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PISA)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를 일컫습니다. OECD 산하의 싱크탱크에서 개발했습니다. 피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합니다. 높은 피사 점수는 곧 높은 학업성취도와 이해능력을 의미합니다.
OECD에서는 2년 마다 전 세계 청소년을 대상으로 피사 시험을 실시합니다. 피사 시험에서 항상 1,2등을 다투는 나라가 한국과 핀란드입니다. 아래 그래프는 2000년, 2009년 …주요국 피사 점수입니다. 한국과 핀란드의 피사 점수가 다른 국가들을 월등히 앞서고 있습니다. 즉 한국, 핀란드 아이들이 공부를 잘합니다.
미국의 점수는 평균에 간신히 걸쳐있습니다. 미국의 학생 1인당 교육비 지출은 한국의 2배나 됩니다. 미국은 투자대비 효율이 굉장히 나쁩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의 교육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는 연설에서 여러 차례 한국을 거론하며 미국의 아이들도 한국처럼 더 많은 시간을 공부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한국도 공부 효율성이 썩 좋진 않습니다. 한국의 아이들은 핀란드 아이들보다 2배 가까운 시간을 학습에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슷한 시험 점수를 얻기 위해 2배의 시간을 써야했으니 효율성은 절반 수준인 셈입니다.
아만다 리플리는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에서 한국 교육의 비효율 원인으로 공교육의 낮은 효율성을 꼽았습니다. 학교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어쩔수 없이 사교육에 의존한다는 겁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제대로 듣는 것도 아니면서 자리에 앉아 있으니 시간이 낭비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진짜 수업은 방과후에 이뤄집니다. 쉬지도 못하고 공부만 해야하니 한국 청소년들은 참 괴롭습니다.
한국 교육은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입니다. 하지만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데는 성공했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공부를 잘합니다. 한국에서온 유학생들이 현지 학생들보다 월등한 학업 성과를 보이곤 합니다. 저도 네덜란드에서 1년간 교환학생을 한적이 있습니다. 제가 수학했던 학교는 유럽에서도 가장 좋은 학교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학생들 수준은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기본적인 수학개념도 모르는 학생도 있더군요. 상위권은 항상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유학생 차지였습니다. 상위권에는 항상 저도 있었습니다. 솔직히 한국에서 공부할 때보다 훨씬 쉬웠습니다. 제가 언어적 핸디캡이 있었음에도 말입니다.
세계화로 인력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했다고 서울에 매여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능력이 된다면 홍콩, 상하이, 뉴욕에서 자기 꿈을 펼칠 수 있을 겁니다. 남들보다 우수한 학업 성취는 정말 글로벌 경쟁에서 유용할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상식, 역사, 과학, 수학 지식은 글로벌 무한 경쟁시대를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됩니다.
경기도 지역에서 고등학교 등교시간을 9시로 늦춘다고 합니다. 공부에 지친 학생을 좀더 쉬게 해주려합니다. 의도는 참 좋습니다. 하지만 한국 학교에 정말로 필요한 것은 휴식시간의 연장이 아닙니다. 시급한 것은 학교수업의 효율성 강화입니다. 가르칠 능력없는 선생님, 의욕없는 선생님, 학생 수준과 상관없는 수업배정 모든게 비효율 투성이 입니다. 이런 비효율 덩어리를 제거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좀더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은 방과후에 학원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학교 교육이 사교육의 효율성을 조금이라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사교육도 줄어들 겁니다. 학습능력은 정말 중요합니다. 이것은 대학 진학 여부와 상관없습니다. 균형잡힌 지식은 학생이 성인이 되어 평생을 살아가는 데 큰 경쟁력이 됩니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이 공부를 잘할 수 있게 물심양면 지원해야 합니다.
피사 점수가 증명하듯이 우리나라 아이들은 이미 공부를 잘합니다. 그러니 이제 좀더 효율적으로 공부를 잘할 수 있게 상황을 개선합시다. 우선 학교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학교에 앉아있는 시간이 값진 학습 시간이 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원문 : 부엉이 소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