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할로윈이었습니다. 좁아터진 이태원에서 할로윈을 맞이한 적은 없었습니다만, 미국에 살던 시절 할로윈은 미성년자들에게는 과자를 받는 날이였고, 성인 남녀들에게는 코스츔으로 자신의 외모를 위장해서 파티에서 이성을 꼬실수 있는 날이였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되면 원나잇을 끝낸 남녀들이 우스광스러운 차림으로 느릿 느릿 거리를 나와 원래 자리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물론 다 큰 성인 남녀가 무엇을 하던 합의하에 이루어졌다면 그건 그들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합의가 아니였다면 이는 심각한 폭력입니다. 그 중 몇명이나 진정으로 ‘상호 동의’를 한 것일까요? 그 대답은 생각보다 복잡할지도 모르겠네요.
올해 초에 전 미국의 대학에서 공부중이었습니다. 학기초에 처음으로 해야 했던 일은 좁은 대학 강당에서 신입생들과 함께 성폭력, 강간에 대한 교육을 받는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대학 내 강간 및 성폭력에 대해서 입법자들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법안은 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잠을 자거나 (술을 포함한) 약물에 취해있을 때에는 동의를 할 수 없다’ 라는 결론까지 내렸습니다. 아래에 npr.org의 글을 번역했습니다.
참고로 이번 법안은 캠퍼스 내에서만 해당되는 것입니다.
캘리포니아 주, 성적 동의를 ‘동의만이 OK’라 정의한 법안을 발의하다.
제리 브라운 주지사가 동의한 이 법안 덕에 캘리포니아는 ‘언제 사람들이 섹스를 하는 것에 동의한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있는 최초의 나라가 되었다. (주: 미국은 연방정부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각 주마다 다른 법이 있는 연방국가이기 때문에 나라란 표현을 사용) 이 법안은 ‘거절은 거절한다는 뜻이다’라는 모두에게 알려진 기준을 넘어선다. 기존의 기준은 강간 사건에 대한 수사를 애매하게 만들었다고 비난을 받아왔다.
새로운 법안은 대학이 강간과 성폭행 논란을 처리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성폭행 수사의 표준을 명확히 하는 것에 도움을 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 표준이란 ‘성행위에 대한 확실한 동의’ 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과, 나아가 ‘성행위에 대한 확실한 동의는 어떤 사람이 자고 있을때나, 술과 약물에 의해 취해 있을때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표준을 뜻한다.
“항의나 반발이 없다고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침묵도 동의가 아니다. 동의란 것은 성적인 행동을 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도중에 언제든지 취소될 수 있는 것이다.” 라고 법안에는 씌여있다.
폭넓은 지지 속에 캘리포니아 주의 입법부는 법안 심사를 마무리 지었다. 새 기준이 희생자의 인권을 향상시킨 것은 분명하나, 이 법안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새 법안이 강간 및 성폭력 혐의로 고소당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지운다는 것이다.
또한 이 법안은 주 정부에게 보조금을 지원받는 모든 대학들에게 최소 12가지 이상의 성폭력이나 폭력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책을 준비하라고 준비했다. 피해자 사생활 보호부터 대학에서 일하는 인력들의 (성적 폭력에 대한) 훈련, 나아가 피해자에 대한 카운셀링 등등이 이에 포함된다.
올해 초에, 캘리포니아의 교육부는 성폭력과 성학대에 대한 법안을 지키고 있는지 최소 55개 이상의 대학들을 상대로 조사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새로운 법안은 엘에이의 상원 의원 케빈 드 레온에 의해서 발의되었다. 그는 일요일에 ‘모든 학생들은 안전하고 건강한 교육 환경에 있을 권리가 있습니다.” 라고 밝혔다. AP 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렇게 더 덧붙이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주는 강간 사건들을 모른척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성폭력에 대한 논의를 성폭력 방지와 정의 구현, 그리고 힐링(!)에 대한 논의로 발전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