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권이 친일 성향의 뉴라이트가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면 박근혜 정권은 놀 수 있는 마당을 조성해 주고 있다. MB 정권은 뉴라이트가 정치세력화 하는 데 출산 역할을, 박근혜 정권은 양육 역할을 한 셈이다.
길 터준 MB, 마당 만들어준 박근혜
MB 정권 동안 국사편찬위원회는 ‘뉴라이트의 본거지’나 다름없었다. 친일 역사교과서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검정심의권을 행사하는 국사편찬위원회(국편)의 활약에 기인한다. 이태진 전 국편위원장은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이승만 독재’ ‘5.16쿠데타’ ‘5.18민주화운동’ ‘친일파 청산’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또 ‘을사늑약’을 ‘을사조약’으로 고치게 했고, ‘일본국왕’을 ‘일본천황’으로 바꾸게 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 사진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김구 선생을 가리킨 부분을 이승만으로 교체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를 성노예자로 부르지 말 것과, 1987년 민주화운동으로 숨진 이한열 열사의 사진을 뺄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은 더하다. MB정권에 비할 바가 아니다. 친일교과서 논란의 원조이자 뉴라이트의 대부인 유영익을 국편 위원장에 임명했다. 유 위원장을 얘기하자면 ‘교과서포럼’ ‘한국현대사학회’ ‘현대한국학연구소’ 등의 단체를 거론할 수밖에 없다. 이들 모두 일제 식민지배와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을 미화하며 ‘역사공습’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다. 이 단체들은 박 대통령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뉴라이트 원조를 국사편찬위원장에
박 대통령은 유영익, 박효종, 이인호, 안병직, 차상철 등이 주도한 ‘뉴라이트 역사 공습’에 관여한 바 있다. 일제 성노예를 “자발적으로 참여한 상업적 매춘이자 공창제”라고 주장하고, 일제 식민지배를 “근대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축적되는 시기”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만든 대안교과서 출판 기념회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2008년 5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런 연설을 했다.
“우리 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 평가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뜻 있는 이들이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청소년들이 잘못된 역사관을 키우는 것을 크게 걱정했는데 이제 걱정을 덜게 됐다.”
친일독재를 미화한 교과서가 대한민국 대통령의 걱정을 덜어줬단다. 일제와 독재를 비판하는 게 아버지 박정희를 욕하는 것으로 들리나보다. 아무튼 ‘역사공습’을 주도한 이들에게 보상이 주어졌다. 걱정을 덜어준 대가일 것이다.
“이승만이 친일한 적 없다”며 “이승만 대통령이 이 나라 우매한 백성을 유능하고 발전지향적인 새로운 국민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뉴라이트 원조 유영익 교수는 국사편찬위원장에 올랐다. 그는 일제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고, 이승만을 로마제국의 콘스탄틴수스 대제에 비유한다. 5.16을 혁명이라고 부르는 이승만-박정희 미화론자다.
역사공습 행동대장 방심위원장에
‘역사 공습’ 행동대장인 박효종 교수에게는 박 정권의 ‘검열기구’로 전락한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라는 자리가 제공됐다. 위원장으로 가자마자 ‘문창극 친일 강연’을 보도한 KBS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중징계를 준비 중이다. 친일적 발언을 한 문창적 전 총리내정자의 강연이 마음에 쏙 들었나보다.
‘조선민족은 게으르다’ ‘일본만 따라가면 된다’ ‘남북분단의 하나님의 뜻’ ‘조선사람은 체질상 공산주의’ 등 문창극 발언을 보도한 KBS가 방송심의 규정 제9조(공정성)과 제14조(객관성)을 위반했다며 중징계를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심의위원 중 2/3가 정부여당이 추천한 이들이고 위원장이 ‘친일 뉴라이트 행동대장’이니 KBS가 중징계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반면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등은 ‘문창극 강연’을 보도한 KBS에게 기자상을 줬고, 국민들은 문창극 내정자의 친일적 발언에 분개하며 이를 보도한 KBS에게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런데 방심위만 KBS 보도를 문제삼고 나온 것이다. 역시 정권 비호를 위한 검열기구답다.
“문창극 강연 감동적” 이인호는 KBS 이사장에
광복절이 아니라 ‘이승만 건국절’이라고 우기는 또 다른 뉴라이트 원로 이인호 교수. 그가 KBS 이사장에 내정됐다. 이길영 이사장이 사표를 제출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 교수를 발탁한 것이다. 정권의 입김이 작용한 인사로 보인다. ‘문창극 친일 강연’에 감명 받았다고 떠든 사람이 공영방송 이사장이라니.
이 내정자는 문창극 총리 임명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향해 “문창극을 반민족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다”라며 폭언을 한 바 있다. 또 백범 김구 선생의 초상을 고액권 화폐에 넣자는 움직임에 대해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체제를 반대했던 사람”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유영익-박효종-이인호.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박 정권 임기 동안 뉴라이트의 공습은 더욱 가속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과 함께 활동하는 또 다른 뉴라이트 원로 안병직 교수에게도 ‘역사공습’에 필요한 자리를 내어주지 않을까 싶다.
일본국민과 아베 내각이 한국정부 얼마나 조롱할까
안병직 교수의 근현대 역사관은 일본에서 크게 각광을 받는다. 올초에도 일본 포털사이트 1위에 오를 만큼 인기가 높았다. 일본 전문 매체인 <JP뉴스>는 일본 인터넷뉴스인 ‘가제트 통신’이 “일본군 위안부는 단순히 매춘부였고 돈을 위해 매춘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안 교수의 발언을 기사화했으며 이것이 일본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그의 주장은 일본의 국익에 부합될 뿐 아니라 일본 우익의 망언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이 정도면 일본 우익의 앞잡이로 활동하는 오선화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뉴라이트의 ‘역사공습’이 가속화 될 모양이다.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고, 위안부를 매춘부라고 말하며, 독도가 일본 영토일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칠 뿐더러 5.16쿠데타를 혁명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권력의 핵심에 진출하고 있다.
국편과 방심위, KBS. 이건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청와대 주인이 뉴라이트인 만큼 향후 이들의 공습은 강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 극우와 아베 내각이 한국정부를 얼마나 비웃을까.
원문: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