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을 가르치다 보면 항상 실망하게 된다. 내가 바라는 만큼 학생들 시험성적이 안 나온다. 지나칠 정도로 시험문제가 쉽다고 생각한 경우에도, 대체로 평균 점수가 잘 안 나온다. 수업시간에 수십 번 강조했던 사항을 조금만 뒤틀어서 다르게 물어보면 반 이상이 답을 하지 못 한다. 가르치는 내가 한심한지 배우는 학생이 한심한지, 한심해진다.
버팔로에서 내가 5년째 매년 가르쳐 온 과목이 하나 있다. 산업공학과를 선택한 학부 3학년 학생들이 필수로 들어야 하는, 생산 관리 과목이다. 원래 과목 이름은 Planning for Production이었는데, 좀 더 멋진(?) 이름을 위해 Planning for Production and Service Enterprises라는 이름으로 지난해부터 바뀌었다.
이 과목을 다섯 번째 가르치다 보니, 이제 어떤 부분을 학생들이 어려워하고 어떤 부분을 학생들이 재미있어하며, 어떤 방식으로 강의할 때 효과적인지가 조금씩 보인다. 매년 같은 과목을 가르치다 보니, 수업 준비하는데 들어가는 시간도 많이 줄어든다. 수년째 강의 노트가 바뀌지 않는 교수가 불성실한 교수의 예로 지목이 많이 되는데, 내 경우에는 강의 노트가 바뀌긴 바뀐다. 조금씩 변동사항이 있으나, 대체로 5년간 많이 줄어들었다.
처음엔 내 욕심에 이것도 가르치고 저것도 가르치고 해보았으나, 강의는 재미가 없고, 학생들은 관심도 없고, 이해하지도 못하고, 나중에 별 쓸모도 없어 보인다. 그런 내용을 잘라내고 나서, 중요한 내용은 재미있는 방식으로, 재미있는 내용은 더 재미있는 방식으로 가르치려고 노력 중이다.
내가 학교에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기 위해서 주로 들르는 곳에 Tim Horton’s라는 도넛 가게와 (Dunkin Donuts와 비슷하다.) Subway라는 샌드위치 가게가 있다. 이 두 가게가 어떻게 비슷한지, 어떻게 다른지를 수업시간에 이런저런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예로 사용한 것이 3년 차 때였다. 학생들도 이 두 곳을 자주 이용하는지라, 설명에 흥미를 보였으며, 반응도 꽤 괜찮았다. 물론 나는 이 두 곳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자세히 모른다. 내 경험은 고객으로서의 제한된 경험뿐이다.
작년, 4년 차 때는 내가 관찰하고 느낀 것을, 학생들도 비슷하게 하기를 원해서, Tim Horton’s와 Subway, 두 곳을 비교하는 에세이를 쓸 것을 학기 말에 요구했다. Final Project가 아니라 Final Essay였다. 프로젝트를 내 주기는 내가 귀찮고, 그저 학생들이 에세이나 써보면서 학기 중에 배운 내용을 정리나 해 보라는, 내가 예로 들며 말한 것들을 다시 복기나 해보라는 식이었다.
결과는 정말 놀라웠다.
어떤 학생은 가게 앞에 죽치고 앉아서 손님이 언제 가장 많은지, 직원은 어떻게 교대로 일하는지, 도넛과 샌드위치는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고 팔려나가는지를 관찰했다. 어떤 학생은 그 가게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친구를 찾아서, 이것저것 물어보았고, 그것을 학기 중에 배운 내용을 토대로 정리했다. 어떤 학생은 아예, 가게의 매니저를 직접 인터뷰해서 프랜차이즈가 어떤 식으로 관리되고 운영되는지를 알아냈다.
난 정말 놀랐다. 나는 내가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마치면서, 이런 식의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학생들도 나처럼 책상 앞에서 앉아서 검색 좀 해보고, 손님으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적당히 정리하는 글을 써올 줄 알았다. 에세이를 받아 보고는 너무 놀랐다.
올해는 아예 Tim Horton’s와 Subway 두 곳으로 한정하지 않고, 아무런 business 두 가지를 선정해서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토대로 비교하는 에세이를 써오라고 했다. Tim Horton’s와 Subway도 물론 좋은 주제라고 이야기했고, 실제로 몇몇 학생들은 두 곳을 비교했다.
올해 수업에서는 iPhone 이야기 Amazon 이야기를 많이 해서인지, Apple, Samsung, Amazon, Google, Microsoft 등을 주제로 선택한 학생들이 꽤 있었다. 어떤 학생은 패션 쪽 주제를 선택했고, 어떤 학생은 버팔로 윙, 어떤 학생은 게임기, 어떤 학생은 항공기 등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의 것들을 선택했더라.
그중에서 내가 가장 관심 있게 읽고 가장 큰 점수를 준 에세이는 Advanced Auto Parts와 Pepboys라는 자동차용품 전문 체인점 두 곳을 비교한 에세이였다. 학생 본인이 자동차를 수리하고 부품을 교체하는 것에 큰 관심이 있어 보였다. 에세이 곳곳에서 ‘나 이런 거 좋아해’, ‘내가 관심이 있어서 더 알아보지 않고는 못 배기겠어’와 같은 학생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기말고사를 칠 때, 에세이를 같이 가져와서 제출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 에세이에 대한 피드백은 점수로 알려줬다. 내가 만약 그 학생이었다면, 자기가 쓴 에세이에 대해서 발표를 하고 싶어 미칠 것 같은 마음이었을 거다. 이렇게 재미있는 주제를 이렇게 열심히 조사해서 멋진 글을 썼는데, 누구한테라도 보여주고 싶고 누구한테라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 같다.
그래서, 내년에 또다시 이 과목을 강의하게 된다면, 에세이 제출을 조금 일찍 하도록 해서, 멋진 에세이를 쓴 몇 학생을 골라 수업시간에 발표하도록 해야겠다. 물론, 내가 강의하는 시간은 줄어들테니 (룰루랄라) 강의 노트도 여남은 장이 다시 줄어들겠지.
그리고 평점에서 차지하는 에세이의 비중을 늘려야겠다. 그저 강의노트 공부 열심히 해 문제 잘 푼다고 해서 강의 내용을 더 잘 받아들였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시험이라는 것은 학생 평가가 좀 더 쉬워진다 뿐이지, 효과적인 학생 평가가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에세이를 잘 쓴 학생들을 보면, 대체로 수업시간에 결석과 지각이 거의 없었고, 수업 시간에 질문을 많이 하고, 내가 이야기하는 것을 경청하는 등, 수업에 열의를 보였던 학생들이다. 수업에 열의를 보였다고 해서, 꼭 시험을 잘 쳐서 좋은 평점을 받는 것은 아니더라. 학생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데 있어서, 이 수업의 경우에는, Final Essay가 단순한 시험문제보다는 훨씬 좋은 방법인 것 같고, 교육적인 효과도 훨씬 큰 것 같다.
원문: 잡생각 전문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