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이 「왜 일본의 젊은 세대는 섹스를 하지 않는가?(Why have young people in Japan stopped having sex?)」라는 제목으로 흥미로운 내용의 르포를 내보냈다.
현재 일본에서는 이른바 ‘금욕 신드롬’이 횡행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금욕이라고 하면 스토아학파 아저씨들이 정신적·육체적 욕구를 억제하고 도덕적인 이상을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에서 금욕이 널리 퍼지고 있다는 게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야동’의 실리콘밸리이자 타지마할로 알려진 곳이 바로 일본이니 말이다.
기사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엄밀히 말해 완전한 금욕주의 같은 것은 아니었다.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이렇다.
- 열도의 많은 청년들이 두근두근 설레이는 데이트를 하지 않을뿐더러, 이성과의 섹스에 별 다른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음. 한 연구에 의하면, 30세 이하 중 3분의 1은 이성과 데이트를 한적이 단 한번도 없음. 16~24세 여성의 45%, 남성의 25%는 성관계에 관심이 없거나 성적인 접촉을 싫어한다고 함.
- 그렇다고 해서 성관계 자체에 흥미를 끊은 게 아님. 주로 이성과의 낭만적인 사랑을 하면서 나누게 되는 성관계가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임.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선택이 아니라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한몫하고 있음.
- 그 이유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게 되면 경제적인 문제와 직장 내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임. 특히 여성들의 결혼 기피 성향이 심함. 그도 그럴 것이, 일본 직장 여성들의 70%는 결혼 후 첫 아이를 가지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자의든 타의든 직장을 관두게 된다고 함.
- 게다가 일단 직장 여성들은 상사가 “당신은 아이를 가질 것이야”라고 단정을 지으면서, 애당초 승진의 기회를 박탈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 결혼 기피 현상은 혼자 즐기는 삶을 비롯하여 또 다른 트렌드를 만들고 있는데, 원나잇, 야동, 가상의 여자친구, 애니메이션, 애동물 등 일회성 만남이나 연인과 나누는 사랑을 다른 취미로 대체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음.
- 결혼을 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들다 보니, 출산률도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열도의 고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함. 생산 활동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당연지사.
- 이처럼 약간 변형된 “금욕주의”, 일본에서 벌어지는 이 거대한 사회적인 변화의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이유는 지난 1980년대 말 거품 붕괴 후 시작된 장기디플레이션 불황과 2011년 후쿠시마 쓰나미 사태에 있음.
이해를 돕기 위해 그래프 하나를 첨부한다. 해당 그래프는 일본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파랑)과 산업생산증가율(빨강)을 나타낸다.
기사 본문은 여러 일본 청년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전개되기에 눈길을 끄는 일화들이 많다. 시간 날 때 천천히 다시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원문: Got to be R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