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많은 부부들이 불임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불임 부부들을 돕기 위한 여러가지 의학 기술들이 크게 진보되었지만 한가지 성공하지 못했던 영역은 자궁이식을 통한 출산이었습니다.
자궁 (Uterus) 자체도 이식이 쉽지는 않지만 그보다 더 문제는 자궁을 이식한 후 여기서 10 개월 동안 임신을 유지시키고 성공적으로 출산을 이뤄내는 일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난소 기능은 정상인데 자궁에 문제가 있는 여성들은 대리모를 구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최근 의학저널 란셋 (The Lancet) 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36 세의 여성으로 Mayer-Rokitansky-Kuster-Hauser (MRKH) syndrome 라는 질의 위축과 뮐러관 이상 을 불러오는 선천성 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에서 자궁이식과 더불어 최초로 출산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밀러관(mullerian duct)이란 여성에서 수란관, 자궁, 질의 일부를 형성화는 관으로 발생학적으로 척추동물의 중신수관과 평행해게 발생하며 수컷에서는 더 발생이 되지 않으나 암컷에서는 수란관이 됨. 양막류 이상에서 수란관, 자궁, 질 등으로 복잡하게 분화하며 MRKH 증후군은 여기에 문제가 생겨 자궁을 포함한 생식기관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MRKH 증후군은 대략 신생아 여아 4000 – 5000 명 당 한명 꼴로 나타나는데 난소 기능이 정상이라고 해도 자궁과 질의 이상으로 임신과 출산이 불가능한 질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태어난 여성들은 대리모라도 구하지 않는 이상 출산이 불가능했습니다.
스웨덴의 고텐부르크 대학 (University of Gothenburg) 의 매츠 브랜스트룀 교수 (Matts Braennstroem) 교수 및 그 동료들은 지난 10 여년간 진행된 동물 이식 실험을 토대로 사람에게 자궁 이식 수술을 진행했는데 이 36 세 여성은 7 년전 폐경을 경험한 61 세 여성으로부터 자궁을 이식 받았다고 합니다. (자궁을 공여한 여성은 이미 2 명의 아이를 출산했음)
이후 시험관 방식으로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킨 후 초기 단계의 배아를 이식하는 방식으로 이 여성은 임신에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임신 31 주에 임신중독증 (pre-eclampsia) 가 발생해 제왕절개술을 시행해서 1.775 kg 의 아이를 출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일단 건강하게 아이를 출산했으므로 (아마도 임신 중독증 자체는 고령 산모일 뿐 아니라 산모의 다른 건강상의 이유 때문일 가능성이 높음) 이식된 자궁은 충분한 역할을 다한 셈입니다.
(뉴시 사이언스)
(텔레그래프 뉴스)
지금까지 자궁 이식을 통해서 출산을 시도한 역사는 몇차례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이식된 자궁을 이용해서 임신은 물론 출산까지 성공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36 세에 엄마가 된 이 여성은 다음 출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네요.
출산과 육아는 매우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것 자체가 매우 큰 시련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자궁 이식을 통해서 출산이 가능하다면 이를 시도할 가능성은 점차로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장기 이식이 가져오는 여러가지 리스크 (이식 수술 및 거부 반응의 가능성, 그리고 면역 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문제점) 를 감안할 때 대상자 선정과 수술 여부 결정에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이번 사례는 장기 이식술 및 불임 시술에 있어 한 획을 긋는 성과라는 점은 의심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참고
Woman has baby after womb transplant in world first
원문 : 고든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