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게임이 정치인들의 관심 대상이다. 2007~8년 셧다운제 때 예닐곱 명의 의원들이 법안을 내거나 발언을 했던 이후로 한동안 뜸하더니 2013년부터 부쩍 늘어 재점화된 느낌이다.
이번 19대 최초 게임 중독 관련 법안을 낸 손인춘 의원(새누리당), 황우여 의원(새누리당)의 지원을 받아 ‘게임 중독’을 이슈화한 신의진 의원(새누리당)이 있고, 정치권의 개입을 좀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게임산업협회(현 K-IDEA) 대표로 추대한 남경필 의원(새누리당), 이스포츠협회 대표 전병헌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중독법’을 반대하고 나온 최민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초반 관심을 가진 의원들이고, 이후 크레이지아케이드에서 발언한 김상민 의원(새누리당), 게임을 예술로 격상해야 한다는 김광진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총기 난사 사건이 게임 때문이라고 한 황진하 의원(새누리당), 스팀 등급 분류를 문제삼은 박주선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등.
게임이 왜 이렇게 타겟이 되어 ‘까이고’ 있나 생각해보면, 아마도 가장 비정치적이면서 손쉽게 언론의 집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다.
말하자면 세월호 사건이나 민생의 문제를 들고 나오면 정치적인 이슈가 되어 더 거물 의원들에게 묻히거나 자칫 당 지도부의 미움을 사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에 쉽게 건드릴 수 없지만, 게임은 세대간의 격차가 뚜렷하면서도 쉽게 관심과 지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속언에 ‘무플보다 악플’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정치인들은 이걸 특히나 민감하게 여기는데, 게임을 공격하는 것은 게임에 관심이 있는 젊은 층에게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학부모나 종교계, 교육계 등 계층에서는 지지를 받고 후원을 받기도 하니 ‘만만하고 손쉬운 타겟’인 거다.
특히나 비례대표 의원들은 (정치에 뜻이 있다면) 결국 반드시 지역구를 얻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공천 제도 특성상) 당 중앙의 환심을 사야하는 것이 필수. 게임을 건드리는 건 그래서 당 지도부의 뜻에 거스르지 않고 세간 이목의 집중을 받을 수 있고 인지도를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쓸만하다. 생각해보면 손인춘, 신의진, 최민희, 김상민, 김광진 의원이 전부 비례대표다. 비례대표 50여 명이 있는데 이렇게 이름을 알린 비례대표가 얼마나 있나.
이에 대항해서 게임계는 딱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젊은 유권자들이 (보수니 진보니 하는 싸움이 아니라) 철저하게 실리적인 투표를 하는 방법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인데, 현재의 정치 지형에서는 아주 요원한 일이고, 적어도 게이머들이 정치적인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출해 지지 의원을 만들어 국회로 올려보내는 수 밖에 없다. 이것들이 안 되면 10~20년 지나 게이머 계층이 학부모층 혹은 사회의 주류가 되는 방법만이 남는다.
결국, 시간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다.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그 후에 살아 남느냐가 문제겠다.
원문: NAIRRTI 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