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이 스팀에 있는 게임들이 등급 분류를 받지 않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돌리면서, “미국, 유럽, 독일, 일본 등에서는 등급분류를 받으면서 한국정부의 등급분류를 받지 않겠다는 스팀사의 이중플레이는 한국 법체계만 무시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게 언론에 올라가면서 난리가 났다.
박주선 의원은 보도자료 안에서 ESRB, PEGI, USK, CERO 등 해외의 등급 분류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한국에서만 등급분류를 받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잘못이다. 저 등급 분류 시스템들은 모두 민간이 하는 시스템으로 자발해서 등급 분류를 받는 것이고 등급 분류를 받지 않는다고 법으로 판매를 금지하는 우리와 완전히 다르다.
미국의 ESRB는 자율적으로 등급 분류를 받고, 시장의 유통 제한 또한 자율적이며 합의에 의한 것이다.
유럽의 PEGI 또한 자율 규제이며, 법률적 강제가 되지 않는다.
독일의 USK 역시 자율 규제이며, 독일 청소년보호법(Jugendschutzgesetz, JuSchG)에 과태료 규정이 있을 뿐이다.
일본의 CERO도 자율 규제이며, 규제 위반시의 제재도 없다.
사실, 까놓고 말해서, 박주선 의원이 무슨 잘못이 있겠나. 게임이 뭔지도 스팀이 뭔지도 모르는게 문제고, 그게 박주선 의원만이 아니라 보도자료를 작성한 보좌관들도 저 등급 분류 시스템들이 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기나 하겠나. 그리고 또 이게 국회 안만의 문제이겠나, 이 나라에서 부모를 자처하는 세대의 총체적인 문제이지.
모든 인터넷의 커뮤니티가 난리가 났는데, 이 문제를 자꾸 일반 정치논리(새누리당 vs 새정치민주연합 또는 보수 vs 진보)로 해설들을 하고 있다. 아니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이나 둘은 모두 (적어도 이 문제 만큼은) 이해가 같은 집단이다.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에는 좌우도 없고 이념도 없다. 심지어 여러분이 ‘진보적’이라고 믿는 전교조 같은 단체(전교조의 어디가 도대체 진보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도 아주 적극적으로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고 믿는 집단이다.
게임을 바라보는 부모 세대들의 컴퓨터와 컴퓨터 게임, 스마트폰과 SNS에 대한 이해 부족이 지금 이 모든 혼란의 원인이다. “우리 아이들이 게임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그냥 헛소리가 아니라 저들의 시각으로는 정말인 거다. 내 아이가 나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서 하루에 몇 시간씩 빠져 헤메고 있느라고 공부도 안하고 친구도 안 만나고 있다는 거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기본적으로는 시간이 한 10년 쯤 지나면 대충 풀어질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그 10년을 게임 업계가 버틸 수 있느냐는 별개의 이야기이고, 한국어로 된 게임은 앞으로 나오지 않을 거라는게 우리가 감수해야할 문제겠다.
원문: NAIRRTI 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