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을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뜨겁다.
현재 퇴직공무원 월평균 연금수령액은 217만원이다. 은퇴자에게 217만원은 꽤 큰 액수다. 나는 국민연금 수급자라서 저런 액수를 연금으로 받지 못할 것이다. 살짝 배가 아프다.
은퇴자에게 월 217만원은 큰 돈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연금의 가치가 지금처럼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최근에야 연금이 지금처럼 값비싸졌다. 이유는 두 가지에서이다.
1. 그때는 수명이 짧아서 수급자가 일찍 죽었다.
2. 은행 예금금리도 매우 높았기 때문에 연금이 그리 부럽지 않았다.
나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정당성을 논할 생각이 전혀 없다. 단지 오늘의 연금이 과거보다 귀해진 원인과 결과를 분석해보려고 한다.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겠다.
연금이란 무엇인가?
연금이란 “국가나 사회에 특별한 공로가 있거나 일정 기간 동안 국가 기관에 복무한 사람에게 해마다 주는 돈”이다. 공무원연금은 종신연금으로 수령자가 사망할 때까지 매월 일정액수가 지급된다.
수령자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오래 살수록 연금을 많이받는다. 따라서 수령자가 장수하면 연금의 가치가 올라간다. 연금의 가치는 이자율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연금은 고정된 액수를 지급하기 때문에 이자율이 내려갈수록 연금의 가치가 커진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자. 예금금리가 연 10%일때 연 100만원의 이자를 받으려면 은행에 1,000만원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예금금리가 연 1%로 내려가면 100만원의 이자를 발생시키기 위해 무려 1억원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연금의 가치는 아래에 따라 높아진다.
1. 수령자가 오래 살수록
2. 수령시기에 이자율이 내려갈수록
공무원연금이 처음 만들어진 1960년대에는 기대수명도 짧았고 예금금리도 높았다. 수명이 짧았기 때문에 수령자가 은퇴하고 오래지 않아 사망했다. 예금금리도 높았기 때문에 연금액도 비교적 높아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연금이 지금처럼 값어치 있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점차 길어지고 예금금리는 크게 낮아졌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수령자가 죽지않고 계속해서 연금을 지급받는다. 예금금리가 낮아지니 고정된 액수를 지급하는 연금의 가치도 커졌다.
40년간 일어난 연금가치의 엄청난 상승
연금가치에 영향을 준 요인들의 변화를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기대수명부터 살펴보면, 1970년에는 58세였던 남자 기대수명이 2012년에는 78세로 늘었다. 무려 20년을 더 살게 된 것이다. 공무원연금을 처음 기획했던 담당자는 한국인이 이렇게 장수할 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반면 예금금리는 꾸준히 낮아졌다. 1996년에는 10%가 넘던 은행 예금금리가 2014년에는 2.5% 아래로 내려왔다. 우리나라도 이제 저금리 기조에 접어들었다. 현재 물가상승률도 낮고, 고령화로 잠재성장률도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금리는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
이처럼 지난 수 십년간 사람들의 수명은 길어지고, 예금금리는 떨어졌다. 거시환경이 공무원연금 수급자에게 너무 유리하게 흘러왔다. 공무원연금의 가치도 자연적스럽게 증가했다.
연금의 가치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직접 계산해보기로 했다.
간단하게 1995년 퇴직자와, 2013년 퇴직자가 받게 될 연금의 현재가치를 비교해 보았다. 은행 예금금리 데이터가 1996년부터 존재하기 때문에 1995년을 비교대상 퇴직시점으로 삼았다. 그리고 나이든 공무원 중에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남자 기대수명을 사용하였다.
현재 퇴직공무원 월평균 연금수령액은 217만원이며, 연봉으로 환산하면 2,604만원이다. 따라서 1995년과 2013년의 가상 퇴직공무원은 연 2,604만원을 받는 것으로 가정하였다. 공무원연금 수령액은 물가상승분을 반영하여 매년 조정되므로 물가상승으로 인한 실질 수령액의 변화는 계산에 고려하지 않았다.
1995년에 대한민국 남자 기대수명은 70세였다. 따라서 60세에 퇴직할 경우 기대수명만큼 산다면 약 10년간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첫 연금 수령시점에 예금금리는 10% 정도였다.
1995년에 퇴직한 평균적인 남성 공무원이 받게될 연금의 현재가치는 1억 6천만원이었다.
2013년에 대한민국 남자 기대수명은 78세 정도이다. 60세에 퇴직할 경우 기대수명까지 산다면 18년간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1995년 퇴직자보다 연금을 8년이나 더 수령하는 셈이다. 반면 첫 연금 수령시점의 예금금리는 2.5%로 낮아졌다.
2013년에 퇴직한 평균적인 남성 공무원이 받게될 연금의 현재가치는 3억 7천만원이었다.
지난 18년 사이에 연금의 현재가치는 2.1억원 증가했다. 단지 기대수명의 증가와 금리하락으로 연금가치는 2배 이상 늘었다. 수령기간 8년 연장과 예금금리의 750bp 하락이 2억원 이상의 연금가치 차이를 낳았다.
과거 기준의 공무원 연금, 검토가 필요하다
공무원은 운이 굉장히 좋은셈이다. 공무원은 연금을 더 받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않았다. 단지 자연적으로 사람들의 수명이 늘고, 금융위기로 저금리 시대가 일찍 찾아왔다. 결과적으로 2억이 넘는 돈이 꽁으로 생겼다.
기대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금리도 더 떨어질 수 있다. 연금의 가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증가한 공무원연금의 가치상승을 국민세금으로 부담한다는 것이다. 지난 18년간 평균적인 공무원 1인의 연금가치는 2.1억원 상승했다. 우리나라에는 공무원이 약 100만명 정도 있다. 2억 1천만 원 X 100만 = 210조. 어림잡아 총 210조원의 추가적인 공무원연금 부채부담이 국민들의 어깨 위에 얹어졌다.
국민들의 세금부담과 국가재정을 생각하면 공무원연금 개혁은 불가피해보인다.
하지만 공무원도 억울하다. 연금가치가 상승한 것은 공무원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거시환경이 연금수급자에게 유리하게 흘러갔을 뿐이다. 앞에서 계산했듯이 18년 전에는 연금의 가치가 지금처럼 크지않았다. 공무원은 월급도 많지않다. 은퇴 후 보상(연금)이 기대보다 커져서 기분이 좋았는데, 다시 토해내라고하면 공무원은 화가난다.
게다가 저금리가 영원히 지속된다는 보장도 없다. 현재 기준금리는 2.25%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미래에 세계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수도 있다. 20년, 30년 뒤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하면 연금의 가치는 다시 쪼그라든다.
만약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수령액이 줄어든 상태에서 금리가 다시 상승하면 어떻게 될까? 그때는 은퇴 후 생활고에 시달리는 공무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섣불리 연금에 손대기도 어렵다. 미래의 일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으로 늘어난 재정부담을 생각하면 개혁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공무원도 억울하다. 환경변화가 공무원 탓은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거시환경이 수급자에 불리하게 뒤바뀌면 정말 억울해질 수도 있다.
도대체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공무원연금은 계륵이다.
원문: 부엉이 소굴 (원문에는 데이터 파일이 첨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