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절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수준의 개인정보 의식
2010년 7월 말, SK 커뮤니케이션즈는 개인정보취급방침 개정안을 철회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MAC 주소’와 ‘컴퓨터 이름’ 수집이었다. 이가 잘못 활용될 경우 사용자의 위치와 인터넷 사용 내역을 파악할 수 있으며, 해커들에게 정보가 넘어갈 경우 그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었다. 여기에다가 사찰마저도 용이해질 우려가 있었다. (관련 기사)
이런 우려에는 현실성이 있었다. 2009년 6월 검찰은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의 위험성을 보도한 제작진을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통화기록 압수수색은 물론 작가의 7개월치 e메일을 뒤졌다고 한다. 더군다나 e메일 내용을 일반에 공개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청와대는 이에 대해 아무런 문제 의식이 없이 환영 논평을 내기까지 했다. (관련 기사)
다시 2012년, 법원은 고등법원은 자신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경찰에 넘긴 NHN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차모씨에게 승소 판결을 내린다. 차모씨는 회피연아(…)를 올렸는데, 이를 두고 유인촌 전 장관이 고소했던 것이다. 물론 이 사건은 영장도 없는 요청에 응했기에 그 잘못이 인정된 것이지만, 그만큼 이용자는 물론 포털, 이통사 등 사업자도 개인정보에 대한 관심이 극히 약했던 것이다. (관련 기사)
기업이 정부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이유 “그게 더 편하니까”
그리고 2014년 10월, 카카오톡의 사찰 문제로 전국이 시끄럽다.
나는 카톡이 좀 재수 없게 걸렸다고 생각하고, 자신들도 억울할만 하다고 본다. 앞서 보았듯 한국 기업들은 정부가 요청하면 정보를 다들 갖다바쳤다. 앞서 이야기한 포털은 애교다. 이동통신사는 더욱 심각한데 법 조항은 검·경 등의 요청에 ‘따를 수 있다’지만, 실제로는 ‘따라야 한다’로 운용됐다. 심지어 지금도 그렇다. (관련 기사)
이에 비하면 인터넷 회사들은 그럭저럭 개인정보 보호 노력을 기울인 편이다. 2012년 11월 네이버, 다음, 네이트, 카카오톡은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따르지 않기로 합의한 적도 있다. 물론 이는 ‘영장’ 없는 수사 요청에 대한 것이지만, 이동통신사에 비하면 나름의 의식은 가졌던 셈이다. 영장을 들이밀 때 제공한 것은 사실이고, 이번 카카오톡 사찰도 그런 맥락에 서 있다. (관련 기사)
물론 이런 잘못된 구습이 있었다는 이유로 다음카카오가 면죄부를 받기는 힘들다. 하지만 국민들이 별 반발이 없으면, 기업들도 정부에 반발할 유인이 사라진다. 오히려 반발하다가는 정부에 찍히고, 변희재가 사모하는 친노종북(…) 세력을 돕는다는 이미지만 생길 수도 있다.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정부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결국 국민의 의식 향상만이 스스로의 정보를 보호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번 국민들의 반발이 놀라웠다. 이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엄청난 불신이 기반에 깔려 있겠으나, 그와 별개로 ‘카톡’은 생활 그자체라는 느낌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이메일은 업무 등 무거운 느낌이 있고 공식적이라 별로 가릴 게 없다. 하지만 카톡은 정말 일상에서의 날것의 대화가 기록되어 있다.
옆나라 기사가 대통령을 명예훼손 했다는 이유로 일본 언론사 지국장을 기소할 정도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 (관련 기사) 그리고 정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신들의 힘을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압력이 있는 한 카톡이 그것에 마냥 응할 수만은 없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레 포털 등도 이전처럼 쉽게 이메일을 제공하기 힘들어진다.
결국, 국민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카톡이 좀 불쌍하긴 한데, 어쨌든 카톡이 얻어맞은 덕택에(…) 한국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100년 뒤 카톡은 열사로 기록되지 않을지. 안 죽었다고!
피처 이미지 출처: 뉴스토마토