 대표의 이름을 뺀채 글을 재편집했다. 이에 대해 여준영 대표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1번과 2번 글 모두, 여준영 대표는 삭제한 상태이다.)
결국, 인사이트에서는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이 사과문 역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먼저 사과문이 11월 11일의 걸음걸이 변화로 치매 예측이라는 글을 수정하여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는 사과문을 최신 글에서 제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과문 역시 진지하지 않고 장난스러운 이미지를 사용해 더욱 까이고 있다. 다소 엄중한 사안에 대해 책임자가 아닌 일개 기자의 이름으로 올라온 것도 비판의 여지가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인사이트는 철학의 빈약함을 보여줬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인사이트는 그간 매일 수십 건의 글을 무단 전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궁금하면 인사이트의 기사 이미지를 구글 이미지 검색에 드래그해 보라. 기사 말미마다 붙는 [ⓒ 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는 표현이 맘아플 정도다.
인사이트는 About 페이지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사 출신 기자들이 모여 만든 ‘insight’는 그 이름에 걸맞는 미디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인사이트는 기자들이 만들었지만 콘텐츠는 기자가 아닌 인사이트 기고자들(Contributors)과 국내 외 다양한 콘텐츠를 큐레이터들이 만들며 기고자들에는 정치, 경제, 사회, 종교, 학계, 문화/예술 등의 600여명의 이 시대의 명사와 멘토인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실제 처음부터 인사이트가 이 지경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비록 인기는 없었지만, 정제된 좋은 칼럼을 싣는 좋은 미디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라까이에 맛을 들이더니, 그저 해외 매체의 가십성 글만 빠른 속도로 베껴 쓰는 언론으로 탈바꿈했다. 국내 언론과 달리 해외 언론은 한국에 저작권 주장을 크게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이미 인기에 있어서는 검증된 글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어차피 인사이트에 별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열성 미디어 구독층은 인사이트를 보지도 않고, 다수 대중은 이런 일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거나, 신경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기업들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이중 일부는 거액의 투자를 받거나 인수 당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인사이트가 이렇게 변질된 것도 이해는 가는 일이다.
자존심을 버리면 인기를 끌기는 쉽다. 사실 지금 인사이트의 모습은 비단 인사이트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조선과 동아의 전쟁: 지구상 가장 추운 곳을 찾아라는 글에서 알 수 있듯, 지금껏 많은 닷컴 언론들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맞춰 같은 기사를 수십 회씩 베껴쓰고 있다. 네이버도 언론 눈치를 보면서,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제재 한 번 가하지 못하는 상태다.
“OO신문에 따르면~”이라는 글은 한때 기자들에게 한숨의 상징이었다. 자신이 특종을 놓쳤음을 다음 날 고백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웹 시대에 들어와서는, 그저 같은 내용을 빠르게 베껴쓰면 그만인 시대가 됐다. 종이신문이 어떤 논리로 작동하건, 인터넷 언론사는 모두 남의 보도를 빠르게 베껴 써서 트래픽을 창출하는 데에 목을 매고 있다.
네이버에서의 어뷰징은 고스란히 페이스북으로도 옮겨 왔다. 특히 많이 활용되는 것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전파되는 이슈와 외신 번역이다. 이들은 국내 매체들과 달리, 저작권에서 벗어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네티즌이 고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하루에도 게시판에서 이슈가 된 유머와 분노의 소재가 확인도 없이 수십 개씩 그대로 옮겨진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언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블로그 등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언론도 지키지 않는데 한낱 네티즌이야. (사실 ㅍㅍㅅㅅ도 어느 정도 이런 문제를 지니고 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혹시나 이런 사이트를 만들고 싶다면 몇 가지 좋은 방법이 있다. 국내 뉴스는 트렌데이와 개9, 그리고 트위터 검색 엔진 topsy를 활용하면 좋다. 해외는 역시나 topsy를 비롯해, 허핑턴포스트, 업워시, 래핑 스퀴드, 9gag, 바이럴 노바 등을 참조하면 된다. 이들만 빠르게 트래킹해서 옮기면 인기 사이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은 우리가 좀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하지만 생산비용과 유통비용이 사라져 버리는 것은, 상도의까지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상도의를 지키면 지킬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게 언론의 현실이라 “먹고 사는 문제”로 이해해야 할까. 그렇다고 한다 해도, 정도를 걷고 있는 언론들은 그저 어리석은 존재로 대접 받아야 한단 말인가.
덧: 참고로 미국에서는 이런 문제는 즉시 해고와 사과로 이어진다. 그 뉴욕타임즈마저 4면을 모두 해명과 사과로 내놓았다. 우리네 이야기와는 너무 먼 이야기이기만 할까. 미국도 언론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평균적으로는 한국보다 더 그럴지도 모른다.
덧2: 너무 선비같이 전체 언론을 비판했는데, 인사이트 정도면 심히 미친 수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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