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경영이란 절름발이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과 같아요. 혹은 저글링 놀이로 비유가 가능하죠. 손은 두 개인데 움직여야할 공은 3~4개랄까.
– 직방 운영업체 채널브리즈 안성우 대표
그렇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바로 벤처이고 스타트업이죠.
모든 것이 부족하고 제한된 상황에서 성과를 내야 합니다. 근데 여기서 기득권을 가진 경쟁 사업자까지 있다면? 1234 오마이갓~! 그야말로 미춰버리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입니다.
근데 혹시 건곤대나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뭐냐고요?
무협소설 <의천도룡기>에 나오는 신묘한 무공이름인데요, 적의 힘을 역이용해 제압하는 게 주 요지입니다.
벤처업계에서도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적의 힘을 역이용해 성장한 기업들이 몇몇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발상의 전환이 참 흥미롭기도 하고 절름발이 걸음과 저글링놀이에 지친 분들께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소개할까 합니다.
1. 로켓인터넷 : 원작자에게 짝퉁을 팔다!
로켓인터넷은 독일에 소재한 벤처 육성기업입니다.
창업자는 90년대 후반 실리콘밸리에서 일을 배운 샘버 3형제였는데요. 이들은 해외에서 실리콘밸리 기업과 직접경쟁은 자살행위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검증된 사업모델만을 교묘하게 베껴 유럽에 출시하죠.
가장 중요하게 보는 가치는 오직 실행력과 스피드! 어차피 아이템 좋으니 법인설립까지 수많은 준비과정을 최소화하고 일단 지르자는 것이었죠.
예를 들면,
이베이(오픈마켓) -> 잘란도,
그루폰(소셜커머스) -> 시티딜
에어비앤비(숙박) -> 윔두
버치박스(샘플구독) -> 글로시박스
이런 식이죠.
사실 법적 효력이 미치지 않은 수준에서의 벤치마킹 전략,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로켓인터넷은 여기서 더 나아가 원조기업에게 사업체를 팔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했죠.
“헐. 원작자에게 짝퉁을 파는 셈?”
근데 원조기업은 삽니다.
왜냐고요?
어차피 규모의 경제를 이룰 목표라면 해외진출을 해야 하는데 시장조사하고 팀세팅하는 것보다 현지 유망기업을 인수하는 게 더 싸게 먹히거든요.
샘버 3형제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생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죠.
현재 로켓인터넷은 대규모 매각대금을 바탕으로 신흥시장에서 전자상거래 사업을 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조만간 독일 증시에 상장할 계획.
“북미=아마존, 중국=알리바바. 나머지는? 다 우리 거야. 건들지 마!”
2. 옐로모바일 : 티끌에서 태산으로!
워낙 유명하죠. 스타트업 리포트에서도 여러번 다뤘던 공룡벤처기업!
옐로모바일은 자체 사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스토리텔링만으로 몸집을 불렸습니다.
1. 중소 우량기업 인수
2. 대형 플랫폼 만든다는 비전 제시
3. 투자유치
4. 또 중소 우량기업 인수
5. 또 대형 플랫폼 만든다는 비전 제시
6. 또 투자유치
이를 몇번 반복하자 이제는 수천억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지니게 됐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그렇습니다. 발상의 전환입니다.
IT업종에 돈이 몰리면서 스타 탄생을 고대하는 투자자가 많아지자 경쟁사가 따지고 보면 적이 아닌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우리끼리 박터지게 싸우지 말고 힘을 합쳐 뭔가 해보자고!”
3. 버즈피드 : 정보 홍수 속 뉴스구조대!
언론사이트를 들어가보면 취재 보도기사와 심층 해설기사가 가뜩 쌓여있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이 원하는 문체와 형태가 아니죠. 지루하고 지루하고 지루한…
“어떻게 뉴스가 다 똑같냐. 제호 가리면 언론사 구분은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맛 구분보다 더 빡실 것 같아!”
이에 버즈피드라는 미디어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신생매체인 우리가 특종경쟁에 참여할 필요가 있나. 어차피 소스는 세상에 널렸잖아. 차라리 이들을 모아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자!”
“흥미성 서적처럼, ‘회사가 숨기는 7가지 진실’, ‘여자가 스킨십을 좋아할 때’ 이런 것? ㅋㅋ”
“잘 알겠어. 근데 이거 무임승차이고, 짜집기 아냐?”
“노노. 이미 뉴스는 시장에서 값어치가 0에 수렴했다고. 그리고 짜집기가 뭐니. 상스럽게. 큐레이션이라 하지.”
뻔한 뉴스에 지친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트래픽은 폭주했고 뉴욕타임스, 허핑턴포스트를 따라잡는 동시에 수백억원 규모 투자유치 성공!
지금은 유능한 기자를 뽑으며 자체 콘텐츠 생산에 나서고 있죠.
“거대한 골리앗과 마주선 당신. 혹시 맨주먹을 쥐고 있진 않나요?”
출처: 스타트업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