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진행한 덴츠 디자인 토크 중에서 엄선한 대담 3회에 추가로 취재를 해서 보강한 책 ‘덴츠 디자인 토크 Vol.1’ (발행 : 덴츠, 발매 : 아사히 신문 출판).
이 책의 발매를 기념하여, 책 속에 등장하는 하쿠호도 케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시마 코이치로 / 덴츠의 Executive Creative Director인 타카사키 타쿠마와 키시 유우키 – 3명이 함께 한 스페셜 디자인 토크가 7월 4일 덴츠 홀에서 열렸다. 빈 자리 없이 꽉 차고 열기가 넘치는 회장에서 진행된, 광고의 미래를 둘러싼 스릴 넘치는 토크를 전한다.
시마 코이치로 / 嶋 浩一郎
하쿠호도 케틀 대표이사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편집자
博報堂ケトル代表取締役社長/クリエイティブディレクター/編集者
타카사키 타쿠마 / 髙崎 卓馬
덴츠 Executive Creative Director / 광고 기획자
電通 エグゼクティブ・クリエーティブ・ディレクター/CMプランナー
키시 유우키 / 岸 勇希
덴츠 Executive Creative Director
電通 エグゼクティブ・クリエーティブ・ディレクター
다양화의 시대에 광고로 기른 스킬을 다른 업종에서 살리다
키시 : 오늘은 ‘광고업계를 목표로 하는 젊은이들에게, 지금 광고는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라는 테마가 설정되어 있는데요, 이 테마에 속박되어 얘기하기 보다는 지금 각자가 생각을 하고 있는, 혹은 이 멤버로 함께 논의하고 싶은 키워드를 각자 준비해 왔기에 이를 기반으로 얘기를 진행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먼저 시마 씨부터 차례로, 자기 소개 + 간단히 테마에 대한 얘기를 들었으면 합니다.
시마 : 하쿠호도 케틀의 시마라고 합니다.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 가끔 마주치는 두 분과 얘기할 수 있다니 신기하네요. 저는 ‘광고’가 앞으로 상당히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 생각하며, 예를 들어 오늘 여기에 600명의 사람이 있다면 600가지의 업무 방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어떤 사람은 TV광고를 제안하고, 어떤 사람은 전혀 관계 없는 사업 계획을 제안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다종 격투기 같은 게 일반적이 되고, 제안하는 방법도 다양화되고 있는데요, 역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쉬운 환경이 되었으며, 누구나 자신 나름대로의 성공 방정식을 만들 수 있게 되었기에, 이후의 ‘광고’를 즐기고 싶습니다.
타카사키 : 덴츠의 CDC인 타카사키입니다. 오늘 모인 세 사람은 축으로 삼은 부분이 아예 다르기에, 그야말로 시마 씨가 말한 다양화의 예로 볼 수 있습니다. 같은 프로젝트에 저와 시마 씨가 따로 불려와서 완전히 다른 답을 내고, 클라이언트가 이것 저것을 고민해서 그 결과 양쪽이 모두 채택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고전적인 스타일로 프로젝트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전통 매체를 활용하며 싸우곤 있지만, 항상 변화 속에 있다고 의식하고 있습니다. 좋은 광고를 만들기만 했던 시대는 확실히 끝났고, 광고 그 자체가 재미있게 보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면 될지 그 자체를 깊이 파고들어서 생각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옛 것과 새 것으로 편을 가르면 아무 것도 탄생하지 않습니다. 어느 시대든 변화하는 중이었을 테니까요.
키시 : CDC인 키시입니다. 저는 먼저 상사인 후쿠카와 CCD의 말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2년 전쯤에 대화하다가 후루카와 씨가 하신 말씀인데요, “이미 ‘광고’로 세상을 바꾸거나 큰 혁신을 일으키려는 사고방식 자체가 옛날 방식일지도 모른다. 광고라는 곳에서 다양한 기술 / 근력을 몸에 기른 ‘사람’이, 세상의 다양한 곳에서 필요해지고 활약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하셨습니다.
실은 광고인이 가진 뛰어난 스킬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언어화하는 능력 / 전하는 능력 /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능력 / 교섭하고 실현하는 능력 등입니다. 광고 일을 하고 있다 보면 저절로 생기는 힘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죠. 언어화는 이 프로젝트에서 익히는 굉장히 강력한 힘이며, 사람을 매료시키는 프레젠테이션도 큰 무기입니다. 복잡한 것을 설명하는 힘도 아마 다른 업계의 사람들보다도 상당히 훈련될 것이고요.
이런 힘은 결코 광고에서만 살릴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경영이야말로 이런 힘이 필요할 테이고, 그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앞으로 광고가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가 가진 스킬을 살려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해야 하는 것’ 이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야만 결과적으로 광고업계의 가능성으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NEXT GENERATION을 육성하기 위해선
키시 : 그럼 이제부터는 각자 준비해온 키워드를 중심으로 얘기했으면 합니다. 뒤섞여 있으므로, 나온 순서대로 얘기를 하죠.
「육성」
키시 : 이건 시마 씨가 내놓은 키워드군요.
시마 : 케틀이란 회사는 키무라 켄타로 씨와 제가 9년 전에 만들었는데요, 키무라 씨는 마케팅 쪽 출신이고, 저는 계속 PR 쪽 일을 했습니다. 저희는 커미션 비즈니스가 아닌, Fee 기반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어쨌든 자신들의 지혜를 어떻게든 돈으로 바꾸려고 필사적이었고, 자신이 갑자기 시장에 나가서 가격표가 붙여져 팔리는 것 같은 세계에 돌입했는데요, 얼마 지나고 나서는 제대로 다음 세대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에서 키시 씨도 언어화하는 능력은 광고회사의 대단한 스킬이라고 하셨는데요, 저와 키무라 씨도 자신의 프로젝트를 어떻게든 언어화해서 제3자에게 전하는 지향성이 있었습니다. 저도 키무라 씨도 ‘이 프로젝트의 성공 포인트는 이거’라고 정리하죠. 언어화해서 공유합니다. 그런 식으로 자신들을 계승하는 다음 세대를 키울 환경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케틀에서는 2~3년 전부터 차세대 ‘키무라x시마’를 의식적으로 키우려고 노력했습니다. 마침 키무라 씨와 저보다 10살 어리면서 케틀을 세웠을 때와 같은 해의 동기인 하시다(橋田) 씨와 이시하라(石原) 씨가 있는데요, 그 하시다 씨가 작년에 야후 프로젝트를 하면서 3D 프린터와 검색을 붙여서, 예를 들어 ‘스카이트리’라고 말하면 스카이트리 모양을 한 입체물이 3D 프린터로 나오는 ‘만질 수 있는 검색(さわれる検索)’이라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 작품은 칸에서도 수상했는데요, 케틀의 ‘육성’ 중 하나의 성과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그런 걸 굉장히 의식적으로 생각하면서 하고 있습니다.
Yahoo! JAPAN さわれる検索
키시 : 저도 다음 세대를 육성하려고 지난 몇 년 동안 남들보다 갑절 더 노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나름의 전력이랄까, 굉장히 믿음직한 동료가 늘었는데요, 그럼 진짜 완전히 새로운, 지금까지의 흐름을 바꾸어버릴 슈퍼 플레이어가 탄생했나 보면.. 실은 아직 먼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올해 혼다의 캠페인으로 칸을 휩쓴 스가노 카오루(菅野薫) 씨 같은 사람이 갑자기 등장했습니다. 저도 그런 거 같았지만, 최근엔 지금까지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는 애초에 육성할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타카사키 씨 같은 콘텐츠로 유명하신 분은 육성해서 탄생할 수 있는 걸까요?
Sound of Honda / Ayrton Senna 1989
타카사키 : 앞에서 후루카와 씨 얘기가 나왔었는데요, 후루카와 씨를 만나기 전 10년 동안, 저는 야만인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20대 후반 정도였죠. 그리고 1년 반 정도는 완전히 맨투맨으로 매일 논리적인 사고의 즐거움을 주입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수능생 시절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의미라면 어느 정도 계승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논리적으로 생각하기 전에는 뭐라고도 할 수 없는 가치관 같은 건 선천적인 것이었고, 개인이 가진 것이라 계승도 교육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걸 제대로 자신이 언어화하는 건 스킬을 갈고 닦는다는 시점에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흡수하는 힘이니까요.
높은 곳을 목표로 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산을 오르다
키시 : CDC에 대해 회사 외부 분들께 설명하면.. ‘어쨌든 모든 이가 최고 속도로 산의 정상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마찬가지인 거죠. 다만 그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라고 비유하곤 합니다. 타카사키 씨 같이 똑바로 최고 속도로 올라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스가노 씨처럼 헬리콥터로 내려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히구치 케이이치(樋口景一) 씨로 말하자면 원래 지금 있던 곳이 정상이었던 패러다임 시프트를 일으킨 거죠. (웃음) 각자의 방식은 다른 법입니다. 이 필살기가 다르다는 건 매력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육성이라는 면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답이 여럿 있기에, 어려워진 거 같기도 합니다.
시마 : 제가 느끼기엔 자신이 편집자의 역할인 것은 괜찮지만, 모두가 편집자가 되면 이상하기에, 일러스트레이터나 사진작가, 글을 쓰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디자이너 / 카피라이터 / 광고기획자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커리어 경로와 편집자스러운 사람을 중간에 빼오는 육성 패턴이 있는데요.
큰 광고회사에서 육성해도 되는 걸까 싶기도 합니다. 신입을 IMC 캠페인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사람을 채용해서 많이 가르쳤던 시기도 있었는데요, 역시 안 되더라구요.
키시 : 그게 잘 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시마 : 역시 광고는 팀으로 하는 작업이기에, 아무리 지식이 있어도 존경 받지 못하면 어렵습니다. 먼저 이 영역에서 이것을 해낸 사람이 아니면 주변에서 따라오지 않는달까요. 결국엔 사람의 힘(인간력)이랄까, 으름장일지도 모르겠지만요.
타카사키 : 일은 그런 법이죠. 실적은 알기 쉽게 존경 받게 해줍니다. 하지만, 때로는 굉장히 인간력이 있는 젊은이가 갑자기 헬기에서 팍 출현합니다. 지금까지의 걸 옛것이라고 부정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해치우며, 무언가를 멋지게 옛것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저희는 자신들도 항상 그러고 싶다고 생각하며, 지금까지의 문맥과 싸워왔는데요. 역시 그 실적이 힘을 주는 동시에 족쇄가 되기도 합니다.
키시 : 저도 알고 싶네요. (웃음) 그럼 이쯤에서 두번째 키워드로 넘어가죠.
철저하게 숫자를 마주하며 몸에 익히기
<혼자>
다카사키 : 저는 ‘The CM Planner’라고들 하시는데요, 저는 광고 기획자 중에서는 특수한 유형인 거 같습니다. 영화를 경험한 게 제 의식을 크게 바꾸었죠. ‘호노카아 보이(ホノカアボーイ, 국내 개봉 타이틀 : 하와이언 레시피)’란 영화를 만들었을 때, 상영 기간 동안 전국의 어떤 영화관에 몇 명이 들어갔는지가 매일 팩스로 왔습니다. 프로듀서이기도 했으니까요.
후쿠오카의 어머니도 영화 보러 가셨다고 문자를 주셨는데, 팩스를 보니 후쿠오카에서 본 사람이 1명이었습니다. (웃음) 그 순간의 그 느낌 때문인지 숫자를 대하는 스위치가 켜졌습니다. 광고 크리에이티브에서도 굉장히 제약이 있지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자신을 과보호하는 상태가 되기 쉽고, 피할 방법이 많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 특히 경영에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숫자에 노출되어 있죠. 그런 두려움 따윈 토해내고 싶은 마음을 알기에 결과에서 역산하려는 의식이 몸에 배었습니다.
키시 : 숫자 얘기 말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좀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숫자와는 관계 없이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처럼 인터넷 출신이면 숫자란 건 항상 보이기 마련이라, 신경 쓰기 싫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타카사키 : 키시 씨 등이 등장했던 때는 무척 통쾌했습니다. 모두가 당연하게 숫자에 신경을 썼거든요. 제게는 그게 새로워 보였고, 제대로 된 모습으로도 보였습니다. 숫자에 위축되는 게 아니라, 책임을 지려는 건 앞으로 더 자연스럽게 필요해질 겁니다. 하지만 그건 그저 숫자의 크기를 경쟁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숫자의 풍부함 같은 걸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요. 덧붙이자면 세상을 더 생생하게 신경 쓰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시마 : 광고는 어떤 의미로는 보호를 받아 왔기에, 콘트롤 가능한 부분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PR 출신이기에 기자 회견을 하면 어떻게 나올지를 모르고 보도자료가 나와도 어떻게 나올지를 모르는, 기본적으로 콘트롤 불가능한 것과 싸우는 태도가 뿌리 박혀 있습니다. 그런 콘트롤 불가능한 세계를 어떻게 운영할까 하는 기개로 임하고 있습니다. 그런 느낌을 광고인들이 가지면 대단하리라 생각합니다.
키시 : 저는 모든 프로젝트에서는 아니지만, 가능한 한 매일 매출 등 지표를 받고 있습니다. 매출을 보면서 즉석에서 카피를 바꾸거나 비쥬얼을 바꾸는 경우가 잦으며, 이에 따라 숫자가 회복되는 것도 여러 번 경험합니다. 그래서 한번 완전히 포장했던 걸 아슬아슬하게 교체하는 것도 결국엔 해내죠. 민폐이긴 하지만요.
제 책상에는 항상 언제까지 게재할지에 대한 실질적인 데드라인 목록이 붙어 있습니다. (웃음) 숫자가 있기에 판단을 할 수 있는 거라, 제게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둘러 크리에이티브에서 숫자에 대한 의식 개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체에서 수익을 얻는 방법은 아직도 많다
<라디오와 잡지>
시마 : 이건 크리에이티브와 미디어가 일체화되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크리에이티브가 뛰어나면 어느 매체에 태우든 효과는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광고 비쥬얼을 어느 잡지에 게재할지, CamCam에 실을지, CLASSY에 실을지에 따라 의미가 아예 달라지기에, 크리에이티브와 매체를 통합해서 생각해야 하는데요, 실제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적습니다.
잡지협회나 신문협회와 얘기할 때 항상 말씀 드리지만, 매체를 엑셀 시트로 판매하는 건 정말 그만둬야 합니다. 예를 들어 30대 여성에게 광고하고 싶다고 클라이언트에게 엑셀 시트를 가져간다 치죠. ‘VERY / Mart / ESSE / LEE 중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가격은 얼마고 부수는 이 정도입니다.’라고 말이죠.
하지만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상품을 ESSE에 내보내야 할지 VERY에 내보내야 할지 모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잡지에 광고하는 것은 잡지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을 빌리는 것이기에, 어떤 걸로 하면 되는지를 엑셀 시트로 내민 시점에서 이미 자신은 그 상품을 모른다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키시 : 그런 건 요즘뿐만 아니라 이미 상당히 예전부터 중요하다고 들었었는데요, 그럼에도 왜 바뀌지 않는 걸까요?
시마 : 매체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과 문맥이 독자를 사로잡고 있는데도, 역시 부수와 앞면이나 뒷면이냐 가격은 이렇다는 식으로 지면을 판매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이 잡지가 부수는 적지만, 어떤 카테고리의 주부를 끌어오는 문맥이 있다고 하면, 거기에 돈을 더 많이 줘도 전혀 상관 없게 됩니다.
과제를 해결하는 정도로 치면 그 타겟을 점유하고 있는 쪽이 부수가 많은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며 클라이언트도 행복할 겁니다. 키시 씨가 처음에 광고회사는 더 사회에 도움이 되는 근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것과 마찬가지로 미디어도 다양한 근력을 갖고 있습니다. 즉 더욱 라디오든 잡지든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가득하다는 걸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키시 : 신문으로도 제가 이전에 전국적인 이벤트를 진행했을 때, 지방신문사에 컨설팅을 받았습니다. 미디어로서뿐만 아니라, 지역에 대해 가장 잘아는 컨설팅회사로서, 지방신문사와 프로젝트를 했던 겁니다. 신문이 가진 지역 경제에 대한 지식, 때로는 제2자의 권력으로 여론을 움직인 ‘지(知)’는 더욱 더 금전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방금 시마 씨가 하신 말을 빌리면, 모두가 그 가치를 인식하면서도 비즈니스라는 의미에서는 미디어 도달 부분만을 가치 있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자니, 덴츠든 하쿠호도든 본래의 가치를 전환해야 하는 걸로 돌아오네요.
시마 : 그 말이 맞습니다. 오늘 이 곳에 계신 600분이 먼저 움직인다면 분명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키시 : 미디어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죠. 동조하라는 압력에 수반되는 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할지…
<「관용>
타카사키 : 이런 어떻게 말하면 될지, 어려운 테마네요. 2020년 올림픽 유치 프로젝트를 했을 때 숙제 중 하나가 ‘여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여론’이라는 게 굉장히 파악하기 어렵고, 사로잡기 어렵습니다. 여전히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평소에 광고를 만들 때에도 어느 정도 의식하고는 있었지만, 이건 상품/브랜드나 기업과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거라 파악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광고가 점점 더 콘텐츠화되고, 단순한 크리에이티브가 아니게 되면, 저희들은 조만간 다시 이 ‘여론’이라는 것을 마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몇 년 간 광고는 공유나 확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계속 얘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왠지 그게 본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불을 붙이는 것’과 ‘확산’은 실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 정체는 동조하라는 압력인데요, ‘Yes’라고 대답해야 하는 압력이 발생하는가, ‘No’라고 대답해야 하는 압력이 발생하는 가의 차이가 아닐까요. 저희가 동조하라는 압력을 발생시킬 수 있을 크리에이티브를 지향하기 시작하려니, 그건 굉장히 위험했습니다. 크리에이티브는 점점 퀄리티가 균등해지고 기시감을 띄게 되고, 더 일반론화될 뿐이었습니다. ‘모두’라는 수수께끼에 싸인 존재가 주인공이 됩니다.
시마 : 동조하라는 압력 속에서 광고는 주장을 해야 합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이 생각해야만 하는 중요한 테마입니다.
타카사키 : 저희의 결과물은 이제 항상 크레파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뭔가 있으면 금방 덧칠하죠. 인터넷 덕분에 저희는 일시적인 감정을 그대로 토해내게 되었습니다. 순간적인 감정은 몇 분 만에 수그러들지만, 그 감정을 표면화하면 그게 자신의 의사는 무관하게 점점 팽창됩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본 순간, 자신을 부정한다고 느끼는 인간의 나약함이 그 원인인 것 같습니다. 약한 부분이 표면에 드러납니다. 그 영향을 지금 정면으로 받고 있습니다.
키시 : 특히 최근 1~2년 사이에는 광고 방영이 중지되는 경우가 많았었죠. 하지만 직접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바라보면, 이건 도대체 뭐에 클레임을 걸었던 건가 싶은 게 80~90% 정도입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감각이니, 온 세상이 ‘관용’을 잃었다고 할까요? 지금 세상의 컨디션이 아슬아슬한 지경까지, 굉장히 위험한 균형 상태까지 와 있는 것 같아서, 이 와중에 어떻게 자극 / 확산이란 걸 한편으로 삼을지, 클라이언트를 어떻게 리스크로부터 지킬지…
타카사키 : 클레임을 아예 없앨 수는 없습니다. 이 세상은 이미 그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싫다고 생각하면 바로 싫다고 트윗할 수 있습니다. 방송국이나 클라이언트에게 전화하는 것처럼 번거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에 겁을 먹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과거의 클레임 사례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결과물에서 과한 부분을 깎아내면 안됩니다. 도리어 앞으로는 여차할 경우에 어떻게 재치를 발휘해서 잘 대응할지 신경써야 합니다. 그렇게 리스크에 대응하는 스킬을 익히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마 : 선택지(alternative)가 점점 없어지네요. 동조하라는 압력과 같진 않지만, 집단 지성에 의존하는 체질도 있죠. 이전에 하쿠호도의 신입사원 연수를 한 후에 밥을 먹으러 가려는데, ‘시마 씨, 이 가게는 음식점 평가 사이트에서 3.01점을 받았는데 괜찮을까요?’하는 녀석이 있었습니다. 그 가게를 좋아했던 저는 거기에 가고 싶었죠.
사이트에 그 가게에 대한 리뷰를 올린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평점을 믿다니요? 물론 집단 지성은 굉장히 편리하지만, ‘이런 집단지성쟁이!’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웃음) 그건 어디까지나 선택 기준 중 하나일 뿐, 여러 가지 정보 중에서 고르는 게 좋겠죠.
광고를 제작하는 방식이든, 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이든, 소셜 미디어가 나오고 나서는 모두의 의견이나 집단 지성으로 광고나 상품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건 그 나름대로 재미있지만, 한 사람이 몸바쳐서 만든 광고 같은 데에 더 많아도 좋을 텐데 말입니다. 그런 다양성도 균형입니다.
편집증적으로 좋아하는 걸 파고들고, 관계 없는 걸 연결시켜라
<biomimicry>
키시 : 그다지 광고와는 관계 없는 키워드긴 하지만, 시마 씨도 굉장히 주목하고 계신 거 같길래 제시해 보았습니다. (웃음) biomimicry는 biomimetics 라고도 하는데요, 이건 ‘생체 모방 기술’이란 말로, 이해하기 쉽게 풀자면, 지금 신칸센 500계 전동차의 디자인을 물총새의 입 모양에서 따오고, 전력을 끌어오는 집전기(pantagraph)는 바람을 맞아도 소리가 나지 않게 올빼미의 날개 구조를 따라서 만들었던 것이죠. 생물이 가진 능력을 어떻게 사람의 기술 / 비즈니스 / 생활에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분야를 말합니다.
이 키워드를 꺼낸 이유는 이번 회에 나온 이 책 속에서 이나모토 레이 씨와 대담을 했을 때 레이 씨가 새로운 크리에이터를 채용할 때 무엇을 중시하냐는 제 질문에 ‘광고와 관계 없이, 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아무렇게나 시간을 들여서 들으려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시마 씨가 600명이 있으면 일하는 방식도 600가지가 있으며 여기에 광고의 미래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점점 업무의 범위가 지금까지의 상식을 넘어서서, 현재 상상 가능한 범위도 초월했기에, 현재 광고에 사용되는 단어가 100개라 치면, 금방 천 개, 2천 개라 될지도 모릅니다. 이 biomimicry이라는 말도 지금은 광고와는 전혀 접점이 없는 관계없는 말이지만, 혹시라도 10년 후에는 평범하게 광고랑 연관이 될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물론 연관되지 않을 수도 있죠. (웃음)
예전에는 취미는 취미, 일은 일이란 식으로 ON/OFF 하듯이 영역과 전문에 정도가 있었던 거 같은데요, 앞으로는 모두의 안에 있는, 자신이 고집스럽고 엄청나게 좋아하고 집착하는 것 안에 일의 방법론이 있는 시대가 올 것 같습니다. 그게 광고의 새로운 길을 만들지도 모르죠.
시마 : ‘혁신 기업의 딜레마(イノベーションのジレンマ / The Innovator’s Dilemma)’라는 책에서 파괴적 혁신 이론을 주창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21세기의 경영자에게 필요한 건 관계 없는 것과 관계 없는 것을 연결하는 힘이라고 했는데요,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회전 초밥을 만든 사람은 맥주 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 위를 지나가는 맥주를 보고 이걸로 회전 초밥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는데요.
관계 없는 걸 연결하는 스킬은 엄청 크리에이티브한 거죠. 저는 오오타키 에이이치(大滝詠一) 씨가 비틀즈의 ‘Yellow Submarine’과 민요(音頭)를 엮어서 ‘Yellow Submarine 음두(イエロー・サブマリン音頭)’로 만드는 등 굉장히 biomimetics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이야말로 일본 사람은 그런 걸 고르는 걸 잘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앞에서 나왔던 광고회사의 언어화 능력을 경영에 활용하는 등 그런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멀리 돌아가는 게 도움이 되는 시대가 오다?
키시 : 마지막으로 ‘광고업계를 목표로 하는 젊은이들에게’였기에, 젊은이들에게 한마디씩 메시지를 보내며 마무리하죠. 지금은 이런 대단한 성공을 거둔 사람이 있고, 이런 식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는 둥, 대단한 사람들에 대한 정보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점점 세상에 알려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만약 지금 20대라면, 어떻게 성공한 사람이 될지 조급해할 거 같은데요, 잘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은 그 사람의 것이고, 자신의 인생은 자신의 것일 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것보다도 앞으로는 목표를 향해 최고 속도로 접근하는 시대에서, 돌아가는 게 도움이 되는 시대가 올 것 같습니다. 빨리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연한 것 같은데요, 그런 의미에서는 저는 다양하게 멀리 돌아가면서 침착하게 광고업계의 변화를 즐기면 좋을 거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조급해지지만요. (웃음)
타카사키 : 저는 광고를 굉장히 좋아하기에, 요즘 얘기를 하자면, 편집증적으로 광고를 좋아합니다. 광고가 좋은 점은 역시 어떤 것하고든 엮을 수 있는 점이고요, 변화에 대해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변화도 20년 전에 비해 이제는 이렇다 할만한 건 지금의 현상 밖에 없고, 앞으로도 계속 변화하겠죠.
그렇기에 미디어나 사람, 여러 가지의 변화를 계속 지켜보면서 자신이 만들고 있는 것이나 만들고 싶은 게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해질지를 항상 생각하며, 이를 즐기면 좋지 않을까요? 오늘은 좋은 거 같아도, 내일도 정말 괜찮을지 어떨지를 항상 계속 의심해야만 광고가 메마르지 않을 테고, 광고가 재미없게 보이면 자신의 일 자체가 재미 없어져서 악의 순환에 빠집니다. 자신이 만드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제대로 판별하면서 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시마 :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면, 역시 쓸데없는 게 많은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너무 효율적이면 변변치 않은 것 같고, 시키지 않은 일을 척척 하면 좋습니다. 저도 20대에는 도쿄 내의 공원에 있는 동물이나 놀이기구를 모두 사진으로 담거나, 다마가와(多摩川)와 아라카와(荒川)와 스미다가와(隅田川)의 하구에서 기다리다가 떠내려온 걸 모두 건지곤 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웃음) 그런 식으로 무작정 쓸데 없는 정보를 얻곤 했습니다. 이 얘기를 스티브 잡스 식으로 멋지게 하면 ‘젊을 때에 캘리그래피에 심취하고, 명상에 심취하는 등 여러 가지를 했기에, 그런 점이 많았기에 나중에 별자리를 그릴 수 있었다’랄까요? (웃음)
원문 : CREATIVE MULTIPLI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