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카카오톡 법무팀이 혐의점을 판단해 집회와 관련된 부분만 경찰에 넘겼다’는 검찰 고위관계자의 말을 보도하자 다음카카오는 ‘혐의점을 분류해 제공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다음카카오의 공식입장은 ‘해당기간에 한정해서 선별없이 모두 보냈다’는 것으로 읽히며 나는 그 해명을 믿는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이를 불신하고 있고 사실판단은 뒤로 하자.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럼 과연 “선별없이 모두” 보내는 것이 과연 우리가 원하는 것인가이다. 다음카카오를 비난하기 전에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압수수색범위가 과도하게 넓은 것에 대해 분노해왔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에서 주경복씨 7년 이메일 압수수색된 것에 대해 손해배상 판결 받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문제 때문에 ‘범죄무관한 정보는 압수해서는 안된다’는 대법원 결정(이건 판결 아니고 결정)이 있었고 이에 따라 형소법 조항들도 바뀌었다. 이제는 검찰이 서버내용 전체를 통째로 복사해가지는 않고 피의자 입회 하에 내용을 보면서 범죄유관한 정보들만 복사해갈 것으로 보인다. (전기”통신”에 대한 압수수색의 경우에는 통지시점이 통비법9조의3 때문에 뒤로 밀리면서 피의자입회도 없다.) 참고로 압수수색에서 “압수”는 이렇게 정보를 복사해갈 때를 말한다.
문제는 검찰이 “압수”는 하지 않고 “수색”만 하더라도 프라이버시침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첨부터 범죄유관정보가 서버나 계정 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니 전체를 봐야되고 그러다보면 범죄무관정보들도 수사기관의 눈에 띌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이건 인터넷시대가 열린 이후 전세계의 사법기관이 다 고민해온 문제이다. 물론 그 전에도 문제는 있었지만 서로 무관한 정보들이 한꺼번에 섞여 있는 컴퓨터가 수사대상이 되면서 더 고민이 커졌다. 인터넷시대 전부터 문제로 지적되어왔던 “별건수사”도 인터넷시대에 발생확률이 더 높아졌다.
이 문제를 푸는 한가지 방법은 수사기관이 보지 않고 정보전체를 기계가 보고 골라내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전기통신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에는 “작성기간”을 명시하도록 몇년 전 법이 바뀌었는데 이런 목적이다. 또 요즘에는 영민한 판사들이 “검색어”를 특정해서 그걸로 검색되어 나오는 정보만 압수수색할 것을 요청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카카오측이 ‘내용선별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 만으로 카카오가 비난받아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바로 며칠 전에 ‘범죄 무관한 사적인 정보까지 다 줬다’고 비난할 때는 언제고 이제 정보를 선별했다고 해서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선별하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겠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선별을 육안으로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곧바로 비난할 지는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기계적인 선별방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간한정만 해서는 범죄무관정보들도 다 끼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범죄자들이 작성기간을 변조하는 기술을 쓰면 범죄유관정보를 놓칠 수도 있다. ‘검색어’를 특정해서 검색을 돌리는 방법도 똑같은 문제가 양쪽에서 발생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고민 끝에 미국연방 제9지구 항소법원의 유명한 코진스키 판사가 해당법원 전체의 하명을 받고 연구해서 내놓은 방법이 있는데 바로 수사진전에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제3자가 대신 컴퓨터 속을 뒤져서 ‘범죄유관정보’를 골라내어 그것만 수사기관에 넘기는 것이다. 2011년 판결인데 이게 미국에서 광범위하게 정착한 것 같지는 않지만 여튼 계속 논의되고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이번 일에서 카카오직원을 이 “독립적인 제3자”라고 봐줄 수도 있는 것이다. 자신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는 검경에게 컴터를 맡기기 보다는 나를 모르는 용산의 전파상이나 카카오직원에게 맡기는 것이 더 안심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코진스키’방식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제3자를 통해 더 많은 프라이버시침해가 발생할 수도 있겠고. . .범죄자들 몇명 놓치더라도 범죄무관정보를 깨끗이 걸러내지 못하더라도 기계적 방식으로 한정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고.
여튼 깔대기같지만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판사들이 관건이다. 영장이 우선 한번이라도 나가면 이렇게 프라이버시 보호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파악하고 한번 더 영장청구서를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감청이 인구대비 미국의 15배 일본의 2백여배가 되는 상황, 매년 3천만명 이상이 ‘통신사실확인’을 당하는 상황에서는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처 이미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