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ulie Zhuo의 「Constraints are Hard」를 번역한 글입니다.
항상 이미 존재하는 인기 제품을 새롭게 디자인한 포트폴리오에 흥미를 가집니다. 결과에 상관없이 그런 문제에 도전하고자 시도하는 열정 자체를 존중해줘야 하는 거죠. 요청을 받은 것도 아니고 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칭찬이 약속된 것도 아닌데 적지 않은 시간을 들이고 대담하게 에너지를 퍼부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결과에 따라 ‘아아, 회사 X는 방금 하늘에서 선물을 받았어! 보는 눈이 있다면 이 아이디어는 즉시 채용해야지!’ 하고 극찬하는 수준에서 ‘아이고…’ 하는 수준까지 다양합니다. 사실 대부분은 ‘아이고…’죠.
결과물이 좋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 아니에요. 오히려 특정 부분이 확실하게 나아졌어요. 트렌드에 더 맞는 스타일이거나, 군더더기를 좀 덜어냈다거나, 멀티미디어가 풍부해졌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종종 리디자인은 첫눈에 보기에 더 심플하고 세련되고 매번 보던 지루한 디자인에 새 느낌을 확 불어넣는 느낌이죠. 리얼리티 쇼 ‘익스트림 메이크오버(extreme makeovers)’처럼요.
이런 리디자인은 먹히지 않을 거란 게 문제예요. 돈을 걸 수도 있어요. 인기 있는 제품에 ‘더 깨끗한’ 리디자인을 얹어서 바꾸면 열에 아홉은 대부분의 지표에서 더 못할 거란 얘기입니다. 사용 정도, 매출, 관여도, 사용자 만족도 같은 것 말이죠. 이런 경우를 하도 많이 봐서 잘 알아요. 오래된 이야기고 고전이죠. 아마 여러분도 잘 아실 거예요. 보시죠.
디자이너의 여정
- 관찰을 통한 깨달음: 이 기능/서비스/제품은 꽤 좋고 인기도 있지만 끝내주진 않아. 별로인 부분이 너무 많아. 왜 그렇지? 내가 작업하면 엄청날 것 같은데 이 앱을 쓰는 사람들은 더 나은 제품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 엄청난 영감: 이야 이걸 왜 진작 안 했지? 너무 끝내주잖아. 아이디어도 넘쳐. 거의 밤을 새버렸어. 전체적으로 어떻게 나아질지 비디오를 만들었어. 원작보다 왜 나은지 노트도 87개 정도 남겼어.
-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지지: 모두 이 리디자인을 좋아하는 것 같아! 이게 실현되게 모두 도와줄 것 같아! 탭 브라우즈 이후로 최고야! 빨리 만들고 출시해야지!
- 런칭에 도취: 나왔다! 우리가 해냈어! 우리가 최고다!
- 계산해보니…: 흠, 이 기능/서비스/제품을 쓰는 사람들은 이렇게 변한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네. 제품을 쓰는 방식을 더 좋게 만들지 못한 것 같아…
- 시지프스의 지옥: 그래, 이걸 바꿔보자. 아니야? 그럼 이걸… 이것도 아니야? 이 섹션을 바꿔볼까? 나아진 게 없어?
- 불편한 진실: @#$@#%! 예전 디자인도 이슈가 있었지만 지금 것도 마찬가지네. 나아지질 않아. 바꾸는 게 왜 이렇게 힘들어? 쇼핑이나 하러 가자.
- 인내 또는 환멸로의 길: 아래를 보세요.
인내냐 환멸이냐
여행의 마지막 단계는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많은 팀이 환멸의 상태에 빠지곤 하죠. ‘이런 환경에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 ‘제약이 너무 많아서 아무것도 못 할 거야’라고들 중얼거리는 거예요. 전 많은 디자이너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지표가 나아지는지 보는 과정에 지쳐가는 걸 봤습니다. 바뀐 버전을 출시해도 거의 미미한 차이에 지나지 않고, 뭔가 대단하거나 영감을 주거나 처음 상상력을 자극하던 빛나는 리디자인 같은 느낌이 전혀 없죠.
결국엔 잘 알려진 제품의 새로운 화신을 만들고 싶어 하는 열망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디자이너는 새로운 콘셉트를 만들고 싶어지죠. v.0에서 v.1 단계에 있는 어떤 걸 만들고 싶어 하는 거예요. 이상적으로는 런치 이전의 프로젝트들, 더 혁신적이고 창의적이고 좋은 디자인이 정말 빛날 그런 타입의 프로젝트요. 이런 정서에 대한 작은 진실을 말씀드릴게요. 이미 존재하는 제품이라 그렇게 바꿀 수가 있는 겁니다.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주기 위해선 가끔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일해야 해요. 원래 하던 방식대론 할 수 없어요. 하지만 환멸의 길을 걷게 되면 게을러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콘셉트나 제품을 디자인할 때는 대부분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죠. 여러분이 만드는 모든 건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나을 거고요. 특히 미적인 부분이나 사용성 측면에서는 객관적으로 떨어지는 디자인을 내놓을 거예요. 딱히 비교할만한 벤치마크가 없기 때문이죠.
그냥 아이콘만 있는 것보다 아이콘에 텍스트가 같이 있는 게 더 인식이 쉽다는 건 중요한 문제일까요? 그렇겠죠, 만일 여러분의 앱이 널리 사용된다면. 하지만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면 그런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더 큰 걱정거리가 많거든요.
출시 전의 프로젝트를 디자인하는 건 좀 더 자유롭죠. 새로운 디자인 패턴을 만들 수도 있고, 원하는 컬러 팔레트를 맘대로 쓸 수 있고요. 여러분 맘대로 해도 딴지 걸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프로세스 내내 좀 더 신나겠죠(어디까지나 런칭 전 이야깁니다. 런칭 후는 다른 이야기예요. 대다수의 새로운 콘셉트는 망하고, 망하는 건 재밌지 않죠. 위에 적힌 여정 중 5–8번을 반복해야 하니까요).
전 여기서 새로운 디자인을 하는 것만이 좀 더 혁신적이고 창조적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새로운 디자인만 좋은 디자인이 진정하게 빛날 유일한 공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리디자인은 원래 어렵다
기존 제품을 리디자인하는 디자이너는 이전 것보다 확실하고 명확하게 나은 제품을 만들어야 성공합니다. 대부분은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바로 알지 못하죠. 만약 제품이 나온 지 5년 정도 되었다면 여러분은 다른 디자이너들의 5년간의 피와 땀, 눈물 섞인 아이디어를 이겨야 하는 겁니다. 뭐 완벽한 건 없으니 가능하죠. 우린 꾸준히 배우고 익히니까 매년 더 좋아질 거고요. 하지만 하룻밤에 리디자인한 것이 아무 문제 없이 먹힐 거라는 건 너무 나간 이야기죠.
제약이라는 건 기준을 상징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기존의 성공적인 제품은 그 기준이 높죠. 이 기준을 넘어선 무언가를 만드는 디자이너들은 뭔가 대단한 걸 해냈지만 쉽게 눈에 띄진 않습니다. 해낸 일이 뭔가 크거나 눈에 띄거나 그렇지 않거든요.
그저 매년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게 만드는 거예요. 공통 액션이 더 쓰기 쉬워진다거나, 헷갈리는 인터랙션이 심플해지거나, 습관적인 제스처가 더 즐거워진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보통은 절대 알아채지 못하겠지만 제품 자체는 점점 좋아지죠. 점점 더 유명해지고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미 성공적인 제품을 더 낫게 만드는 일은 어렵습니다.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뭔가 환경이나 일 자체가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고 착각하진 마세요. 인내의 길로 향하는 길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창의성, 실무, 헌신, 그리고 영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비록 실패의 그림자 속에 있더라도, 전 우리가 그 길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문: Min-sang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